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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 여자, 상해 남자

[2007-05-19, 11:09:52] 상하이저널
우리 집 아줌마는 자전거로 3-40분 걸리는 거리에 살기 때문에 퇴근하는 뒷모습을 보면 안스러울 때가 많다. 그 먼 거리를 돌아가서 또 자기 가족을 위해 저녁을 하려면 얼마나 힘들까 하는, 서울에서 내내 직장 생활을 했던 나의 모습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어느 날, 그런 마음을 전했더니 아줌마는 "저녁은 남편이 다 한다''하고 아무렇지 않게 말한다.

또, 내가 아는 중국 친구는 그들의 모임이 있을 때의 모습을 이렇게 묘사한다. 여자들은 모여 앉아서 얘기하고 먹고, 남자들은 주방에서 계속 음식을 만들어 내온다고. 놀라는 나에게 그것이 뭐가 이상하냐고 다시 되묻기까지 했다.

남편이 복단대학에 연수생으로 나와 있을 때 친하게 지냈던 교수의 집에 초대를 받아서 갔더니, 교수님은 요리를 하느라 더우신지 웃통을 벗고 부엌에서 나오시고, 사모님은 방에서 나오더라는 말이 생각난다.

상해에 처음 와서 중국어를 배우기 위해 대학의 어학연수반에 등록을 하고 다녔었다. 몇몇 사람들과 시간을 맞춰 항상 같은 시간에 택시를 타고 다녔는데 그 중에 좀더 일찍 상해 생활에 깨인 한 친구가 말하기를, "이렇게 택시만 타고 다니다가는 10년이 가도 상해를 알지 못한다. 버스도 타고, 배도 타고, 전철도 타고 다니면서 새로운 것을 보자.''

열 번 옳은 말이라고 생각하고 번거롭고 불편했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했다.

처음 버스를 타던 날, 내 눈에 비친 것은 거의 충격이었다. 대형 버스의 운전대를 잡고 씩씩하게 핸들을 돌리고 있는 것은 여자였고, 조수석에 앉아서 1원을 받으며 표를 팔고 있는 것은 왜소한 남자였다.

나에게 성 차별은 이미 없어진지 오래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 모습은 마치 동성연애자를 보는 것처럼 낯설었다.

어느 법조계 사람이 중국 법원에 가보았더니 판사 자리에는 모두 여자가, 아래에서 기록하는 서기 자리에는 남자들이 앉아 있더라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상해에서 보고 듣는 남녀에 대한 얘기는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길거리를 지나다 여자와 남자가 싸우는 장면을 본 적이 있는가? 두 말 할 것도 없이 여자가 이긴다. 목소리에서건 덩치에서건 성깔에서건 여자는 이미 남자를 압도하고 들어간다.

-아내와 그녀의 친구들을 위해서 일곱 번째 요리를 내오면서 "뭐 더 시키실 것 없나요'' 고개를 조아리며 공손히 말하는 남자, 그것이 바로 상해 남자다 -
전에 내가 본 책에 있는 내용이다. 그 글 옆에는 얼굴에 미소를 띄고 두 손은 앞에 공손히 모은 자그마한 남자의 모습이 삽화로까지 곁들여 있는데 어찌나 그럴 듯 하든지…….

요즘 한국에서도 결혼을 하고 직장 생활을 하는 여자들이 많은데 남자들은 여성의 경제력을 원하면서도 의식은 아직 조선시대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상해 남자들에게 살림은 여자가 해야한다는, 특히 부엌일은 여자가 해야 한다는 생각은 이미 없어진 것 같다.

얼마 전 교육인적자원부에서 한국의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그림에 대한 수정 작업에 들어갔다고 한다. 명절에 가족들이 놀이를 즐기고 있을 때 엄마 혼자서 설거지를 하고 있는 모습이라든지 밥상을 차릴 때 여자들만 서 있고 남자들은 앉아있는 모습 등이 그것이다. 상해 여자와 상해 남자, 그들은 이미 우리 의식을 뛰어넘은 것 같다.

▷ 포동아줌마
(delpina@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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