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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싱그러운 봄, 천사반 꽃도 활짝 폈습니다

[2012-06-07, 19:24:11] 상하이저널
가정의 달이면서도 스승의 날이 있는 5월은 선생님들이 가장 바쁜 달이기도 합니다. 운동회, 학부모 공개수업, 학부모 상담, 현장학습, 학생 건강 검진, 수학여행, 이 모든 것들이 5월에 다 이루어집니다. 선생님에게는 가장 고달픈 달이지만 아이들에게는 가장 신이 나는 달입니다.

초등학교생이 되어 처음으로 맞이한 어린이날, 선물을 잔뜩 받아 안고 책가방 지퍼가 잠궈지지 않는다고 즐거운 비명을 질러대는 천사반 친구들의 얼굴에 행복 꽃이 활짝 폈습니다.

학교 어머니회 선물, 학급 엄마들의 선물, 선생님 선물, 엄마, 아빠의 선물… 모두 합하면 이번 어린이날에는 적어도 4개의 선물을 받았을 것입니다.

어린이날을 기념하여 열린 운동회에는, 1학년이라 오전 활동 밖에 참여하지 못했지만 그 결과가 몹시도 궁금했는지 월요일 아침 등교하자마자 어느 편이 이겼냐며 제 주위를 계속 맴돕니다. 올해는 아쉽게도 백군이 이겼습니다. 내년에는 우리 편이 꼭 이길 것이라는 희망 꽃이 천사반에 활짝 폈습니다.

학부모 공개 수업 날, 천사반 친구들은 부모님께 드릴 예쁜 카네이션 카드를 만들고 발표를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우리 천사반 친구들은 20명이 넘는 어른들이 뒤에서 자신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이 많이 부담스럽고 떨렸나 봅니다.

공개 수업이 끝나고 엄마들이 나가시자 몇 몇 아이가 머리가 아프다고 얼굴을 찡그립니다. 그 시간이 많이 긴장이 되고 힘들었나 봅니다. 어떤 아이는 가슴이 콩닥콩닥해서 죽는 줄 알았다며 야단을 떨어댑니다. 한 시간 내내 숨을 죽이고 있던 천사반 친구들이 5분도 채 안되어 ‘두더쥐 처녀의 신랑감 구하기’ 이야기를 듣더니 서로 자기가 먼저 발표를 하겠다며 엉덩이를 들썩거립니다. 우리 천사반에 다시 웃음 꽃이 활짝 폈습니다.

우리 천사반 친구들이 가장 기대하는 현장 체험학습 날, 아침에는 서늘한 바람이 불더니 한 낮에는 햇볕이 쨍쨍 내리쬡니다. 혹시 힘들다 덥다 하지는 않을까 걱정을 했는데 아이들이 줄지어 잘만 따라 옵니다.

며칠 사이에 다쳤던 무릎을 또 다쳐서 상처가 덫 난 꽃돌이는 무릎에 밴드를 잔뜩 붙이고도 아프다는 소리 없이 신이 나서 따라옵니다. 그리고 소풍 가기 며칠 전부터 열감기에 걸렸었던 꽃순이도 아무 내색 없이 잘만 따라 옵니다.

우리 천사반에 인내 꽃이 폈습니다. 천사반 친구들이 흰 돌고래 쇼를 보며 환호성을 질러댑니다. 15년 전, 미국 샌디에이고에 있는 씨월드에서 고래와 조련사가 하나가 되어 멋진 공연을 펼치는 모습을 보고 감탄을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공연의 짜임새와 내용보다도 나를 더욱 놀라게 했던 것은 조련사와 고래 사이의 깊은 우정과 신뢰, 그리고 교감이었습니다. 조련사가 고래를 안으며 마치 연인을 대하듯이 볼을 비비고 뽀뽀를 계속해대는 모습, ‘너, 오늘 정말 굉장했어.’ 라고 말을 하듯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래를 쓰다듬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뭉클했던 적이 있습니다.

자신의 존재감에 대해서 높이 평가를 해 주는 조련사에 대하여 무한한 신뢰를 고래가 보이는 것이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천사반 친구들에게 매일 매일 아침 인사로 한 명 한 명씩 안아주며 “사랑해”라고 속삭이고, 집에 갈 때는 손바닥을 힘차게 마주치는 하이파이브 인사를 합니다. 그리고 “와~우~”, “역시”, “대단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며, 머리를 많이 쓰다듬어 주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것을 통해서 천사반 친구들과의 신뢰와 교감이 깊게 형성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어느 책에서 ‘신체적 접촉은 만병 통치약이다’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해주는 신체적 사랑의 표현은 부모의 사랑을 표현하는 가장 직접적이며,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합니다. 천사반 부모님들께 자녀를 더욱 많이 안아주고, 더욱 많이 만져주고, 더욱 많이 쓰다듬어 주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학생 건강 검진 날, 1학년 친구들은 혈액형과 소변 검사를 했습니다. 이날을 대비해서 며칠 전에 사두었던 예쁜 모양의 사탕을 아이들 앞에 잔뜩 꺼내 놓았습니다. 그리고 혈액형 검사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한 후 “와~! 의사 선생님께서 특별히 우리 천사반 친구들을 위해서 안 아픈 주사를 준비하셨어요.” “이 주사는 다른 주사 바늘과는 다르게 굉장히 가늘어서 찌를 때도 많이 아프지 않고, 주사 바늘에 안 아프게 하는 약을 발라 놓았대요.” “선생님도 맞아 봤는데 친구가 나를 꼬집을 때처럼 잠깐 따끔했어요.” “천사반 친구들, 이 모든 것을 잘 참고 주사를 잘 맞는 친구들은 이 사탕과 칭찬 스티커를 2장씩이나 받을 수 있어요.”

이 모든 말을 정말 믿을까 반신반의 했었는데 몇몇 남자 친구들이 빨리 피를 뽑고 싶다며, 그리고 재미있을 것 같다고 환호성을 질러 댑니다. “어때요? 준비됐나요?” “천사반 구호를 외치고 우리 출발할까요?” 정말 우리 천사반 친구들 모두 주사를 잘 맞고 피도 잘 뽑았습니다. 혹시나 아프다고 우는 친구가 있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을 했는데 주사를 맞고 나오는 아이들 얼굴에 용기 꽃이 활짝 폈습니다.

푸르른 5월, 천사반에는 행복 꽃, 희망 꽃, 웃음 꽃, 인내 꽃, 용기 꽃들이 활짝 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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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교육대학 국어교육학과 졸업 후 경기도 소재 초등학교와 상해한국학교에서 19년 동안 현직교사로 재직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이 주관한 좋은수업만들기대회, 인성교육연구대회에서 1등급 등을 수상했으며 교재연구록대회, 학급경영아이디어대회에서 최우수상 등을 수상했다.
kimhanna-1@hanmail.net    [김한나칼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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