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없인 하루도 못 살아요.”
중국 런민(人民)대 4학년 장(蔣)모(여) 씨는 모든 물건을 신용카드로 산다. 전동자전거, 정수기, 온수기 등 대학생이 사기에는 비싼 물건을 모두 카드로 그어 샀다. 지갑 속 카드만도 4장. 모두 대학생에게만 발급하는 ‘영(Young)’ 카드다.
카드로 생활용품을 사다 보니 소비가 크게 늘었다. 매달 부모가 부쳐 주는 돈은 1000위안(약 11만8800원). 대학생에겐 충분히 쓰고도 남는 돈이다. 그러나 지난해 카드를 발급받은 뒤 씀씀이가 늘었다. 매달 적자가 쌓이다 보니 1년여 만에 8000위안에 가까운 빚을 졌다. 카드마다 대출한도 2000위안을 모두 쓴 결과다.
장 씨만의 얘기가 아니다.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1∼3장의 카드를 갖고 있다. 카드 탓에 씀씀이가 커진다. 남이 사면 자신도 반드시 사야 하는 경쟁심리와 명품 선호 현상이 겹치면서 대학생의 분수 넘치는 소비는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중화전국학생연합회 연구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대학생의 매학기 평균 지출은 4819위안. 방학 기간을 포함하면 연간 1만 위안이 넘는다. 지난해 중국 주민 1인당 연간 순수입 8462위안을 훨씬 초과한다.
이러다 보니 적잖은 학생들이 카드 빚에 시달리고 있다. 일부는 카드로 대출받아 다른 카드 대출금을 갚는 ‘돌려 막기’로 겨우 견딘다.
그러나 이것도 한계가 있다. 은행마다 규정이 다르지만 돈을 빌린 날로부터 20∼50일 안에 갚지 않으면 매일 5%의 연체금을 물어야 한다. 1년간 연체하면 원금의 18.25배를 갚아야 한다는 얘기다. 카드 빚은 기한 내에 갚아도 연이율 18.25%의 이자를 물어야 한다.
연체금이 이처럼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기 때문에 웬만한 아르바이트를 해선 갚아나가기 힘들다. 일부 여대생은 결국 룸살롱에 나가 몸을 팔기도 한다. 손쉽게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카누(잡奴·카드의 노예)’가 되어가는 대학생들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고 중궈칭녠(中國靑年)보가 25일 보도했다. 카드로 고생해 본 한 대학생은 인터넷에 “(신용카드는) 한마디로 함정이자 올가미요, 꽃뱀이자 달콤한 독약”이라며 동료 대학생들의 주의를 촉구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