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고정투자 지표 곳곳서 모순..통계 산출방식 개선해야]
중국정부가 경기과열 억제책의 근거로 삼았던 투자 지표에 모순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중국 정부의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연간 투자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45%가 넘는다. 이는 경제 호황으로 흥청거리던 1997년 금융위기 이전 동아시아의 투자 규모를 능가하는 수치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중국의 투자가 과잉인지 여부를 떠나 통계 수치를 가지고 정책을 판단할 경우 오류를 범할 소지가 크다고 2일(현지시간) 지적했다.
◇ GDP 구성요소 모순
중국의 연간 투자 규모가 GDP의 45%에 이른다는 수치는 상당부분 과장된 것이다. 통계적 오류를 감안하면 이 비율은 대폭 감소한다.
GDP와 고정투자 증가율이 상호 모순되기 때문이다. GDP증가율이 지금과 같이 11%를 유지한다고 가정할 때 고정투자가 25%늘면 소비나 순수출 등 GDP를 구성하는 다른 변수의 증가율은 0%이 돼야 한다. 즉, 0.45×0.25×100=11.25이 된다.
그러나 이 추론과 달리 소비지출과 순수출로 늘어난 GDP 증가율 6%포인트(기여도)를 감안하면 GDP 증가율은 17%가 돼야 한다. 즉, 현 GDP증가율(11.25%)보다 크게 높아진다.
◇ 앞뒤 안맞는 저축, 투자통계
저축과 투자 관련 통계도 모순된다. 이론적으로 저축에서 투자를 빼면 경상수지 흑자액과 같아야 한다. 저축 중 일부가 투자되고 나머지는 해외에 수출함으로써 국가 경제의 수요와 공급이 일치되기 때문이다.
중국의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는 7%를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GDP대비 투자 비율(45%)을 더하면 저축률(GDP 대비 저축)은 52%가 돼야 한다. 하지만 세계은행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저축률은 44%에 그쳤다.
반대로 세계은행의 추정이 맞다는 가정아래 저축률에서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을 뺀 수치, 즉 GDP 대비 투자율은 37%가 된다. 중국 통계청이 발표한 45%보다 8% 포인트 낮은 셈이다.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인 홍 리앙은 이 같은 추론을 근거로 중국의 투자 관련 통계가 상당부분 과대평가돼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 투자 과대, 소비 과소 계상
그렇다면 중국의 투자 통계가 이렇게 과대 평가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전문가들이 주시하는 중국의 월간 고정자산 투자는 중국 기업들의 전체 자본지출을 토대로 산출된다.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한다. 전체 자본지출액에는 부동산 매입자금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즉, GDP에는 포함되지 않는 부동산 매입자금이 고정자산 투자에는 포함돼 고정투자 수치가 커지는 것이다. 물론 GDP를 계산할 때 이 부동산 자금은 제외된다.
리앙은 최근 중국의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부동산 매입자금에 대한 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가 실제보다 부풀려지는 반면 소비자지출은 과소 계상된다. 서비스 부문에 대한 지출은 GDP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소비의 과소평가는 투자 통계보다 더 심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중국의 실제 GDP는 통계보다 더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리앙은 이 같은 추정이 사실이라면 중국의 GDP 대비 실제 투자비율은 36%~40% 정도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 자본 수익 및 한계생산성도 삐끗
중국의 투자가 과잉이라는 주장을 부인하는 또 다른 수치는 자본수익률이다. 세간의 우려대로 중국이 과잉투자에 빠져 있다면 자본수익률은 떨어져야 한다. 하지만 세계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기업의 자본수익률은 오히려 급상승하고 있다. 자본수익률 상으로도 과잉투자는 아닌 셈이다.
전문가들이 과잉투자 근거로 제시하는 자본 한계생산성의 역수(ICOR)에도 문제가 있다. 생산량을 한 단위 늘리기 위해 추가로 필요한 자본량(자본의 한계생산성)의 역수는 클 수록 투자 수익성이 좋다는 얘기다. 하지만 ICOR을 인도와 비교할 경우 상식과 달리 중국이 인도보다 투자 수익성이 떨어지는 결과가 나온다.
◇ 中 통계부터 개선해야
물론 자동차, 철강 등 중국의 일부 산업이 과잉투자의 함정에 빠져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몇몇 통계로 근거로 중국 전체가 과잉투자에 빠져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과장된 것이다. 앞서 제시한 여러 이유를 감안할 경우 중국의 투자는 세간의 우려만큼 심각하지 않다.
잘 알려져 있듯 중국은 세계 최초로 주판을 발명한 나라다. 과잉투자를 논하기에 앞서 중국의 통계산출 방식의 개선을 요구해야 할 것이라고 FT는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