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메뉴

상하이방은 상하이 최대의 한인 포털사이트입니다.

[허스토리 in 상하이] 봄으로 가는 길목, 강변 나들이

[2022-03-12, 01:19:14] 상하이저널
지난 12월의 마지막 날, 두 아이와 함께 베이징발 비행기에 몸을 싣고 상하이로 향했다. 새로운 해를 이곳에서 시작하게 됨에 묘한 기대감마저 생겨 두 볼은 복숭앗빛으로 물들었다. 새해 달력을 걸자마자 이삿짐이 도착했다. 주말 내내 부엌에 쪼그려 앉아 이것저것 치우고 있던 내게 남편이 콧바람 좀 쐬자며 소매 끝을 잡아 끌었다. 

남편은 잠시 사무실에 들려 일을 마치고 황푸강 북쪽의 한적한 골목에 주차했다. 나는 핸드폰 앱을 열어 근처 맛집을 검색했다. 그러자 남편이 내게 손짓을 했다. 인스타 감성의 카페를 좋아하는 내게 찜해 놓은 장소가 있다며 따라만 오라고. 하늘도 오래간만에 활짝 웃었다. 계절은 아직 겨울에 놓여있지만, 이곳 온도는 화사한 봄에 다가서 있었다. 사람들의 옷과 표정, 움직임들이 연둣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낯선 발걸음으로 주변을 수없이 살피며 걷는 우리와 같은 이방인들과 이곳이 제집처럼 익숙한 이들이 뒤엉켜 있는 주말의 오후 거리가 내가 상하이에 와있다는 것을 실감케 했다. 살랑살랑 부는 강바람은 내게 설렘과 두려움을 동시에 안겨줬다.

역시 주말 오후였다. 가려 했던 노상 카페에 자리가 있을 리가. 다른 곳을 물색해 움직였지만 방향을 잘못 잡아 헛걸음만 했다. 아쉬움에 발길을 돌려 돌아가던 중 아까 그 카페의 빈자리를 발견했다. 우리는 서둘러 앉아 차를 주문했다. 강 너머로 상해의 랜드마크 삼종 세트, 진마오다샤, SWFC, 동방명주가 한눈에 들어왔다. 남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우리 전후좌우에는 어깨를 드러내고 짧은 치마로 한껏 멋 부린이들이 북적거렸다. 하나같이 촬영하느라 바빠 보였다. 

“아무리 햇살이 좋아도 그렇지, 1월 초인데 안 춥나? 다 루돌프 코야.”
“왕홍이 되려 그러는 거지. 요즘 장래 희망을 왕홍이라고 하는 아이들도 많다고.”
“왕홍이 뭐야? 들어본 것 같기는 한데….”
“너도 중국에서 생활한 지가 꽤 되었는데, 인플루언서 같아.”
“아는 분이 샤오홍슈라는 게 있다고 말은 했었어. 나보고 캘리그라피 올려보라고.”

커피의 온기가 가시지 전에 남편이 내게 설명을 해주었다. 샤오홍슈(小红书)는 중국에서 핫한 애플리케이션이다. ‘标记我的生活’, ‘나의 일상을 기록하라.’라는 슬로건을 메인으로 걸고 있는 샤오홍슈. 인스타그램과 닮은 듯 달랐다. 왕홍은 '인터넷 유명인사'라는 뜻의 왕뤄 홍런의 줄임말이라고. 가볍게 나온 외출로 상하이의 핫플레이스와 새로운 문화에 대해 알게 되다니!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며 신나하는 내게 이걸 이제 알았냐며 남편이 툭툭 쳤다.

돌아가는 차 안에서 샤오홍슈를 찾아 다운로드까지 완료했다. 가입과 첫 이미지를 올리는 데까지 일사천리로 부릉부릉. 대단한 일이라도 해낸 듯 뿌듯해졌다. 서당 개 10년에 풍월을 읊듯 중국 생활 10여 년 만에 이뤄낸 쾌거라 할까나? 차에서 내리며 샤오홍슈 앱을 닫고 핸드폰을 가방에 쑥 밀어 넣자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남편이 묻는다. 

“오늘 그렇게 재미있었어? 뭘 그렇게 계속 웃니?” 
“응, 완전 새로운 경험이랄까?” 
“그래? 그럼 자주 가보자.” 
“그래. 참 좋다. 그렇지?”

