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자본계정에 대한 위안화태환 허용 등 미국의 환율압력을 감안한 추가 양보조치를 취할 것임을 밝혔다. 중국의 이번 조치는 4월로 예정된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의 워싱턴 방문과 4월15일을 전후해 나올 미 재무부 상반기 환율보고서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또 갈수록 거세지는 미 의회의 반중(反中)기류도 감안한 것으로 분석된다.
◆위안화 완전태환 허용=중국 외환관리국의 쩌우린(鄒林) 자본계정관리사장(司長)은 1일자 상하이증권보와의 회견에서 “자본거래에 대해 위안화가 원칙적으로 태환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고 밝혔다. 그러나 “위안화의 완전 태환은 장기적인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더 많은 중국자본이 해외로 나갈 수 있도록 허용할 방침이라면서 이 경우 중국 기관투자가들이 우선적으로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은 연구검토 단계”라고 선을 그었다.
중국은 현재 경상계정에 한해 위안화의 태환을 허용하고 있으나 자본계정에서는 금지해왔다. 이는 투기성 해외자본 유입으로 인해 가뜩이나 취약한 금융시스템에 충격이 가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당장에 완전태환조치를 하겠다는 것은 아니며 국내투자자들의 해외투자에 대한 제한을 완화하겠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홍콩 소재 HSBC 관계자는 중국이 자본계정에 한해 태환을 허용하는 것이 “개도국이 전형적으로 취하는 환개방의 한 단계”라면서 “이번 조치의 핵심은 넘치는 돈을 해외로 밀어내기 위한 것이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번 조치가 자본이탈을 허용함으로써 위안화에 대한 환율압력을 덜어내려는 것이지만 환 제도를 근본적으로 손질케하려는 미국의 바람과는 궤를 달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중국 금융당국은 자국의 우량 증권사로 하여금 우선적으로 보유외환을 통해 해외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키로 밝힌 바 있다.
◆대중(對中) 압박 강화하는 미국=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4월 방미를 앞 두고 미국은 중국의 환율문제를 집중거론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주 티모시 애덤스 재무부 차관을 베이징(北京)에 보내 위안화 환율에 추가조치를 취하도록 압력을 가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유연한 환율은 중국의 이익에 부합하고 중국경제를 위한 긍정적인 발전이 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스노 재무부 장관도 1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유연한 환율시스템을 위한 진전을 계속하고 있지만 현물시장에서 충분한 환율유연성이 나타나진 않고 있다”며 “중국은 현물시장에서 위안화의 움직임을 좀더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스노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현물시장(Spot Market)’에서 위안화 환율을 거명함으로써 다소 막연했던 기존의 요구를 좀더 구체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미국 관리들은 환율보고서에서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할 것이란 점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애덤스 차관은 “재무부는 아직 환율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았으며 결과를 미리 판단하고 싶지 않다”며 즉답을 회피했다.
한편, 중국은 1일 위안화 가치가 최고 수준으로 상승토록 허용해 미국의 환율압력을 의식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위안화는 이날 한때 달러당 8.0374달러에 거래돼 지난해 7월 21일 달러에 대해 2.1% 평가절상된 후 0.9% 추가상승했음을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