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혈견이란 다치거나 병든 반려견들에 수혈용 혈액을 공급하는 개들이다. 한국은 아직 반려동물 헌혈 문화가 정착해있지 않아 거의 공혈견을 통해 필요한 수혈용 혈액을 공급받는다. 몇 군데 대학병원에서는 소수의 공혈견을 기르고 있지만, 대부분의 공혈견과 개 혈액은 민간 독점업체인 한국 동물혈액은행에서 관리한다. 세계 동물혈액은행은 공혈견의 몸무게가 27kg 이상이어야 하고, 6주가 지나야 다음 채혈을 할 수 있으며 몸무게 1kg당 16mL의 혈액을 채혈해야 한다는 조건들을 정했다.
하지만 한국 동물혈액은행은 채혈하기 위한 기준들을 아직 안 정해놨다고 한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 관리되는 공혈견의 삶은 매우 가혹하다. 물론 공혈견의 혈액이 많은 개의 목숨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오로지 수혈을 하기 위해 태어난 아이들이 제대로 먹지도 못하는 열악한 환경에서 길러진다는 것이 윤리적으로 용납하기 매우 어려운 사실이다. 수백 마리의 대형견을 뜬 장에 키우고 잔반과 더러운 접시에 담긴 물을 먹이며 채혈을 한다는 사실이 뉴스에 밝혀져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준 적도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 헌혈견협회’가 2018년에 성립되었다. 한국헌혈견협회는 건국대 부속 동물병원과 현대자동차와 함께 반려견 헌혈 캠페인을 하고 있으며 헌혈한 개는 ‘도그너(Dog + Donor)’ 라는 명예로운 명칭을 갖는다.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와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이미 반려견 헌혈센터가 많이 있고 헌혈견들을 위한 혜택과 명확한 채혈 관련 기준이 존재한다.
반려견들이 헌혈하면 장점들도 많이 있다. 소형견은 헌혈하고 싶어도 못 하지만 평소에 건강검진 비용이 꽤 많이 드는 대형견들은 헌혈할 때마다 무료로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다. 헌혈하기 전 실행하는 전반적인 혈액 검사와 심장사상충 검사가 개들이 미래에 걸릴 수도 있는 더 큰 질병을 막게 도와준다. 또한, 가끔 헌혈하는 것은 적혈구 생산을 자극해 피를 더 많이 만들어내며 대사도 활성화해준다. 하지만 헌혈을 하기 위해서 거쳐야 하는 준비 과정들도 있다. 헌혈하기 2주 전부터 강아지들이 복용하고 있는 약과 예방접종을 중지하고, 8시간 전부터 금식도 해야 한다.
헌혈한 개들에는 도그너 라이선스와 도그너 조끼 등 기념품을 주며 후원사가 각종 사료나 애견용품을 선물 주기도 한다. 하지만 선물은 오로지 개들에만 주어지고 주인에게는 아무런 금전적 보상도 없다고 한다. 반려견 헌혈을 하기 전 ‘아임 도그너’ 홈페이지에 들어가 신청을 해야 하고 검진을 받은 후 건강에 이상이 없어야 헌혈이 가능하다. 한국 헌혈견협회에 의하면 국내 대형견은 10만 마리를 넘을 거라 추정되는데 대형견 3,600마리가 1년에 한 번씩만 헌혈하면 공혈견이 더는 필요하지 않을 거라고 한다.
반려견이 헌혈하면 공혈견이 뜬 장에서 평생을 보내는 대신 화목한 가정에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며 헌혈을 하는 개들에도 장점이 많아 안 할 이유가 없다. 동물을 사랑하고 동물 복지의 발전을 위해 힘쓰고 싶다면 반려견을 데리고 헌혈을 해보는 것도 매우 좋은 생각이다.
학생기자 김소이(SMIC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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