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뉴스를 보니, `공부법' 자체가 상품화되어 나왔다고 한다. 명문대학 학생들의 공부법을 취재하고 연구하여 도출한 공부법을 바탕으로, 학습의 장애 요소를 분석한 후 새로운 공부법을 제안하는 일종의 교육 카운슬링이다. 물론 이처럼 각자에게 맞는 공부법을 찾아 주는 일도 필요하겠으나, 그 이전에 누구에게나 필요한 일이 있다. 공부를 잘 하기 위해선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에서부터 출발하자. 공부는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하는 것이고, 공부를 안 하는 이유는 왜 해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라는 사실 말이다. 어떤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공부하는 것이라면 너무도 당연하게, 그 `목표'를 세워야 공부의 이유가 생긴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 기본 중의 기본을 끝끝내 방치하다가 입시 시즌이 되어서야 비로소 `전형에 필요하니까'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자기가 뭘 하고 싶은지 생각해보는 학생이 많다는 것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교육열을 갖고 있다는 우리나라의 모습에 비추어 보면 그야말로 `당황스러운 시추에이션'이다.
목표의 구체화. 이것이 공부 잘하는 첫걸음이다. 그렇다고 해서 오늘 하루 몇 페이지 공부할지 정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장기적인 목표를 향해 커다란 그림을 그리고, 그 안에서 세부적인 계획을 잡는 것이다. 한 번 목표를 세웠다고 끝나는 것이 결코 아니다. 꿈도, 현실의 상황도 어떻게 바뀔지 모르니, 처음 그린 그림은 여러 번 수정될 수밖에 없다. 우선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위해 필요한 일들을 실행해 나가면서 차츰 더 완전하고 명확한 길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 작업이 사회에 발을 내딛기 전에 그 무엇보다도 꼭 해야 할 일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왜 하지 않고, 왜 집요하게 권하지 않는가?
방학 때 무슨 과목을 공부시켜야겠다고 생각하기에 앞서, 우선 아이에게 자신의 목표가 어느 정도 구체적인지 생각해보도록 하고, 목표가 모호하거나 혹 없다면, 현재 위치와 능력에서 가장 구체화된 목표를 잡고, 그것을 글로 쓰도록 집요하게 요구해야 한다. 부모에게 `자기 평가서'를 제출하도록 아이에게 요구하라. 앞으로 이삼년 내에 입시 문턱을 넘어야 한다면, `어느 대학 무슨 과' 정도까지는 반드시 생각해보고, 그 학교에 낼 자기 소개서를 준비시켜 보자. 자신의 성장 과정에서 무엇을 부각시킬지 고민하게 하고, 장점과 단점이 무엇인지, 포부와 희망은 무엇인지, 생각만 할 게 아니라 구체적으로 써 내려가도록 해야 한다. 쓰고 적어도 열 번, 부모가 함께 읽고, 함께 의논하자.
그러다보면, 자기 평가서라는 글만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自己)'가 좀 더 구체적인 모습으로 변화할 것이다. 입시를 앞두지 않은 어린 학생들에게도 비슷한 작업은 필요하다. 자기가 이루고 싶은 것을 평생•10년•1년•1개월 단위로 나누어 생각하도록 하고, 그것을 표현해 내도록 돕자. 이런 작업들 속에서 아이들은 자기의 목표에 비해 현재 자기에게 무엇이 부족한지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부족한 것은 앞으로 하나하나 완성해가면 된다고 격려해주기만 하면 된다. 그 다음부터는 스스로 걸어가는 모습을 열심히 지켜봐 주면 된다. 공부를 안 해서 엄마에게 미안할 게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미안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런 연후에 `아이야, 미래는 어차피 누구도 모르는 것이다. 현재를 반성해서 만들어 낸 목표가 있다면 의심하지 않고 나아가면 그만이다'라고 등 두드려 주면 될 것이다. `일등’은 모두에게 허용되지 않지만, `열심’은 모두에게 허용되니 말이다.
▷최영조(아카데미 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