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금융시장은 놓칠 수 없는 대형 시장"
우리은행 중국 베이징 지점 직원들은 요즘 원·달러 환율이 떨어짐에 따라 월급을 달러화 대신 중국통화인 위안화(인민폐)로 받고 있다.
그러나 직원들은 이 월급을 우리은행 통장으로 받을 수가 없다. 우리은행이 아직 중국 현지에서 위안화 영업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직원들은 자기은행인 아닌 중국은행인 공상은행 계좌에 입금된 월급을 찾아 써야 하는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외국계 은행에 대해 3년간 영업실적이 증빙되고 ,2년간 연속 흑자를 내야 자국 통화인 위안화를 취급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우리은행 베이징 지점 직원들의 이 같은 불편은 곧 없어질 전망이다.
베이징 지점은 이르면 내년 1월 말부터 위안화 영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지난해 300만달러에 이어 올해에도 340만달러 흑자를 낸 데 따른 것이다.
지난 10일 베이징에서 만난 김범수 지점장(48·사진)은 “위안화를 취급하게 되면 영업범위는 물론 수익도 크게 늘 것으로 기대된다”며 “당국이 제시한 규정을 지키는 게 버겁지만, 중국 금융시장은 놓칠 수 없는 대형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의 정치 수도 베이징. 중국 내 다른 도시와 달리 베이징에 외국계 은행이 지점을 만들 때는 당국의 까다로운 허가를 얻어야 한다.
베이징 내 외국계 은행 지점은 ▲홍콩 4개 ▲미국 3개 ▲한국·싱가포르·독일·일본 각 2개 ▲나머지 국가 각 1개 등 모두 26곳(사무소는 99곳). 해외 투자자본의 ‘블랙홀’과 같은 중국이지만, 베이징 만큼은 국가별 영업점수를 고루 안배한 흔적이 엿보인다. 우리나라에선 외환은행이 한중 수교 직후인 1992년 가장 먼저 진출했고, 10여년이 지난 2003년 7월 우리은행이 현지 사무소 없이 곧장 지점을 여는 ‘모험’을 감행했다.
1983년 옛 한일은행으로 입행해 17년간 해외영업을 맡아 온 김 지점장은 “국내은행의 해외영업은 ‘지금 나무를 심어 10년 후에 열매를 딸 수 있다’는 긴 안목을 지녀야 한다”며 “같은 한자 문화권이면서 역사·문화적 공감대가 있는 한국의 은행들이 중국 내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자신했다.
우리은행 역시 첫 단계로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을 타깃으로 삼았다. 지점도 현대자동차의 중국 합작법인이 있는 베이징시 차오양구(朝陽區) 현대밀레니엄빌딩에 위치해 있다. 현재는 현대차를 따라간 국내 하청업체 50∼60곳을 상대로 여신영업(대출액 1억8000만달러)에 치중해 있으나 한중 기업 간 교류가 많아질수록 국내은행의 중국인 고객도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다만, 금리 경쟁력 저하가 영업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지점장은 “이는 국제 신용도와 연관이 있어 하루아침에 극복되는 문제가 아니다”며 “국내은행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투철한 서비스 정신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하겠다”고 강조했다.
베이징=황현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