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런타인 데이의 기원
밸런타인 데이는 매년 2월 14일, 연인들이 서로에게 초콜릿을 주며 사랑을 나누는 날로 현대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특히 한국, 중국과 일본에는 여성이 좋아하는 남성에게 초콜릿 등 특별한 선물을 통해 사랑을 고백하는 날로 알려져 있다. 반면, 몇몇 서양 국가에서는 성별과 관계를 떠나 이웃에게 초콜릿 등 선물을 나눠주는 풍습도 존재한다. 세계 곳곳에 비슷하면서도 다른 풍습이 있는 만큼 밸런타인 데이는 모두에게 의미 있는 날이지만 정작 밸런타인 데이의 유래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편이다.
밸런타인 데이의 유래에 대한 다양한 추측과 의견이 존재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유력한 유래는 바로 성 밸런타인 신부에 대한 이야기이다. 로마의 황제 클라우디우스 2세는 군인들의 군기 문란 등을 우려해 모든 군인의 결혼을 엄격히 금지했다. 하지만, 로마 가톨릭 교회의 성 밸런타인 주교는 황제의 명령을 어긴 채 군인들의 혼인을 허락했고 주례를 섰다는 이유로 270년 2월 14일 사형 당했다. 밸런타인 데이는 서로 사랑하지만 결혼을 하지 못하는 남녀를 불쌍히 여기고 사랑을 우선했던 성 밸런타인 주교를 기념하기 위한 날이다.
밸런타인 데이, 일본에 상륙
한국을 포함한 여러 아시아 국가들은 밸런타인 데이를 여성이 남성에게 초콜릿 등을 선물하는 날로 기억하고 있다. 이러한 풍습은 어떻게 생겼고 어떻게 아시아 사람들에게 전파되었을까? 사랑하는 사람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는 서양의 밸런타인 데이 풍습은 19세기 영국 캐드버리사가 선물용 초콜릿 상자를 출시하면서 상자에 담을 선물을 주고받자고 홍보하면서 시작되었다.
20세기 초, 일본에 있던 선교사를 통해 일본인들 사이에서 이 풍습이 처음 등장했다. 이에 1936년, 일본의 ‘고베 모르조프 제과’는 “고마운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초콜릿을 선물하자”는 슬로건과 함께 밸런타인 데이 이벤트를 시행했다. 하지만, 밸런타인 데이의 의미를 이해하고 기념하는 사람들이 부족했다는 점에서 모르조프의 밸런타인 데이 이벤트는 당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여성이 남성에게 초콜릿을 주는 문화의 탄생
전쟁이 끝나고 1958년, ‘메리 초코’라는 양과자점은 ‘메리의 밸런타인 초코’라는 상품과 함께 본격적인 밸런타인 데이 사업을 시작한다. 그 당시 고급 간식으로 분류되었던 초콜릿은 주로 백화점에서 판매되었다. 그러나 ‘메리의 밸런타인 초코’은 다른 경쟁사의 초콜릿과 별 차이점이 없어 대중의 관심을 끌지 못했고 결국 실패로 끝났다.
이에 메리 초코는 항상 선물을 주는 것은 남성, 받는 것은 여성이라는 시대적 상황으로부터 새로운 마케팅 아이디어를 얻었고 “밸런타인 데이에는 여성이 남성에게 초콜릿을 선물해요”라는 문구와 함께 캠페인을 시작하게 된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마케팅 전략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했지만, 전국적으로 확산되지는 못했다.
1960년, 일본 모리나가 제과는 캠페인을 열어 여성이 남성에게 초콜릿을 통해 사랑 고백을 하는 문화를 전국적으로 홍보한다. 또한, 남녀차별이 심하고 가부장제 사회였던 일본은 1960년대에 들어서 여성 해방 운동 열풍이 유입되기 시작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으로 확대되기 시작한 여성 해방 운동 열풍은 일본 사회에도 큰 붐을 일으켰고 여성 인권 향상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 속 여성도 적극적으로 남성에게 마음을 고백할 수 있다는 생각이 강해지면서 일본식 밸런타인 데이의 문화는 많은 여성들 사이에서 유행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여성이 남성에게 초콜릿을 주며 마음을 고백하는 문화, 즉 일본식 밸런타인 데이가 일본 사회에 정착하게 된다.
오늘날의 밸런타인 데이
1980년대 중반, 일본과 한국의 민간교류가 활발히 진행됨과 동시에 일본의 밸런타인 데이 문화는 한국으로 유입되었다. 하지만, 밸런타인 데이에 선물을 주고받고 하는 문화에 대해서 사람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밸런타인 데이에 선물을 교환하는 것이 더 이상 마음의 표현이 아닌, 강제적인 상술에 이용되는 것에 가까워 남녀 모두에게 부담감을 주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이러한 밸런타인 데이 문화는 일본 제과업체에서 이익을 위해 만든 상업적인 날이라며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초콜릿과 같은 선물을 교환하는 문화를 떠나 남녀가 특정일을 통해 서로 솔직한 마음을 고백하는 것은 그 자체로써 매우 의미 있는 행동일 것이다.
학생기자 박준용(상해한국학교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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