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의 ‘바룽바츠(八榮八恥·8가지 영광과 8가지 수치)론’을 교과서에 빨리 싣자.”
중국 언론이 7일부터 후 주석의 ‘8대 사회주의 영욕관(榮辱觀)’에 찬사를 보내며 선전하고 나섰다.
중국공산당 당장(黨章·당 헌법)에까지 오른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의 ‘3개 대표론’이나 덩샤오핑(鄧小平)의 ‘사회주의 시장경제론’이 등장할 때와 비슷한 양상이다.
후 주석의 강화(講話)가 자신의 체제를 더 확고하게 구축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8대 사회주의 영욕관=후 주석이 이를 처음 제기한 것은 4일 정치자문기구인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政協)의 한 대표단 회의에서다.
후 주석은 “시비(是非)와 선악(善惡), 미추(美醜)는 절대 헷갈릴 수 없는 것”이라면서 “국가 및 당의 간부와 군중, 특히 청소년이 무엇을 견지하고 제창하며 반대하고 억제할 것인지를 명확히 알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며 8가지 영욕관을 제시했다.
이는 7언 율시(律詩)로 돼 있다(그래픽 참조). 독자들이 보기 편하게 축약한 4자 성어의 앞부분에 ‘이(以)’자를, 뒷부분에 ‘위영(爲榮·앞쪽)’ 및 ‘위치(爲恥·뒤쪽)’를 넣으면 원래 후 주석이 제시한 형태의 7언 율시가 된다.
▽언론보도 태도 돌변=후 주석의 발언 당일인 4일부터 6일까지 이를 주목한 언론은 거의 없었다.
신랑(新浪) 등 일부 종합검색사이트와 화상(華商)천보 등 극히 일부의 신문이 4일자 신화통신 기사를 인용해 후 주석의 발언 내용만 간단히 전달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7일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7일 런민(人民)일보는 ‘八榮八恥 是非(시비) 明(분명)’이란 제목으로 후 주석의 발언을 상세한 주석과 함께 보도했다. 신화통신도 이날 “후 주석의 룬슈(論述·이론성 연설이라는 뜻의 중국어)가 전인대와 정협 회의에서 강렬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바룽바츠’란 용어도 이날부터 회자되기 시작했다. 인터넷 사이트 및 언론 매체엔 칼럼니스트와 학자들이 찬양 일색의 칼럼을 올리기 시작했고 급기야 ‘빨리 초중고교 교과서에 실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중국 언론은 일제히 “후 주석의 강화는 사회주의 정신문명 이론이 진일보한 것으로 새로운 시기의 사회주의 정신문명 건설을 위한 목표와 요구를 제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후 주석도 전임자 반열 오르나=후 주석의 강화는 배금주의와 향락주의, 극단적 개인주의가 확산되면서 일부 세력의 도덕적 해이나 부패가 도를 넘고 있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선악과 시비에 대한 인민의 인식이 흔들리고 인민의 불만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연간 8만7000여 건에 이르는 집단소요사태도 여기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후 주석은 이에 따라 올해부터 의식개혁운동에 힘을 쏟을 것으로 관측통들은 전망했다. 그러나 후 주석의 강화가 장 전 주석의 3개 대표론이나 덩샤오핑의 사회주의 시장경제론의 반열에까지 오를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