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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상하이 269] 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

[2025-02-01, 08:33:31] 상하이저널
공지영 | 해냄 | 2023년 12월
공지영 | 해냄 | 2023년 12월
'공지영'이라는 이름은 나에게 나이키, 아디다스와 같은 ‘브랜드’이다.  
고등학교 시절, 동네에 책방이 생기면서 부모님은 내게 한 달에 한 번 책을 살 기회를 주셨다. 그때 고른 책 중 하나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였다. 당시 베스트셀러였고, 후에 영화로도 만들어진 그 책의 저자가 바로 공지영 작가다.  

‘이렇게 날카롭고도 멋진 글을 쓰는 여성 작가가 있구나!’ 싶었다. 글을 읽는데 속이 뻥 뚫리는 느낌, 그 여운이 한참을 갔다. 공지영은 그렇게 내게 믿고 찾는 브랜드가 되었다. 24년 오랜만에 작가님의 새 책이 나왔을 때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주문했다.   

책 제목 <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 만 봐서는 여성 주인공이 나오는 꽤나 스케일이 큰 소설일 것 같았다. 하지만 산문이다. 그러나 어찌 보면 이 책은 공지영 작가의 인생을 타임라인처럼 써놓은 소설 같기도 하다.  모든 것을 정리하고 서울에서 하동으로 내려가 집을 짓고 살던 그녀는, 최근 몇 년 동안 '번 아웃'을 느꼈노라 고백한다. 믿었던 사람에 대한 배신과 절망감, 커다란 사회악에 대해 홀로 싸우는 듯한 힘겨움, 함께 했던 누군가가 하루아침에 세상을 떠나는 허망함을 겪으면서다. 작가는 ‘예루살렘’에 가야겠다는 강렬한 감정을 갖게 된다. 예순 생일을 앞둔 때였다.  

가톨릭 신자인 그녀는 앞서 출간한 책 <수도원 기행 1, 2>에서도 자신의 신앙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이 책은 요르단을 시작으로 예루살렘, 갈릴리 호수, 나사렛 등을 거친 한 달여간의 ‘예루살렘 성지 순례 여정’을 담고 있다.  

아기 예수의 탄생과 고난을 현지에서 온몸으로 느껴본다. 또한 그 누구보다 고독했고, 깊이 사랑했고, 가장 낮아져서 삶으로 가르쳤던 성자들의 흔적들을 쫓아가 본다. 프란치스코와 샤를 드 푸코, 십자가의 성 요한에 매료되어 찾아간 곳에서 생생한 그림을 보고 이야기를 듣는다.  

순례 여정과 함께 책 속에는 공지영 작가의 인생 여정을 담담히 보여준다. 하동에서 만난 ‘동백’이라는 반려견과의 만남은 참으로 영화 같았다. 세 번의 결혼과 성이 다른 세 아이를 키웠다는 몇 줄의 글귀에 그녀의 인생이 얼마나 힘겨웠을까 감히 상상되었다. 글을 발표할 때마다 온갖 종류의 모욕과 악담을 해대는 사람들을 마주했던 작가, 하지만 자신을 아껴준 독자들의 한 마디가 또한 자신을 살렸다며 고마움을 잊지 않는다. 좋아하는 작가(박경리, 박완서 등)들과의 에피소드와 무한 존경도 책 속에 기록되어 있다.   

밑줄 그은 문장들을 옮겨본다. 

“문득 생각했다. 남에게 나 자신을 내어주는 일은 결코 약해지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어쩌면 거대하고 힘이 센 우주 혹은 신과 하나가 되는 일이었다. 조건 없이 무엇을 남에게 주기로 하는 순간 우리는 마치 거센 대양의 조류를 올라타는 조각배처럼 우주의 힘을 얻게 되는 것이리라.  

“어디선가 '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 너는 또다시 소수의 편에 서게 될 것이다...'하는 속삭임이 들리는 듯했다. 하지만 택해야 한다. 그 고독을. 그것이 참된 것이라면….”  

공지영 작가가 예루살렘 순례 여정에서 고독을 마주하며 깨달은 지혜를 배울 수 있는 책이었다. 인생을 흔히 순례길에 비유한다. 모든 순례자들, 새해 다시 힘을 내어 걸어가길 응원하며 글을 마친다.  

김영경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하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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