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시 자녀를 키운다면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다고 한다. 어릴 때에 어떤 떡잎을 만드느냐가 커서 어떤 인물이 되고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하느냐를 좌우한다.
여러 해 전에 홍콩에서 글로벌 로펌의 홍콩 책임자인 미국 변호사 한 분을 만난 적이 있다. 그가 한국어를 꽤 유창하게 구사하는 것에 깜짝 놀랐다. 그는 대학시절 평화 봉사단으로 한국에 와서 몇 년간 봉사활동을 할 때에 한국어를 배웠다고 한다. 그는 다시 미국에 돌아가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하고 변호사가 되었다. 의무도 아닌데 어떻게 한창 공부할 나이에 수년의 기간을 제3국에 가서 봉사활동을 할 수 있었을까? 의아했다.
미국의 필립스 아카데미라는 명문 고등학교의 교훈은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Not for Self)"이라고 한다. 이 학교는 미국 대통령을 위시하여 많은 지도급 인사를 배출한 것으로 유명하며 하버드를 비롯한 유명 대학에 진학하는 명문 코스의 학교로 알려져 있다. 그런 학교의 교육목표가 `학생들이 '봉사하는 삶을 살게 하는 것'이다. 좋은 학교에 진학하고 선망의 직업을 갖는 것은 삶의 방법이지 인생의 목표는 아니다. 실제로 대학에 진학해서도 꾸준히 자기 동기부여를 해 줄 삶의 목표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대학생활의 스트레스를 이기고 성공적으로 대학생활을 마무리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너희 중에 누구든지 크고자 하는 자는 너희를 섬기는 자가 되고 너희 중에 누구든지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모든 사람의 종이 되어야 하리라"는 성경구절처럼 성경의 지도자관은 종이 되어 섬기는 것이다. 6남매를 모두 미국 사회의 지도층으로 탁월하게 교육시킨 전혜성 박사는 "섬기는 부모가 자녀를 큰 사람으로 키운다"라는 책에서 "재주가 덕을 앞지르면 안된다"는 덕승재(德胜材)를 강조한다. 그리고 국적을 초월하여 인류에 봉사할 훌륭한 세계시민으로 키우는 것을 자녀교육의 목표로 삼았다고 한다. 능력이 있는 지도자라도 다른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이 있고 자신을 위해 기꺼이 다른 사람들을 희생시키는 사람이 있다. 역사에 의미있는 이름을 남기는 사람들은 얼마나 성공하고 축재하고 화려한 인생을 살았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다른 사람들의 삶에 의미있는 봉사를 했는가에 의해 결정된다.
자녀들과 고아원, 양로원, 정박아 시설 등에 방문해 보는 것을 권한다. 어려서부터 자녀들이 베풀고 양보하고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경험을 많이 갖도록 의도적으로 배려할 필요가 있다. 명절 때에도 내 이익을 위한 선물보다는 자녀와 함께 어려운 이웃에게 조건 없이 나의 물질을 나누는 일을 해 보면 좋겠다.
자녀 교육을 위해 자녀와 함께 여러 방식으로 봉사의 실천을 권장하고 싶다. 어려서부터 베푸는 삶을 많이 실천한다면 건강하고 큰 떡잎이 될 것이다. 이런 자녀는 도움이 필요하고 위로가 필요하고 지식이 필요하고 물질이 필요한 어려운 이웃에게 나의 것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는 떳떳하고 건전한 자기 동기를 갖고 성장할 것이다. 자녀가 이기적으로 자라지 않으면 삶의 회의와 방황에 빠져 허우적거릴 가능성이 훨씬 적을 것이다.
어려서부터 봉사의 삶을 가르치는 것이 자녀를 큰 그릇으로 키우는 길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