이렇게 중국이라는 나라에 한 걸음 다가가며 상하이라는 도시에 녹아 든다. 코로나로 일상이 무너진 지 2년 여가 넘어가는 요즘 오늘 하루가 내게 정녕 큰 선물이 되었다.

화몽(snowysom@naver.com)

ⓒ 상하이방(http://www.shanghaiba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체의견 수 0

댓글 등록 폼

비밀로 하기

등록
  • [김쌤 교육칼럼]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지켜보며 hot 2022.03.11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드디어 끝났다. 이번 선거만큼 막판까지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하며 예측이 어려웠던 선거가 있었나 싶다. 출구 조사 결과마저 방송사마다 오차범..
  • [허스토리 in 상하이] 우리 이웃 hot 2022.03.04
    “딩동!”종종걸음으로 가서 문을 열었다. 옆 집 아기 엄마와 막둥이다. 양손 가득 들고 온 것을 얼른 내게 건넨다. 얼떨결에 받아 들면서 “셰셰!” 한다.이 곳으..
  • [허스토리 in 상하이] 내 옆에 있는 사람 hot 2022.02.24
    사람들로 충전하던 때가 있었다. 많은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은 극도로 꺼리지만, 마음 맞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언제나 설레었고 지치지 않았다. 속상..
  • [허스토리 in 상하이] 길거리 음식 脆皮年糕(바삭.. 2022.02.23
    군것질을 전혀 하지 않는 첫째 아이와는 달리 둘째 아이는 군것질, 간식거리를 정말 좋아한다. 내가 어릴 적 한국은 학교 앞에 떡볶이집 등 분식점이 많았는데, 중국..
  • 큰 바위 얼굴 2022.02.15
    미국의 남북전쟁(1861-1865)이 있은 후에 소년 어니스트는 마을 저 멀리 언덕 위에 사람얼굴처럼 생긴 큰 바위얼굴을 닮은 아이가 태어나 장차 훌륭한 인물이...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1. 中 외국계 은행 ‘감원바람’… BNP..
  2. [인물열전 2] 중국 최고의 문장 고..
  3. 상하이, 일반·비일반 주택 기준 폐지..
  4. 마음만은 ‘국빈’, 江浙沪 국빈관 숙..
  5. 中 근무 시간 낮잠 잤다가 해고된 남..
  6. 텐센트, 3분기 영업이익 19% ↑
  7. JD닷컴, 3분기 실적 기대치 상회…..
  8. 바이두, 첫 AI 안경 발표…촬영,..
  9. 가을은 노란색 ‘은행나무’의 계절
  10. 불임치료 받은 20대 중국 여성, 아..

경제

  1. 中 외국계 은행 ‘감원바람’… BNP..
  2. 상하이, 일반·비일반 주택 기준 폐지..
  3. 텐센트, 3분기 영업이익 19% ↑
  4. JD닷컴, 3분기 실적 기대치 상회…..
  5. 바이두, 첫 AI 안경 발표…촬영,..
  6. 中 12000km 떨어진 곳에서 원격..
  7. 中 무비자 정책에 韩 여행객 몰린다
  8. 금값 3년만에 최대폭 하락… 中 금..
  9. 중국 전기차 폭발적 성장세, 연 생산..
  10. 中 올해 명품 매출 18~20% 줄어..

사회

  1. 中 근무 시간 낮잠 잤다가 해고된 남..
  2. 불임치료 받은 20대 중국 여성, 아..
  3. 上海 디즈니랜드, 12월 23일부터..
  4. 상하이 심플리타이, 줄폐업에 대표 ‘..
  5. 유심칩 교체 문자, 진짜일까 피싱일까..

문화

  1. 찬바람이 불어오면, 따뜻한 상하이 가..
  2. [책읽는 상하이 259] 사건
  3. [책읽는 상하이 260] 앵무새 죽이..
  4. [신간안내] 상하이희망도서관 2024..
  5. [책읽는 상하이 258] 신상품“터지..
  6. 상하이 북코리아 ‘한강’ 작품 8권..

오피니언

  1. [인물열전 2] 중국 최고의 문장 고..
  2. [허스토리 in 상하이] 상하이 한인..
  3. [허스토리 in 상하이] 당신은 무엇..
  4. [무역협회] 미국의 對中 기술 제재가..
  5. [박물관 리터러시 ②] ‘고려’의 흔..
  6. 상해흥사단, 과거와 현재의 공존 '난..

프리미엄광고

ad

플러스업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