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이미 유치원에서 다 배웠다.' 꽤 오래 되었을 것이라 생각되는데, 한동안 베스트셀러로 부각되었던 책 제목이다.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제목이 인상적이어서 지금까지도 그 제목이 생각나고, 종종 학생들과 대화할 때, 이 책의 제목을 인용해서 이야기하기도 한다.
최근 인터넷과 텔레비전을 뜨겁게 달군 뉴스로 버지니아공대 총기난동 사건은, 다시 한번 유학의 현장 그 한가운데 있는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여러 가지 생각들과 사명감을 새롭게 한다.
학교에서 가르쳐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누구나 당연히 학업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할 것이다. 그 중에서도 우리는 흔히 주요과목으로 세 과목을 들기도 하고, 그 과목은 언어영역, 영어, 수학이 공통이다. 중요하다. 잘하면 점수를 올릴 수 있고, 우수한 학생으로 평가 받을 수 있으니 말이다. 식당의 인테리어가 아무리 좋다 하더라도 음식 맛이 없으면 식당으로서의 역할을 못하는 것처럼, 학생의 학업성적이 낮으면, 그 학생의 말은 공허한 것이 되어 버리는 것이라고 누군가가 성적이 떨어진 자식을 훈육할 때 써 먹은 말이라고 했다.
그런데, 학생의 인성부분 교육에 대해서는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
특히 조기유학생들의 경우, 일찍 부모 품을 떠나서 생활해야 하는데, 새로운 환경과 맞닥뜨리는 상황들은 현장에서 겪지 못하는 부모로서는 직접적인 가이드라인을 이야기해 주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므로 대부분의 역할들을 현장에서 함께 하는 교사가 해야 하는데, 상하이의 경우에도 유학생을 관할하는 각 학교의 국제부 형식이 너무나 다양하다.
전문적인 관리가 되는 학교도 있고, 국제부 담당교사가 달랑 한 명으로 전체를 관할해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후자의 경우는 거의 방치가 되기도 한다. 정말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유학생들의 인성부분은 많은 부분 학교기관에 의존되는데, 책임감을 가지고 이 부분들을 감당해 줄 수 있는 사명감을 가진 교사는 과연 얼마나 될까?
기숙사생활을 하면서, 학생들은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게 되는 상황에 부딪치게 된다. 처음에는 누구나 당황하여 이것이 자신의 문제인지 룸메이트의 문제인지 우왕좌왕하게 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함께 더불어 사는 삶으로서의 공동생활을 배우게 된다.
수업이 끝나면 헤어졌다가 다시 만날 수 있는 한국에서의 교우관계가 아니라, 수업이 끝나도, 기숙사에서도, 그리고 주말에도 한 학기 내내 함께 뒹굴면서, 지내야 하는 관계이다.
그러므로 내가 아닌 남을 그리고 우리를 늘 고려하면서 성숙해 갈 수 밖에 없다.
이들의 고민을 보면, 대부분 학업, 교우관계가 우선을 차지하고, 가족문제, 건강문제 그리고 고학년으로 올라가면서 진학과 미래에 대한 부분이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필요할 때 적절한 상담과 대처방안이 따르면, 보다 성숙된 인격으로 커 나갈 수 있으나, 그렇지 못했을 때는 왜곡된 인격의 성인이 되는 것이다. 특히 경계해야 하는 것은 개인이나 집단의 이기주의이며, 또 다른 하나는 균형감각이다. 현재 내가 처한 환경 가운데에서-중국에서 공부하는 학생의 경우에는 중국에서 한국과 세계를 함께 놓고 중심을 잡을 수 있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다-감각을 잡아나가야 함은 기본이다.
현재 중국에서 유학하는 학생들이 겪는 딜레마는 경제, 사회적으로 한국과 중국의 다른 부분이다. 좀 더 발달된 한국 그리고 생활 곳곳에서 불편함을 느낄 수 밖에 없는 현재 중국의 사회, 생활적 환경기반들. 이 두 사회를 오고 가는 우리학생들은 누구에게 이러한 어려움을 이야기해야 할까? 주변을 돌아보자. 중고등학생이 되든, 대학생이 되든, 유학생인 이들에게 좀 더 관심을 쏟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자. 비판하고, 외양으로 섣부른 판단을 하기보다는 좀 더 따뜻한 시선으로 거두어 주자. 그들의 성장과 미래는 우리가 책임져야 할 이 시대 우리 몫의 숙제이기 때문이다.
이승숙 Jk아카데미 상해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