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연합뉴스) 박기성 특파원 = 중국이 또다시 장기 교착에 빠진 6자회담의 돌파구를 열어줌으로써 북한의 핵실험으로 구겨졌던 회담 주최국의 체면을 살렸다.
중국 외교부는 6자회담 중단 만 1년이 되기 직전인 31일 북한과 미국의 수석대표를 베이징(北京)으로 불러 3자 비밀회동을 주선한 뒤 6자회담 조기 재개 합의를 전격 발표했다.
북한이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고 핵실험을 감행할 때까지만 해도 6자회담은 북한과 미국의 강경 대치 속에 재개가 더욱 힘들어질 것처럼 보였지만 이 모든 것이 중국의 외교 성과를 빛내는 소도구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중국은 지난해 7월 1년여의 교착을 깨고 4차 6자회담 재개를 성사시킬 때도 베이징에서 북미 양자 비밀회동을 주선해 전격적인 합의를 이끌어 냈다.
아직 북한이 합의내용에 대한 공식 발표를 하지 않았고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도 합의 발표 후 가진 회견에서 제재와 회담은 별개의 트랙이라고 밝히는 등 새로운 난관이 예고되고 있지만 중국은 일단 대화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했다는 사실에 크게 만족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중국은 그동안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틀이 6자회담이라는 점을 강조해왔고 1년 가까이 교착상태에 빠진 회담을 재개하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여왔다.
북한과 미국의 합의가 어떤 과정을 통해 이뤄졌는지 아직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가운데 베이징의 비밀접촉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중재자로서 중국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의 입장에서 볼 때 자국의 제안으로 만들어진 6자회담 틀을 통해 북핵 문제를 깨끗하게 해결할 수 있다면 국제평화에 기여한 성과물로 내세울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회담 복원을 위한 자세가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
동북아를 포함한 세계 안보구도로 볼 때도 한반도의 평화.안정은 중국의 발전에 필수적이다. 특히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10년 상하이(上海) 국제박람회 등 새로운 도약을 위한 행사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서둘러 안보불안을 제거해야 하는 다급함도 작용했다.
중국은 그같은 외교적 시너지 효과를 얻기 위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미국과 북한을 상대로 '특사외교'를 펼쳐 6자회담 조기 재개 합의라는 1차적인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이 6자회담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의 협상 테이블을 마련한 것은 근본적으로 혈맹관계인 북한을 설득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북한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채널이라는 점,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강력한 지렛대를 가지고 있다는 판단이 그 요소로 꼽힌다.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활용한 중국의 북한 길들이기가 향후 펼쳐질 6자회담 테이블에서 어떤 성과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