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은 너무 씀씀이가 헤프고, 중국인은 지갑을 닫은 채 너무 절약한다."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세계 경제를 이끄는 두 기관차 미국과 중국의 상반된 저축 행태에 대해 쓴소리를 퍼부었다.
로치는 8일(현지시간) 미국의 경제 잡지 포천에 기고한 글을 통해 "미국의 저축률 급락과 중국의 과도한 저축은 둘 다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전제한 뒤 "이는 양국 경제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 불안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미국 상무부가 지난 1월 말 밝힌 바에 따르면 미국의 가계 저축률은 지난해 -0.5%를 기록했다. 미국 가계 저축률이 연간 기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대공황 직후인 1933년(-1.5%) 이후 처음이다.
반면 중국은 저축이 넘쳐서 고민이다. 중국 인민은행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가계 저축이 14조1051억위안에 달해 1년 전에 비해 2조위안이 늘었다.
즉 중국에서는 가계 가처분소득 중 30%를 저축에 쓰고 있지만 미국은 오히려 저축보다는 대출을 받아 쓰기에 바쁘다는 것이다.
가계와 기업, 정부 저축을 포함한 총저축액의 경우 미국은 중국보다 국내총생산(GDP)이 6배나 크지만 총액은 1조6000억달러로 중국의 1조1000억달러와 엇비슷하다. 중국은 GDP 중 절반을 저축하고 있지만 미국은 국민소득 중 13%만 저축에 사용하고있다.
양국의 저축 양극화는 소비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GDP 대비 소비가 사상 최고인 71%를 기록한 반면 중국은 사상 최저인 50%로 급락했다. 이는 중국이 수출 주도의 성장책을 펼치는 데 비해 미국은 내수 중심의 성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수출 의존도가 심각해 수출과 고정 투자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5% 이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더욱이 증가율이 연간 25%에 달한다는 점도 우려했다. 반면 미국은 최근 2~3년간 부동산값 급등으로 인해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경우가 많아 가계 부실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로치는 이 때문에 미국에서 반중 보호주의 움직임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으며 중국 내부로도 넘치는 돈이 투자로 전환됨으로써 과잉 설비에 디플레이션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로치가 제시한 해법은 간단하다.
미국은 소비세 도입을 통해 소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감세 영구화를 도모하고 있는 부시 행정부가 세제 인상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중국에 대한 해법은 사회보장제도 강화와 일자리 창출로 요약된다.
사회보장제도 확대를 통해 노후에 대한 불안을 불식시켜야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상대적으로 취약한 서비스 부문 고용 확대를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 구매력을 확대하는 것이 중국 내수 경기 촉진의 지름길이라고 로치는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