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양=연합뉴스) 조계창 특파원 = 닝푸쿠이(寧賦魁) 주한 중국 대사가 "중국은 백두산(중국명 창바이산.長白山)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단독으로 추진하지 않겠다"고 잇따라 밝혀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닝 대사는 이달 9일 인천대 초청강연에서 "국경에 걸쳐 있는 산맥은 관련국가(북한)와 합의해 공동으로 등재해야 한다"고 밝힌 데 이어 16일 서울대 국제대학원과 중국연구소가 공동으로 주최한 특별강연에서도 "중국 단독으로 창바이산을 등재하지 않겠다"고 언급했다.
중국 정부를 대표해 한국에 주재하고 있는 닝 대사의 이 같은 발언은 그간 독자적으로 백두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해왔던 지린(吉林)성 정부의 움직임에 일단 중앙 정부가 제동을 건 것으로 풀이된다.
지린성 정부는 작년 7월 창바이산보호개발구관리위원회(이하 관리위)를 성 직속기관으로 설치하고 2008년 백두산의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의욕적으로 추진해왔으며, 백두산에 2018년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국제 관광지로서 백두산의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 주력해왔다.
또 올해 1월 중국의 국가건설부가 처음으로 발표한 국가 자연·문화유산 17개 가운데 백두산이 2위를 차지한 것도 지린성 정부를 고무시키는 데 톡톡히 한몫을 했다.
지린성 정부는 지난 9월 초 창춘(長春)에서 개최된 제2회 동북아투자무역박람회 행사의 일환으로 우이(吳儀) 부총리의 백두산 방문을 성사시키는 등 중앙 정부 차원의 지지를 획득하는 데도 주력했다.
지린성 정부는 특히 중국 정부가 추진 중인 동북진흥계획의 일환으로 백두산의 관광자원화가 낙후된 경제 발전에 상당히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워 중앙 정부를 설득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런 노력은 한국의 강력한 반발을 초래한 가운데 중국 정부 내부에서도 주변국과 외교적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추진력이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지린성 건설청과 관리위가 지난 7월 8∼16일 리투아니아 빌니우스에서 개최된 제30차 세계유산위원회 총회에 공동으로 파견한 연구팀 조차도 "창바이산의 세계유산 등재에 매우 불리한 조건이 형성되고 있다"는 비관적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 보고서는 유네스코가 국가별 매년 등재신청 건수를 2건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이미 33곳을 등재시킨 세계유산대국 중국에 대한 각국의 견제심리가 발동할 가능성이 크고 한국이 올해 10월부터 세계유산위원회 위원국으로 활동하게 된 점 등이 백두산의 세계유산 등재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했다.
북한 역시 중국의 백두산 세계유산 등재 추진 움직임에 공식적 반응을 보인 적은 없었지만 내부적으로 반발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관리위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신청을 위해 북한 국적의 재일교포가 운영하는 백두산 지역의 한 호텔을 철거하려고 시도하자 "일방적 철거 통보는 유감"이라는 입장을 지린성 정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중국 정부가 오는 2007년 2월까지 제출해야 하는 국가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구이저우(貴州)성 카르스트 지구대와 광둥(廣東)성의 명대 건축물 카이핑다오루(開平조<石+周>樓) 등 2곳을 선정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백두산의 2008년 세계자연유산 등재는 이미 물 건너간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중국의 한 외교소식통은 17일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이들 목록이 그대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 제출될 것으로 보이지만 백두산이 2008년 등재 후보에서 빠졌다는 것일 뿐 중국이 관련국과 협의를 통해 2009년 이후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