[조선일보 이용수기자]
중국이 당면한 최대 문제는 “차세대 중국 정부를 이끌 젊은 인재의 부족”이라고 존 손튼(John Thornton ·사진) 중국 칭화(淸華)대학 경영대학원 교수가 진단했다. 그는 미국의 외교전문 격월간지 ‘포린 어페어스’ 최신호(11·12월호)에 기고한 글에서 “중국 최고라는 칭화대 졸업생들의 진로는 요즘 해외유학 아니면 다국적 기업 취직”이라며 “중국 정부 내 인재층이 갈수록 얇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튼 교수는 세계적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사장을 지냈으며, 현재는 브루킹스연구소 이사회 회장이기도 하다.
◆그 많던 인재들은 어디로?
정부 관료는 중국 최고의 엘리트들이 전통적으로 가장 선호해온 일자리다. 왕조시절은 물론 공산정권 출범 이후에도 계속돼온 이 상황이 근래 바뀌었다. 1978년 개혁을 단행한 중국이 시장개방·외자유치에 나서 ‘세계경제의 엔진’이 된 뒤 벌어진 일이다. 손튼 교수는 “얄궂게도 중국의 28년 개혁 정책이 인재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줬고, (중국은 정부 내 인재 부족으로) 다음 개혁에 착수하기 어렵게 됐다”고 분석했다.
상무부·외교부 등은 졸업생들에게 인기가 있지만, 부처에 들어갔다고 해서 처음부터 중앙에서 일하긴 힘들다. 손튼 교수는 “중앙정부 취직을 원하던 제자가 하나 있었는데, 갈 수 있는 곳이 지방정부 말단직밖에 없다는 걸 알고 공무원 되기를 단념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게다가 ‘잘 나가는’ 중앙 정부 직원들마저 높은 봉급을 좇아 외국기업이나 타 기관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외교부에서 8년 일하다 2004년 팬택의 중국대표부 대표(상무보)로 전격 채용된 천쑤(陳甦·34)씨 사례가 대표적. 최근 외교부가 해외근무 외교관의 월급을 100~150% 인상키로 한 것은 직원들 사기진작 차원이다.
◆공무원 부정·부패로 이미지 악화
공직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도 인재들이 공직을 꺼리는 이유다. ‘지방정부 국장 자리는 80만위안(약 9570만원)’이란 말이 공공연히 나돌 정도로 공직사회의 매관매직(賣官賣職)은 심각하다. 중국 검찰은 작년에만 4만1000건 이상의 부패 사건을 적발했다. 중국 최대 민간 여론조사기관 영점조사공사(零點調査公司)에 따르면, 지방도시민의 43%가 “지방정부에 대해 불만”이라고 답했고, 도시와 지방의 응답자 60% 이상이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 못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벽 허물고 인재 끌어들어야
중국은 갈 길이 멀다. 부패를 뿌리뽑고 경제 성장을 계속하려면 강력하고 독립적인 사법부, 공산당 내부의 민주화 확산, 신뢰할 만한 여론의 수렴 등 많은 개혁 작업이 남아 있다. 손튼 교수는 “현재 중국정부 내 인재 규모는 이런 개혁을 수행하기에 부족하다”며 “중국은 정부와 민간 부문 간의 벽을 허물고 새 식구(외부 인사)들에게도 문호를 열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직의 이해관계와 구시대적 사고방식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역동적이며 안정적인 길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