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청소년 강력범죄가 급증하고 있어서 보다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촉법소년의 비율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어서 촉법소년의 연령을 낮추자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올 8월에 형사정책연구원이 발표한 ‘한국의 범죄 현상과 형사정책’에 따르면 소년범 초범 비율은 줄고 5범 이상의 증가세는 두드러지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촉법소년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기 때문에 제2•제3의 범죄가 발생한다는 인과관계 설정은 타당한 것일까? 강력하게 사회적 제재를 가하면 아동 및 청소년의 심각한 품행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아동 및 청소년의 품행 문제는 파괴적, 충동 조절 및 품행장애와 같은 정신 병리적 차원과 법률적, 도덕적, 사회적 기준에 일탈하는 비행 차원의 문제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전자의 경우 유전적 요인도 있겠지만 어린 시절 애착 관계나 부모의 양육 태도와 같은 가족 요인이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가족 요인 역시 경제적 상황과 교육 등 사회 구조적인 환경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후자 역시 개인적 요인이 있지만 가정, 학교, 또래, 지역사회와 같은 사회환경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게다가 현실 세계의 개인주의와 가상세계의 네트워킹이라는 현대문명의 역설로 인해 대중매체나 SNS와 같은 사회문화적 영향력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아동 청소년의 문제는 각자가 해결해야 할 개인적 문제로 돌리기 보다는 사회의 책임이라는 전제하에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아동 청소년의 품행 문제 역시 이미 일탈한 뒤에 더 강하게 처벌하느냐 약하게 처벌하느냐의 ‘사후 약방문’식 해결이 아니라,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심리적으로나 신체적으로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교육이나 의료 등 기초적인 생활에서부터 배제와 차별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회적 안전망을 튼튼히 하면서 부모교육과 보육 지원이 제도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대다수의 아이들이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교 등 제도권 교육기관뿐 아니라 아이들이 자신의 흥미를 개발하며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성장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힘들고 어려울 때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회적 지원과 지지 시스템도 갖추어 나가야 한다.
‘아이들은 부모의 증세’라는 말이 있다.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 없을지라도 갈수록 거칠어지는 아이들의 품행 문제와 잔혹하고 패륜적인 비행 문제는 ‘우리 사회의 증세’라는데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울 것이다. 모든 아이들은 우리 모두의 미래다. 아이들이 안전하게 자신의 꿈을 키우고 희망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가장 근본적인 대책이 될 것이다.
김건영(thinkingnfuture@gmail.com)
맞춤형 성장 교육 <생각과 미래> 대표
ⓒ 상하이방(http://www.shanghaiba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