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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중국한국인회’가 바로잡히고 성숙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재중국한국인회(정효권 회장)에 의해 해임된 ‘선거관리위원’들이 정회장의 결정에 반발하여 자체적으로 한국인회 회장을 뽑으려 강행했던 선거가 대의원들의 참석률 저조로 무산되었다. 다른 두 명의 후보자는 이번 선거를 인정하지 않았기에 강력하게 반발하며 불참하였다. 온바오 보도에 의하면 대의원 재적 323명중 불과 60여명이 참석하였다고 하니 '정관'에 규정된 대의원총회 의사(성원)정족수인 과반수에 훨씬 못 미친 저조한 참여다.
다른 도시 대의원들이 투표를 위해 북경에 올 경우 모든 비용을 다 지불해 주는 조건이었음에도 참여율이 낮았고, 특히 상대적으로 참여가 간편한 북경 거주 대의원들이 대거 불참하였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의원 숫자가 가장 많은 북경 대의원들을 추천 선임하게 했던 권한을 가진 북경한국인회 회장이 선거관리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었고, 이번에 선거를 주도하였으나 정작 북경 대의원들의 참여율이 아주 낮았다는 것은 무엇을 반증하는가.
사실 어차피 ‘정관’을 위배하며 출발하였고 회장의 ‘합법적 결정’마저 무시하며 강행하였던 선거였으니, ‘정관 규정’은 규모가 크건 작건 새 회장을 뽑아 별도의 한인조직을 출범시키는데 넘지 못 할 장애요소는 아니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그런 결연한 움직임과 분열의 위기감을 주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구데타처럼 진행되지 않고 다시 ‘정관’을 준수하면서 선거자체를 무산시켰다는 것은 교민사회에 신뢰관계가 회복될 만한 바람직한 결정이 아닐 수 없다. 참여한 대의원들 중에서도 비록 선거에 참여는 했을지라도 그대로 강행하자는 강경파와 최대한 원칙을 지키려는 온건파가 있었을 것이다.
불참한 대의원들과 합리적 온건파들은 한인회 조직을 위해 큰 결단을 해 주신 분들로 평가해야 한다. 많은 유혹과 거절할 수 없는 인간관계가 있었을 것임에도 대의를 쫒으며 분열을 막아 낸 고맙고 소중한 분들이라 여겨진다. 한인회가 건강하게 성장하는 길에 밑거름이 아닐 수 없다.
어쨌거나 회장이 되어 봉사하려는 열정이 강하다 보니 다소 무리를 하였던 강일한씨에겐 애석한 결과일지 모르겠지만 중국에 전체 교민들과 교민을 대표하고자 하는 ‘한국인회’ 조직을 위해선 다행스러운 결과다. 재중국한국인회 다수 대의원들의 양심과 정의감은 살아있음이 확인되었고 중국에 한국인 교민들의 자존심과 교민사회의 건강성 또한 상처받지 않았다.
성숙한 조직이라면 그리고 (정치)도의적으로 본다면, 이번에 지지를 획득하지 못한 강일한씨는 민의를 겸허하게 인정하고 정식으로 후보를 사퇴하여야 한다. 해임된 선관위원 자격으로 선거를 강행하였던 분들도 교민사회에 심심한 사과를 해야 마땅하다. 그래야 기간의 갈등과 반목을 털고 함께 손잡을 수 있을 것이고 나아가 다시 교민사회나 지역조직으로 돌아가 명예롭게 자기 지위와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한국인회와 정회장은 이번 사건의 토양이 되어 준 조직 내 몇 몇 임원들을 징계하거나 강력하게 단속해 봉사단체로서의 위상을 지키고 간부들의 기강과 도덕적 책무를 바로 세워야 한다.
선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위에 언급한 내용은 가장 원칙적이고 기본적인 과정을 언급한 것에 불과하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제 정효권 회장의 지도력과 결단에 달려 있다. 모든 공이 다시 정효권 회장에게 넘어 온 것이다. 정효권 회장은 주변 '간언'들에 쉽게 휩쓸리지 말고 사안을 일관성 있게 결정하고 흔들림 없이 일을 처리해 나가야 한다. 엄중한 사태인만큼 재중국한국인회 조직을 대표하는 사람으로서의 역사적 책무와 수준높은 소명의식을 느껴야 한다.
