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장쑤성 난징시에서 전자부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한국기업 A사의 박모 사장은 얼마 전 황당한 시 정부 공문을 받았다. 공회(노조)가 없는데도 시 정부에 공회비를 내라는 공문이었다.
"말이 됩니까. 공회도 없는데 공회비를 내라니요. 처음엔 잘못 온 공문인 줄 알았어요. 공회 없는 다른 회사들도 비슷한 공문을 받았다는 것을 알고 뭔가 이상하게 돌아간다고 생각했죠. 그렇다고 시 정부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에서 안 낼 수도 없고."
난징시만이 아니다. 한국 기업이 많이 진출해 있는 산둥성 칭다오 기업들도 비슷한 공문을 받았다. 그것도 과거분까지 소급해서 내라는 요구였다. 해당 기업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각 시 정부는 몇 년 전부터 공회가 있든 없든 공회비를 거둘 수 있는 조례를 만들었다. 작년까지는 이를 적용하지 않다가 최근 과거분까지 소급해서 공회비를 내도록 독촉하고 있는 것이다. 공회가 있는 기업도 공회비를 회원 수가 아닌 관리직을 포함한 전 직원을 기준으로 책정했다. 공회비는 임금의 2% 수준이다. 공회가 공산당 조직이어서 공회비는 시 정부 세무국이 거둬 공회에 지급한다. 공회가 없는 기업에서 받아가는 공회비는 세무국이 재량껏 처리한다.
전문가들은 법률적인 다툼으로 가면 공회비를 내지 않아도 무방하지만 문제는 현실적으로 시 정부의 요구를 거부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고 지적한다.
시 조례의 상위법인 중국의 노무관련법에는 공회는 자율적인 조직이며 공회비는 회원들에게서 거둔다고 돼 있어 법률적으로는 문제가 안 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시 정부가 각종 인허가권을 갖고 있어서 한번 눈 밖에 나면 불이익을 당할 우려가 높다.
황재원 KOTRA 칭다오무역관 차장은 "최근 이 같은 공문을 받은 기업들은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되지만 시 정부의 눈치 때문에 문제 제기를 못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렇다고 공회가 없는데 공회비를 내는 것도 말이 안 되고 부담도 크기 때문에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중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최근 공회가 없는 곳에 공회비를 내라는 문제와 더불어 근로시간 변경을 통한 추가 고용 요구 압력이 강해지는 등 노무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며 "이에 대한 실태를 파악 중이며 대응책 마련도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