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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스토리 in 상하이] 오늘은 또 뭘 먹지?

[2022-04-01, 09:57:54] 상하이저널

코로나 바이러스로 전 세계가 긴장한 지 어언 2년이 넘었는데 변이바이러스 오미크론이 최근 상하이에도 퍼지고 있어 며칠 전부터 아이들은 온라인수업, 남편도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오랜만에 만나는 지인이나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 “모하고 지내요?”라고 물으면 바로 “돌밥돌밥해요”한다. 밥 먹고 돌아서면 밥하고 또 돌아서면 밥을 한다는 뜻이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아침 메뉴를, 점심 약속이라도 있는 날이면 집에 돌아오면서 항상 ‘오늘은 또 뭘 해 먹나’가 고민이다. 어떤 친구는 알약 하나로 밥을 대신할 날이 와야 한다고 성토하기도 했다.

문득 가만히 생각해 보니 밥은 늘 먹어야 하는 거고 따라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고 비교적 싫어하지 않는 일인데, 항상 돌아오는 끼니마다 무얼 할까 고민하고, 하기 전부터 귀찮다고 생각하는 게 너무 소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핸드폰안에 있는 메모장에 늘 비축하는 재료부터 냉동실 저쪽 안에 자리잡은 까만 봉지에 든 재료까지 전부 기록해두고 자주 하는 요리부터 할 수 있는 음식 메뉴를 다 적었다. 메뉴가 고민되면 핸드폰을 열고 메뉴를 정했다. 그래도 정 고민 될 때는 두부를 프라이팬에 부치고 뚝배기에 파, 마늘을 넣고 볶다가 다시마 한 조각, 물 조금, 간장, 고춧가루, 참기름을 넣고 함께 조려 두부조림을 만든다. 마지막에 버섯이나 매운 고추를 넣으면 훨씬 근사해진다. 그리고 남은 양념으로는 어묵을 볶아내면 금세 두 가지 반찬이 휘뚜루마뚜루 완성이다.


나는 마음이 불편하거나 조금 이상한 음식을 먹으면 종종 체한다. 게다가 각자 원하는 걸 맛있게 먹게 하고싶은 나의 민주적인(?)태도 덕분인지 우리 가족은 입맛도 너무 달라서 외식도 쉽지 않다. 그래서 거의 집에서 요리를 해 먹다 보니 점점 속도도 빨라지고 다양한 요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엄마는 ‘끼니는 대충 때우면 된다’는 주의라 내가 크면 맛있는 걸 해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거 같기도 하다. 엄마가 자주 해준 반찬은 미역줄기볶음으로 간단한 거 같지만 굵은 소금에 푹 절여진 미역줄기를 물에 담가 소금기를 적당히 간간하게 빼는 게 쉽지 않았다. 내가 엄마가 되어 보니 평생 온갖 일을 일하면서 돌밥돌밥했을 엄마에게 반찬 투정했던 일들이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상하이에서 식자재는 신선 야채의 경우 나는 재래시장이나 마트에 가서 산다. 가격도 훨씬 저렴하고 직접 고를 수 있고 적은 양도 살 수 있다. 이른 아침 거리에 남녀를 가리지 않고 어른들이 ‘돌돌이’라고 부르는 바퀴 달린 가방을 끌며 장을 봐 가는 모습이 흔하다. 일반적으로 냉장고 크기도 한국보다 작기도 하고 상하이 날씨가 너무 덥다 보니 그때그때 바로 음식을 만들어 먹는 식습관이 있는 거 같다.


우리 민족은 ‘배달의 민족’이라는 말이 있다. 배달은 밝은달-밝달-배달로 우리 민족이 한민족을 뜻한다는 본래 의미를 우리 아이들은 알고 있을지 궁금할 정도로 배달은 우리 생활에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중국 역시 거리엔 커피 한잔도 문 앞까지 배달해주는 배달원들이 넘쳐나지만 최근 코로나 확진자가 나오면서 핵산검사를 위해 봉쇄되는 곳도 많아 배달이 제한되고 마트 야채 칸이 동나곤 했다. 다행히 평소에도 베란다에 있는 화분에 파를 심어 두고 요리해서 파 걱정은 하지 않고 썼다. 공동구매를 위한 위챗방도 많아 코스트코 물건이나 떡 등의 한국 식재료 뿐 아니라 더덕이나 두릅, 곤드레 나물 등 연변이나 북한상품도 배달된다. 온갖 식당의 음식도 배달이 가능하고 솜씨 좋은 분들의 반찬방도 많아 ‘오늘 뭘 먹지?’ 하는 고민은 그치지 않는다.

우리 식구(식구는 밥 ‘식’에 입 ‘구’자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한가족을 말한다)는 넷인데 큰애가 올해에 대학을 가면 한 입이 줄고 3년후면 두 식구만 남는다. 그때가 되면 또 가벼운 마음으로 음식을 마련해 남편 그리고 좋은 친구들과 함께 나눠 먹으며 다양한 취미생활을 가져볼 생각이다.

마음이(shimmy01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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