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0여년도 뛰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대학원에서 배우고 토론하고 공부했던 기억이 아직도 몇 장면쯤은 생생하게 남아있는 것 같다.
대학원에서는 교육학을 전공했다. 사실 그 때 알게 된 유럽의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평생학습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나에게 충격과 부러움으로 남아있었다. 그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가 겨우 보릿고개를 넘긴 때였고, 자신의 자아성취나 학문의 즐거움이나 후학을 가르치기 위한 배움보다는 돈을 벌어야 하는 도구로서의 공부가 먼저였기에 나에게는 신선한 사고의 전환을 가져 온 것이다.
물론 그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공부를 즐거워서 하려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생각해 보기도 하지만 엄마이기에 자녀들에게 공부는 평생 하는 것이라는 교훈을 주고 싶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나 자신의 삶을 볼 때도 끊임없는 쇄신은 나를 젊게 만드는 것 같다.
유럽의 선진국들은 정규 교육과정을 끝내고 취업을 한 일반인들도 계속하여 자신을 갈고 닦는 일에 열심이다. 퇴근 후 각 지역 단위로 있는 마을 회관 같은 곳에 개설 된 여러 강좌 등을 신청해 들으며 남는 시간을 알차게 보내는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도 이러한 구민회관의 강좌 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전반적인 사회분위기가 너도나도 배우는 분위기, 그 회관에 모여 배우는 학습자들의 만남 등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사회분위기는 우리와는 사뭇 다른 것이다.
외국에 나와 살면서는 더더군다나 나를 변화시키고 날마다 쇄신해 간다는 것이 쉽지는 않은 일이다. 새로운 언어 배우고 적응해 가야하고, 낯선 곳의 생활 익히고 새롭게 만나는 사람들을 알아가야 하고, 이곳저곳 여행도 하며 이국의 정취 안에 잠기고도 싶은 마음이 누구 에게나 있는 것이다. 웬만큼 자리 잡고 살면 무디어지고 뭉툭해져서 삶의 치열함을 찾아볼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곳에서 2년여 넘게 공부하는 학교과정이 있다. 한국의 분교인 셈이다. 나이 먹어 공부하자니 정말 쉽지 않고 수업시간에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주 졸기도 하지만 그래도 배우는 재미가 있다. 앞서간 석학들의 책과 논문들을 읽고 요약할 때도, 강의를 들을 때도(대부분의 경우 나와 연배가 같거나 어린 분들이 교수로 강의 하신다), 그 학문의 깊이와 열정과 신선한 관점들은 나를 또 다른 새로운 세계로 접어들게 한다. 배울수록 느끼는 것은 그 학문의 바다에 나는 작은 물 한 컵 같은 존재임을 깨닫는 것이다. 겸손해야함을 누가 말하지 않아도 체득하게 되는 것이다.
상해의 습한 무더위, 그리고 지루하게 오래가는 이 여름, 때맞추어 방학하여 하루 종일 북새통을 만드는 아이들. 생각하면 전쟁을 치루는 한바탕의 여름일 것 같다. 그러나 엄마도, 아빠도, 아이들도 이 여름 자기 나름대로의 독서 계획이나 학업 플랜을 짜고 서로 공부 모드로 집안 분위기를 바꾸어 간다면 여름이 두렵지 만은 않을 것 같다. 이제 우리 엄마들도 꾸준히 공부하는 보다 성숙해지는 엄마로, 늘 자기를 개발해가는 여성으로 그 자리매김을 해야 하지 않을까. 선진사회란 구성원들의 문화수준과 그 역량으로 가늠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감히 도전해본다.
▷진선정주부(cmh88899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