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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스토리 in 상하이] 중국 은행

[2021-09-23, 11:22:00] 상하이저널
작년 이맘때 둘째 아이가 로컬 중학교에 입학했다. 입학 통지서를 받고 학비를 내기 위해 학교에서 지정한 농업은행으로 가서 계좌 개설 신청을 했다. 그런데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계좌를 열 수가 없다고 한다. 나는 이미 12년 전에 만든 농업은행 카드가 있었지만 사용하지 않아 정지가 된 상태였다. 그래서 예전에도 만들었는데 지금은 왜 만들 수 없냐고 물으니 예전과는 달라졌다고 한다. 

아이 학비를 내야 해서 반드시 계좌를 열어야 한다고 하니, 은행 직원은 바로 학교와 전화 통화를 한 후 현금으로 내면 되니 계좌 안 만들어도 된다고 안내를 해준다. 암만 한 학기에 한 번이지만 아이한테 현금을 들려 학교를 보내는 게 영 찜찜할 수가 없었다. 학교 계좌로 이체를 할 수도 없고, 오로지 현금만 된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첫 학비는 현금을 들고 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내야 하는 것이 학비뿐만이 아니었다. 매달 식비 역시 현금으로 들고 가서 내야 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인터넷뱅킹으로 납부를 하고 캡처해서 올리는데 우리 아이만 현금을 들고 가야 하니 볼 때마다 마음이 영 편치 않았다. 

그래서 나는 다시 은행을 찾아가 계좌를 열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물었다. 농업은행은 일반 은행과는 달라 외국인이 계좌를 연다 해도 몇 달이 걸린 지 모른다고 한다. 몇 달이 걸려도 좋으니 신청하겠다고 고집을 부렸고 은행에서 요구하는 7가지의 서류를 준비해 계좌 신청을 했지만 한 학기가 다 지나갈 무렵 서류심사에서 떨어졌으니 서류를 다시 찾아가라는 통보를 받았다. 나는 또다시 직원을 물고 늘어지며 다른 방법이 없는지 물었다. 내가 포기할 것 같지 않자 직원은 처음 카드 개설했던 영업점은 지금 없어졌으니 그 구역 큰 지점으로 가서 카드를 살려보라고 귀띔해 준다. 

겨울방학이 끝나고 정지된 카드를 들고 우중루 지점을 찾아갔다. 거두절미하고 오랫동안 사용 안 한 카드를 살리려고 왔다고 하니, 창구 직원 역시 거두절미하고 안 된다고 한다. 카드가 멀쩡히 있는데 왜 못 살려 주냐고 돼 물으니 그제서야 많은 서류들이 필요한데 그게 없어서 안된다는 거다. 그래서 먼저 은행에서 다시 받아온 서류를 딱 내밀었더니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거절할 명분이 없어졌으니 살려줄 수밖에. 이렇게 두 시간 반에 걸쳐 카드를 다시 살려냈다. 

카드를 살렸으니 인터넷뱅킹만 신청하면 끝이다. 나는 다시 창구 직원에게 인터넷뱅킹을 신청한다고 하니 또 안될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니 카드가 있는데 인터넷뱅킹이 왜 안 된단 말인가?! 핸드폰에 앱 깔고 로그인만 하면 되는 거 아닌가? 카드는 카드고 인터넷뱅킹은 외국인이 신청해서 통과된 사례가 거의 없다고 한다. 진짜 넘어야 할 산은 이제부터였던 것이다. 카드를 살리려 준비했던 서류보다 더 많은 서류가 필요했고,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그래도 어쩌랴 앞으로 3년을 넘게 다녀야 하는데 매달 현금을 들고 다니게 할 순 없지 않은가?

‘여기서 안되면 또 더 큰 지점 찾아가지 뭐….’

열 가지가 넘는 서류를 접수 시키고, 신청 사유에는 학교에서 이제 더 이상 현금으로 수납을 할 수 없어 인터넷 뱅킹 신청을 못하면 학교에 못 다니게 된다고 살짝 뻥을 쳐놓고 결과를 기다렸다. 중국 친구들한테 농업은행 스토리를 얘기해 주었더니 다들 이렇게 오래 걸리는 건 말도 안 된다며 고객센터에 전화해서 따져보라고 한다. 

8월이 되자마자 나는 바로 농업은행 대표번호에 전화를 걸어 이렇게까지 오래 걸릴 수가 있냐며 항의를 했다. 외국인이라 어쩔 수 없다는 답변과 함께 신청했던 은행원과 다시 한 번 통화를 해보라며 자기네들은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한다. 고객센터에 항의하면 뭐가 좀 풀릴 줄 알았더니만, 플랜 B 실패.

다시 우중루 지점에 전화를 걸었지만 담당자가 휴무란다. 전화 받은 직원에게 구구절절 하소연을 했더니 담당자가 출근하면 반드시 전해 줄테니 조금만 더 기다려 보란다. 그 후로 3일 뒤 드디어 담당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심사 통과됐으니 여권 가지고 은행에 와서 인터넷뱅킹 개설하란다. 농업은행 문을 두드린 지 정확히 1년 만이었다. 

이번 학기는 우아하게 인터넷뱅킹으로 납부하고 캡처해서 올렸다.

반장엄마(erinj12@naver.com)


<아줌마 이야기> 코너가 올해부터 <허스토리 in 상하이>로 바뀌었습니다. 다섯 명의 필진들이 상하이 살면서 느끼는 희로애락을 독자 여러분과 함께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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