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IBM, 월마트 등 미국계 외자기업이 중국에서 관리들에게 뇌물을 뿌려대며 시장질서를 어지럽히는 주범이 되고 있다고 친중국계 홍콩 일간지 문회보(文匯報)가 10일 보도했다.
신문은 또 지난 10년간 중국에서 발생한 50만건의 부정부패 사건 가운데 64%가 외자기업이 연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최근 중국에서 대두되기 시작한 반(反) 외자 정서를 대변하고 있다.
최근 법원에서 15년 징역형을 받은 장언자오(張恩照) 전 중국 건설은행장은 지난 2002년 은행의 새 IT(정보기술) 시스템 도입과 관련해 미국 IBM사로부터 22만5천달러(약 2억1천만원)의 뇌물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반부패 전문가는 이번 IBM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며 다국적 기업의 중국시장에서 뇌물공여 행위가 거의 관례화되다시피 했다고 말했다.
2003년 12월 월마트도 윈난(雲南)성 무역 담당 간부의 부인에게 10만위안(1천200만원) 상당의 `선물'을 전달했으며 지난해 5월엔 미국 의료진단설비기업 DPC의 자회사인 톈진(天津) 더푸(德普)도 중국 의사들에게 162만3천달러(15억원)의 뇌물을 뿌린 사실이 적발됐다.
이 전문가는 "중국에 투자한 다국적 및 외자기업이 중국 경제발전에 큰 공헌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상당수 외자기업이 뇌물공여, 불량상품 생산, 세금포탈, 근로기준 위반 등을 저지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 진출한 외자기업이 매년 중국에서 빼돌리는 조세포탈액이 300억위안(3조6천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치를 내놓기도 했다.
또다른 전문가는 "외자기업의 뇌물공여는 시장의 공정경쟁 원칙을 해치고 시장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로 중국기업이 최대 피해자가 될 수 밖에 없다"며 지적했다.
그는 "일부 외자기업의 중국 관리에 대한 뇌물공여는 정치적 목적을 띠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고의로 중국 공무원들에 대한 신임을 잃게 해 중국내 `색깔혁명'을 일으키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