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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꽃님 | 우리학교 | 2021년 10월 0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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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진실과 믿음에 대한 이야기이다.
나는 종종 진실에 대해 생각하곤 한다.
진실은 사실 그대로인 것인지,
아니면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만들어지는 것인지.
이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
-이꽃님
17살 소녀 서은이가 학교 공터에서 머리에 벽돌을 맞아 죽어 있었다. 강력한 용의자로 서은이의 절친 주연이가 지목되었다. 서은이가 맞은 벽돌에는 주연의 지문이 나왔다. 주연이는 당시의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자신이 서은이를 죽이지 않은 것만은 분명했다. 하지만 모든 정황과 진술이 주연이가 범인이라고 가리키고 있었다.
주연이는 서은이가 죽기 전에 자신과 크게 싸웠고, 몹시 화가 나서 죽이고 싶은 마음까지 들긴 했지만, 절대 죽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아무도 주연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 부모님도, 변호사도. 결국엔 주연 자신조차 자신을 의심하게 된다.
‘모든 사람들이 다 내가 죽였다고 하는데, 진짜 내가 죽인 게 아닐까?’
같은 학교 학생들의 진술이 이어진다.
-주연이는 예쁘고 공부도 잘하고 부자였어요. 왕따 당하는 서은이를 얼마나 잘 챙겨줬는지 몰라요, 서은이도 주연이를 잘 따랐어요.
-서은이는 주연의 노예였어요. 주연이는 공부도 잘하고 부잣집 딸이라 얼마나 막무가내였다고요. 겉으로는 친구인 척하지만 주연이는 악마였어요, 악마.
사람들은 각자 자기가 생각한 대로, 그게 마치 진실인 양 얘기한다.
200페이지 정도 작은 사이즈의 청소년 장편소설인 <죽이고 싶은 아이>는 스토리가 꽤나 속도감 있게 전개되어 단숨에 읽히는 책이다. 읽는 내내 과연 어떤 친구가 좋은 친구이고, 어떤 친구가 나쁜 친구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또, 나는 어떤 어른인가? 읽고 나서도 머릿속이 살짝 복잡해진다. 주연은 부모한테조차 기대지 못하는 외로운 아이였고, 친구 서은이를 진심으로 좋아했다. 하지만 친구를 대하는 방식에는 분명 문제가 있었다. 서은이는 주연의 요구면 뭐든지 들어주는 착한 친구였지만, 또 다른 속내가 숨어있었다.
나는 주연이의 입장도, 서은이의 입장도 이해가 된다. 환경의 지배를 너무나 많이 받는 나이이기에 이 둘에게 내려진 극과 극의 평가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 역시 사람을 볼 때 한 면만 보고 80%를 확정 짓는다. 그리고 천천히 다른 면도 있다는 것을 알아간다. 나이가 들면서 80%의 확률은 70% 60% 50%로 줄어들고 있지만, 나 역시 10대 때는 100%임을 확신했었을 것이다.
주연이는 정말 서은이를 죽인 걸까? 지금 당장 스포를 하고 싶지만, 혹시라도 읽고 싶은 분이 계실까 봐 자제한다. 작가의 말대로 진실은 사실 그대로인 것인지, 아니면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만들어지는 것인지….
Fact is simple.
박희정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하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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