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한국에서 금방 왔다는 아줌마를 만나고는 깜짝 놀랐다. 얼마나 야무지고 당찬지. 자신이 중국 생활에서 목표로 하는 것과 그걸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너무나 구체적이었기 때문이다.
가정보모를 쓰는 것부터, 아이들 학교며 쇼핑 센터며, 시장이며 정보 수집력도 다르다. 입소문을 듣고 몰려다니는 우리와는 달리 인터넷으로 웬만한 정보는 다 수집한 뒤 최종 확인만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듣고 행동으로 나선다. 아이들 교육에 대해서도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사실 우리는 현지에 와서 중국어와 영어, 한국어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느라 헤매고 무엇이 아이를 위해 좋은지 많은 고민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요즘 온 엄마들은 아이들을 어느 쪽으로 키울 것인지를 이미 결정을 해서 학교선택에서부터 과외교사 구하는 것 까지 뚜렷한 주관을 가지고 있다. 돈 쓰는 것도 다르다. 우선 알뜰하다. 그리고 악착같다. 한국의 불경기를 겪다 와서 그런지 돈 한 푼을 쓰는데 헤프지가 않다. 누가 좋다고 한다고 무조건 사지 않는다.
한국에서 금방 온 이런 아줌마를 보면 한국이 많이 변했다는 걸 느끼게 되고 중국에서 이렇게 안이하게 살다 한국에 들어가면 적응이나 할 수 있을까 싶다. 나의 정보 수준과 사고수준은 중국에 오기 바로 전인데 그 동안 한국은 많은 변화를 겪으면서 사람들의 생활방식과 사고방식이 너무나 많이 변해버렸다. 거기다 중국 살며 안좋은 것만 배워서 쓰레기도 분리수거 안하고, 질서도 안 지키게 되고, 택시 타는 걸 당연하게 생각한다. 오랜만에 갔으니 돈 쓰는 것도 절제가 안되고. 발전을 시도해볼까 하고 책도 몇 권 주문해 보지만 단 시간 안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듯하다. 그러고 나서 갑자기 두려워진다. ‘남편이 한국 들어가 살자고 하면 어쩌지.’
사는 곳이 어디든 삶의 자세가 문제일 거라고 생각하며 생활의 변화를 줘야겠다는 생각은 하지만 나쁜 습관은 고치기 힘들다는데 편한 것에 길들여진 생활을 과연 바로 잡을 수 있을까 걱정이다.
정말 진지하게 한국에 갔을 때 닥치게 될 상황을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조선아 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