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한국 사회에 n 번 방 사건, 미투 운동 등 중대 규모의 성범죄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재발 방지 대책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실효성 있는 대책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성범죄자 솜방망이 처벌에 대한 논란도 여전히 끊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웃 나라 중국의 상황은 어떨까? 중국의 성범죄 처벌 기준과 판례에 대해 알아본다.
형법 상 최대 사형까지 구형 가능
중국 형법 제 236조에 따르면, 여성을 폭력, 협박 또는 기타 수단으로 강간한 경우 3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을 구형할 수 있다. 또한 ①부녀자, 어린 여성을 강간한 경위가 악랄한 경우 ② 여러 명의 부녀, 어린 여성을 강간한 경우 ③ 공공장소에서 부녀자를 강간한 경우 ④ 2인 이상이 집단 강간한 경우 ⑤ 피해자에게 중상, 사망 혹은 기타 엄중한 결과를 초래한 경우, 사건이 이상의 조건에 속한다면 10년 이상의 징역, 무기징역, 최대 사형까지 구형할 수 있다.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에 대한 형벌 기준 역시 명시되어있다. 중국은 성행위의 대상자가 14세 미만의 미성년자일 경우, 합의 여부에 상관없이 사형을 선고할 수 있다. 실제로 최고인민법원은 2009년부터 2011년 6월까지 2년간 여학생 7명을 성폭행하거나 성추행하고 음란 동영상을 촬영한 초등학교 교사 바오에 대해 사형을 선고한 적이 있다.
2019년엔 미성년자 성폭행으로 한 기업의 CEO가 사형 됐다. 톈웬몐예(天源面业)의 CEO 자오즈용(赵志勇)은 25명의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입건되었다. 25명의 미성년자 중 14명은 14세 이하였으며, 가해자는 자신의 회사에 어린 소녀들을 고용해주겠다며 속여 이와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범죄 행각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무려 2년에 걸쳐 이어졌고, 2017년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인터넷에 밝히며 수사가 시작됐다. 이후 범죄 혐의가 인정되어 허난성 카이펑시 중급인민법원은 사형을 구형했고, 선고 후 6개월 만에 형이 집행되었다.
중국 최고의 재판 기관, 중국 최고 인민 법원 (출처 : 바이두)
중국 內 ‘N 번 방 사건’ 처벌은?
미성년자 성 착취로 우리 사회를 큰 충격에 빠뜨렸던 이른바 “N 번 방 사건”과 유사한 사건이 중국에도 있었다. 올해 3월, 중국에서 협박을 통해 강제로 찍은 아동의 나체 사진과 영상이 업로드된 불법 음란물 사이트가 대거 검거됐다. 검거된 사이트 모두 가입자가 돈을 지불하고 다운로드받는 형식으로 운영이 이뤄졌다.
충격적인 사실은 한 사이트의 가입자가 무려 860만 명이었다는 것이다. 사이트는 128~238위안(약 2만2000~4만 원)의 입장료를 받았고, 등급제로 운영됐다. 이들은 사이트 서버를 중국 외 국가에서 두어 단속망을 피해갔으며, 유명 블로거의 고발로 실체가 드러났다. 이와 같은 불법 사이트 및 사이트 운영자에 대해 수사 당국은 빈틈없는 수사를 선전포고했다. 해당 사건의 판결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이다.
가입자가 860만 명에 달하는 불법 음란물 사이트(출처 : 바이두)
중국도 성범죄자 솜방망이 처벌 논란
반면 중국에도 성범죄자의 낮은 형량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지난 6월, 9살 여아에게 성폭행을 저지른 부동산 재벌이 고작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가해자 왕전화(王振華)는 중국 유력 부동산 개발업체 신청 홀딩스의 CEO이며, 신청 홀딩스(新城发展)의 한 해 매출은 548억 위안(약 9조 3000억 원) 규모이다.
9세 아동 추행죄로 체포된 가해자 왕전화(王振華)(출처 : 바이두)
가해자의 친구로 알려진 여성 저우씨는 디즈니랜드에 놀러 가자며 9세 여아를 유인해 왕 씨가 있는 호텔로 데려갔고, 그곳에서 왕 씨는 범죄를 저질렀다. 피해 아동이 본인의 어머니에게 전화해 바로 피해 사실을 알렸고, 이를 통해 범죄 사실이 드러났다.
범죄에 계획성이 있었다는 점, 그리고 피해자의 나이가 매우 어리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무거운 형벌을 받아야 마땅하지만, 중국 법원은 가해자에게 강간죄가 아닌 아동 추행죄를 적용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중국 형법상 14세 미만 청소년 대상 성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에게는 사형까지 구형할 수 있지만, 아동 추행죄의 경우 최대 형량이 징역 5년이기 때문이다. 아동은 성기가 파열되는 피해를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성인 소설 집필(징역 10년)보다도 가벼운 형벌 판결에 누리꾼들은 공분했다.
왕 회장의 솜방망이 처벌에 분노한 네티즌(출처 : 바이두)
강한 처벌이 성범죄 예방의 유일한 대책은 아니지만, 필요 이상으로 범죄자의 입장이 고려되는 판결과 지나치게 낮은 형벌은 사회적으로 또 다른 파장을 일으킨다. 범죄로 인한 상처로 피해자는 긴 시간을 고통 속에 살아야 한다. 솜방망이 처벌은 피해자에게 또 다른 상처를 주는 2차 가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기억했으면 한다. 성범죄는 우리 사회에 반드시 근절돼야 할 중대 범죄이다. 제대로 된 수사와 상식적인 판결이 당연시되는 사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학생기자 서은진(저장대 국제경제무역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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