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쳐야 미친다' 광기에 가까운 지독한 `벽(癖)'에 대해서 이야기 한 책의 제목이다. 불광불급(不狂不及)!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 무언가를 이룰려면 그래도 한번쯤은 미쳐봐야 한다는 것인데, 중화권에서의 생활이 어느덧 20여년이 넘어선 나로서는 직접 간접으로 이중언어의 고통에 시달리는 학생들을 많이 보면서 이런 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를 가지게 되었다. 이제 중국학교들의 방학이 시작되면서 학생들이나 부모님들의 정답 없는 방학에 대한 고민도 한층 늘어날 시기인데, 갑자기 이 책 제목이 떠 올라, 이 책에 소개되었던 조선시대의 한 미치광이(?)를 소개하고 중국에서 공부하는 유학생들의 방학생활에 두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조선시대의 김득신이라는 사람은 만번 이상 읽은 문장이 36편이나 되고 만번 이하로 읽은 것은 아예 꼽지도 않을 만큼 미련을 넘어서 미치지 않았나 할 만큼 글을 읽었다고 하는데, 심지어 백이전은 1억1만3천번을 읽었다고 한다. 서산(書算)이라는 도구로 책 읽은 횟수를 표시해 가며 읽었던 그의 책에 대한 광기는, 늘 시간과 다투며 살면서 어른이나 아이나 바쁘다는 말이 입에 달린 현대인들에게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일이다.
그에 대해서는 심지어 `김득신은 지혜가 부족하고, 재주가 몹시 노둔하였는데도 외워 읽기를 몹시 부지런히 했다'라는 글까지 있으니,
`선생님, 어문수업은 들을 수가 없어요'라고 이야기하던 총명하기가 둘째가라면 서러울 P군에게 이 김득신의 이야기를 들려 주고 싶은 겨울방학이다.
미쳐서 이 벽의 수준까지 이르려면 그래도 읽을거리들이 풍성하게 제공되어야 할 터인데, 중국문학작품들이 한국에 소개되어서 번역된 것들이 최근에는 꽤 많이 있다. 우선 고등학교 교과서를 중심으로 한국에 번역되어 있는 책들을 보면, '노신의 `외침', '`축복', `'아큐정전', '`약'이 있고, 극본으로 된 조우와 라오써의 `'뇌우'와 '`찻집'이 각각 있다. 그리고 사마천의 `'사기'와 `'홍루몽'도 현재 고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된 작품이며, 고대시로는 이백이나 두보, 백거이등의 작품을 많이 볼 수 있다.
이외에도 한국에는 한때 노벨문학상 후보에 올랐던 임어당의 산문집들도 많이 출판되어 있으며, 최근에 출판된 것 중에는 미국계 중국작가인 하진의 `'남편 고르기'등도 재미있고 가볍게 접해 볼 수 있는 작품이다.
또한 그래도 중국에 와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중국개황에 대한 책들도 게을리 하지 말고 자주 펴 볼일이다. 중국의 어제와 오늘사에서 나온 '`중국개황'책뿐만이 아니라, 몇 년전에 출간되었던 '`한권으로 이해하는 중국'도 중국에 대해 최소한 코끼리 몸 전체는 한번 더듬어 보는 수준들이 되는 개황책이니, 집안의 화장실에 두고 수시로 읽을 일이다.
종종 부모님들은 방학 내내 비싼 학원 보내면서 공부시켰는데, 왜 저렇게 성적이 오르지 않냐며 한탄과 한숨을 쏟아내시곤 한다. 내일을 위해 좀 더 장기투자를 할 수 있는 오늘이 되었으면 한다. 뭔가 학생 스스로 이 중국에 대해 한번쯤 미쳐보는 방학이 될 수 있도록 올 겨울방학은 중국문학작품들로 집안 곳곳을 채워서, 공부를 하는 학생 당사자뿐만이 아니라, 부모님들도 가세하여 중국을 알고, 그래서 이 곳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좀 더 가깝게 이해하는 뜻 깊은 방학이 되었으면 한다. 그 책에 씌여진 글 귀 하나를 마지막으로 소개한다. `'끝없이 노력하는 자세를 스승으로 모실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