사실 현 정효권회장은 ‘재중국한국인회’ 조직에 ‘공’과 ‘과’가 분명한 분이다. 희생정신과 열정을 가지고 4년간 봉사하며 한국인회의 위상을 끌어 올리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중국 전역에 고립분산된 지역형태의 한인조직을 '재중국한국인회'로 집중화시키고 강화하는데 큰 기여를 하였다. 지역 '한국인회' 조직은 지역 '상회조직'과 동일화 되어 있기에 ‘중국한국상회’ 조직과 애매한 겹침이 있었음에도 지역 한국인(상회)조직이 '재중국한국인회' 관계로 보다 강화되는 지지력을 확대해 냈다. 이러한 성과를 위해 많은 액수의 사재를 출연하였기에 자기희생 또한 무척 컸다. 연임하려 하지 않은 분을 다수 임원들이 삼고초려 해 모시고 다시 봉사하게 했을 정도로 공이 크다. 그러나 ‘과’ 또한 분명하다. 한인회 조직의 재정을 회장 개인의 재력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만들었다. 이것은 조직의 재정적 필요조건의 ‘관성’을 키워 다음 회장에게 경제적 부담을 넘겨 준 것이다. 이번에 후보자들 ‘재력’논쟁은 그로부터 비롯된다. 조직과 사업과 활동이 성장하면서 재정 또한 확대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지나치게 외형적이고 과시형으로 흘러 실사구시나 실용적 차원에서 부족함이 노출되었다. 비록 과거에 비해 지역 한인조직에 대한 지원 또한 증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북경위주의 사업과 주변 인물들에 휩쓸린 소비형 집행이 과해 보이다 보니 역으로 지역조직들 입장에서 보면 재정 집행에 '건전성'이 부족한 것으로 비춰 질 수밖에 없었다.
이제 정효권 회장은 이번 선거난제를 잘 풀어내야 한다. 남은 임기를 깨끗하게 마치고 지난 4년의 봉사가 아름다운 헌신과 기여로 기록되고 칭송받는 역대 회장으로 남기 위해 마무리를 잘해야 한다. 년말 본인의 임기를 끝내기 전까지 차기 회장을 뽑는데 3개월 가까이 시간이 남아 있다. 조급해 할 필요가 없고 한국의 대선정국에 휩쓸리지 않게 경계해야 한다.
이참에 평소 한인회(조직)에는 직접 참여 하지 않지만 각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양식있고 지도력 있는 분들 그리고 한인회에 거리를 두고 있는 존경받는 원로들의 의견을 경청해야 한다. 지역한인회 회장들과 깊게 소통하며 중지를 모아 나가야 한다. 이번의 고통은 그동안 한국인회 단체에 무관심이었던 교민들을 관심으로 끌어 들여 지지층으로 외연을 넓힐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번 사태를 ‘비상대책위원회’로 돌파하는 방식이 아니라면 새로 구성하게 될 ‘선거관리위원회’의 구성과 역할은 실로 엄중하다. 우선 많은 이해 관계자들의 관심의 대상이 될 것이다. 강일한씨를 지지했던 대의원들과 과정에 갈등하며 상처받았던 사람(대의원)들을 다시 통합으로 이끌어 내고 처음인 마냥 다같이 참여하는 축제의 선거가 되도록 대전환 시켜 내야 할 과제를 안게 된다.
무엇보다 애초에 정상적으로 후보등록을 마치고 선의의 경쟁으로 깨끗한 선거에 임하려 했던 다른 두 명의 후보자가 역차별 당하지 않도록 세심한 방안을 수립해야 분란이 재발되지 않는다. 정관과 규정을 지켜 낸 후보자가 그 이유로 인해 차별받는 결과가 되어 버린다면 또 다른 불공정시비와 난제의 불씨가 될 것이다. 기대와 함께 지켜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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