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진(지은이), 다나(그림) | 천개의바람 | 2024년 2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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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관순을 찾아라’는 천개의 바람에서는 ‘정약용을 찾아라’ ‘세종대왕을 찾아라’ 등 찾아라 시리즈로 출판한 섬세한 그림과 큰 사이즈의 유아들을 위한 숨은 그림. 역사와 생활상을 알려주는 책입니다. 이 책을 처음 펼쳤을 때 표지의 그림이 복잡하고, 크기도 큼직했는데, 사실적으로 아이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책으로 보였습니다.
유관순 열사와 친구들은 독립운동에 동참하기 위해 이화학당의 담을 넘습니다. 독립운동에 참여하러 간 여학생들을 만류하러 나선 원장 선생님을 따라 세브란스병원, 남대문, 인력거, 전차, 보신각, 서대문역 등의 동선으로 3.1운동의 상황이 재현되어 그려집니다. 밝은색과 어두운 색을 대치시켜 힘찬 형태가 세밀하게 잘 드러나는 그림은 3.1운동을 역동적으로 보여주고, 사실적인 지형지물과 시민들, 일본 순사의 모습을 보며 그날이 어떠했을지 독자들의 마음에도 새겨질 것 같습니다. 특히 건장한 거인처럼 그려진 열사의 모습은 바른 것을 바르다고 말 하고, 행동할 수 있는 투지를 그려놓은 것 같았습니다.
저는 재작년 여름에 서대문 형무소를 처음 방문했었는데, 유관순 열사와 익히 알려진 도산 안창호 선생님, 한용운 열사 등 여러 독립운동가와 이름 모를 독립운동가들의 흔적이 진하게 배어있었습니다. 특히 유관순 열사가 머물렀던 여옥사 8번 방을 보니 영화 ‘항거’에서 보았던 모습들이 떠올라 춥고, 배고프고 비좁은 가운데 온갖 모진 고문 속에서도 옆 사람을 배려하는 모습과 조국과 민족을 위해 투쟁하던 그 고귀한 마음이 오버랩되었습니다.
유관순 열사 그날의 행적을 담은 이 책을 접하고 있자니 서대문 형무소 지하 고문실의 고문 기구, 서있는 감옥, 가시 상자와 성고문당한 다큐멘터리 인터뷰 증언들이 보이고 들리는 듯했습니다.
[지하독방]
특히 메모리얼룸에는 수감자들의 빼곡한 사진들로 벽면이 채워져있었는데, 중1,2학년으로 보이는 앳된 얼굴도 있었습니다. 그 옛날 나라의 부당한 일에 대해 초등학생부터 학생들이 거리로 나와 투쟁했다고 합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어린 학생들도 사회의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고자 직접 피켓을 만들어 거리로 나와 시위하는 장면을 종종 보게 됩니다. 또 그 시위는 정책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현실은 학생들은 공부해 좋은 학벌과 학과에 입학하는 것이 유일한 학생의 책임인 듯 사회 현실에 대해서 소신을 밝히거나 직접 나서지는 않게 된 것 같습니다. 간혹 학생들이 소신을 밝히고 시위를 해도 배후에 누가 있었던 것은 아니냐며 잡혀가는 현실이며, 학교에서는 학부모의 개입으로 교권이 심각하게 실추되고 있습니다. 그러한 한편 12.3 계엄령 이후 젊은 세대 자신의 소신을 건강한 집회에 반영시켜 대한민국의 미래가 밝다는 희망도 보았습니다.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해 공권력을 휘두르며 나라의 법질서를 뒤흔드는 우두머리를 매일 마주해야하는 지금의 현실과 대조되는 나라의 독립을 위해 극한의 고통스러운 상황에서도 소신을 굽히지 않으신 꽃다운 유관순 열사와 많은 애국 영령께 그 뜨거운 마음을 가슴에 새기며 소개를 마칩니다.
‘유관순을 찾아라’는 유관순 열사의 사진과 태극기, 건물 등의 자세한 첨부 설명으로 3.1운동을 알려주는 역사 그림책으로 유익합니다.
수감자들이 노역으로 만든 빨간 벽돌로 지어진 형무소
통한의 미류나무_ 사형수가 독립을 이루지 못한 통한을 이 미류나무를 잡고 통곡했다고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여기에 작은 묘목이 자라고 있다.
문밖으로 보이는 건물은 나환우 옥사
격벽장_ 체조를 할 때도 나선형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없도록 감시를 받았다.
어디에서든 감시받는 느낌을 주는 구조
메모리얼룸의 사진
최승진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하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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