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범중국권 증시가 기업공개(IPO) 규모에서 미국과 영국을 압도하면서 세계 금융중심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지는 시장 조사기관인 딜로직의 자료를 인용해 올들어 1∼10월까지 중국과 홍콩 등 중화권 증시의 기업공개 규모가 431억달러에 달했다고 27일 보도했다.
이는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 아메리카증권거래소(AMEX)를 합한 총 기업공개 규모 383억달러보다 많고 영국증권거래소(LSE)와 영국 중소기업용 증시인 대안투자시장(AIM) 등 영국증시의 213억파운드(약 405억달러)를 웃도는 것이다.
중국 증시는 5년 전만해도 기업공개 규모가 73억달러에 불과했으나 이젠 세계 금융중심지인 뉴욕과 영국 런던을 위협하는 대체시장으로 급성장했다. 5년전 영국 증시의 기업공개 금액은 140억달러였고 미국증시는 460억달러에 달했다.
기업공개란 기업이 상장 등의 절차를 밟기 위해 외부 투자자들에게 처음으로 주식을 공개 매각하는 것을 말한다.
홍콩·상하이·선전 등 중화권 증시의 기업공개 급증은 지난 10월 중국 최대은행인 공상은행의 증시 상장의 힘이 컸다. 공상은행의 기업공개 금액은 219억달러로 세계 기업공개 사상 최대규모였다. 또 영보황금·금영상모그룹·대련항만·중국은행 등의 기업공개도 올해 이뤄졌다.
이안 카튼 퍼시픽림 사장은 “219억달러에 달하는 공상은행의 기업공개가 홍콩시장에서 이뤄진 것은 더 이상 기업들이 대규모 자금 조달을 위해 런던이나 뉴욕으로 갈 필요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이어 “중국 증시는 이제 충분히 성숙했고 투자자들도 기업의 투명성이나 지배구조에 대해 안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까지만 해도 초대형 외국 기업들은 뉴욕증권개래소(NYSE)나 나스닥에 이름을 올리는 것으로도 뉴욕에 기반을 둔 헤지펀드들의 관심을 모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더이상 뉴욕만이 최적은 아니라는 것.
FT는 “미국 정책당국자들이 기업들의 미국내 기업공개 기피현상을 초래한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이어 “지난해 기업공개를 한 자산 상위 25개사 가운데 단 한 곳만 뉴욕증시에서 이뤄졌다”면서 “미국 정부와 감독당국이 회계부정을 방지하기 위해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는 샤베인-옥슬리법(Sarbanes-Oxley Act)의 단점을 개선하고 감독을 단순화하는 등 외국기업들에게 친화적으로 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하지만 “세계 투자자금이 중화권으로 몰리는 거대한 재조정 물결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