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연합뉴스) 이돈관 특파원 = 북.미.중 3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들이 31일 중국 베이징에서 7시간에 걸친 깜짝 비밀회동을 통해 6자회담 재개에 극적으로 합의함에 따라 세계의 이목이 또 다시 이곳에 쏠리고 있다.
중국도 광시(廣西)장족자치구 난닝(南寧)에서 중국-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대화관계 수립 15주년 기념 정상회담 당일이자 48개 아프리카 국가가 참석하는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 개막을 하루 앞둔 이날 3국 비밀회동까지 주선하느라 외교적으로 가장 바쁘고 긴박한 하루를 보냈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저녁 7시 자체 웹사이트에 '중.조.미 6자회담 수석대표, 베이징서 비공식 회동'이라는 제목으로 "3국 수석대표가 6자회담 프로세스의 계속적인 추진 문제에 대해 솔직하고 깊이 있게 의견을 교환하고 회담 참여 6개국이 편리한, 빠른 시일 내에 6자회담을 거행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올렸다.
신화통신, 중국신문사 등 중국의 주요 실시간 매체들도 이를 받아 신속하게 보도했으나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부부장 등의 회동 과정이나 장소 등을 포함한 구체적 내용은 일체 밝히지 않았다.
베이징 외교가 일각에서는 며칠 전부터 김계관 부상의 방중설이 나돌았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3국이이처럼 신속하게 6자회담 재개에 합의하고 더구나 북한이 아무런 조건을 붙이지 않았다는데 대해 다소 의외라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김계관 부상은 이날 오전 9시(베이징 시간) 고려항공편으로 베이징 공항에 도착한 후 힐 차관보, 우 부부장 등과 댜오위타위(釣魚臺) 국빈관으로 추정되는 회동 장소에 이동, 힐 차관보와는 작년 11월의 마지막 6자회담 이후 근 1년 만에 힐 차관보와 대좌한 것으로 알려졌다.
며칠 전부터 막후 교섭에 나선 중국은 그 날짜를 중-아세안 정상회담 당일이자 48개 아프리카 국가가 참석하는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 개막 하루 전인 이날 전격적으로 회동을 성사시켜 다시 한 번 민첩한 외교솜씨를 발휘했다.
힐 차관보에 따르면, 그의 이번 베이징 재방문과 3자회동은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확고하게 생각하고 있는 중국의 협상 담당자들이 지난 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에게 요청해 이뤄졌다.
본국의 지시를 받은 힐 차관보는 부랴부랴 호주 방문을 중단하고 베이징을 다시 찾아 한 '정부 기관 구내에서' 무려 7시간에 걸쳐 3자, 또는 양자 회담 형식으로 마라톤 회동을 가진 끝에 북한이 6자회담 복귀를 약속함으로써 20일 이상을 끌어온 핵실험 사태는 일단 대화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