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메뉴

상하이방은 상하이 최대의 한인 포털사이트입니다.

'친•성•혜•용', 중국 주변국 외교의 허상

[2013-12-11, 16:46:47] 상하이저널
[한우덕칼럼] '친•성•혜•용', 중국 주변국 외교의 허상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주변국 외교 좌담회’를 연 것은 지난 10월 24, 25일이었다. 당 정치국원, 국무위원, 외교 관련 고위 인사 등이 대거 참석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주변국과의 외교 지침으로 ‘친(親)•성(誠)•혜(惠)•용(容)’ 등 4개 키워드를 제시했다. ‘친하게, 성심껏, 호혜 원칙에 따라, 넓게 포용한다’는 뜻이다. 뛰어난 외교 노선이라는 찬사를 받기에 충분한 수사(修辭)였다. 그는 “중국의 발전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주변 환경이 필요하고 주변 나라들이 중국의 발전 혜택을 넓게 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꼭 한 달 뒤인 11월 23일 중국은 이어도와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가 포함된 방공식별구역을 일방적으로 선포함으로써 동북아에 긴장을 고조시켰다. 이후 정세는 ‘친하게, 성심껏, 호혜 원칙에 따라, 넓게 포용한다’는 원칙과는 정반대로 돌아갔다. 한국과 일본이 반발하고 미•중•일 3국의 군함이 몰려들면서 긴장의 파고만 높여놨으니 말이다. 중국 내에서도 ‘그러면 4개 주변국 외교 지침은 뭐가 되느냐?’는 비난이 제기될 정도다. 국가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공론화한 노선을 한 달여 만에 ‘구두선(口頭禪)’으로 추락시킨 이유를 묻고 있는 것이다.

시진핑의 주변국 관계 4원칙은 전제를 하나 깔고 있는 듯싶다. ‘주변국은 절대로 중국에 도전하지 말아야 한다’는 게 그것이다. 중국은 국가 주권, 영토, 사회 안정 등의 분야에 구체적인 ‘핵심이익(Core interest)’을 설정해 놓고 있다. 티베트든 신장(新疆)이든, 아니면 남중국해든 그들이 정한 핵심 이익을 침해하려는 세력은 응징의 대상이지 친하거나 포용해야 할 상대가 아닌 것이다. 방공식별구역 문제가 비롯된 이유이기도 하다.

중국이 미국과 추진하고 있는 ‘신형 대국관계’에서도 같은 논리가 엿보인다. 신형 대국관계는 ‘기존 강대국인 미국과 신흥 강대국인 중국이 서로 패권 경쟁 없이 잘 지내자’는 걸 표면에 내걸고 있다. 그러나 한 꺼풀 벗기고 보면 ‘미국의 글로벌 패권에 도전하지 않을 테니 중국의 핵심 이익을 인정해 달라’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워싱턴 정가 일각에서 ‘신형 대국관계는 중국에 아시아 패권을 통째로 넘겨주는 구도’라는 반발이 제기되는 이유다. ‘중화(中華) DNA의 발로’라는 시각이 제기되기도 한다. 중국을 중심으로 형성된 옛 아시아 질서를 현대에 다시 복원하려는 열망이 짙게 깔려 있다는 해석이다.

베트남•필리핀•인도네시아 등 남중국해 연안 국가들은 중국이 이 지역에도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할 것으로 보고 벌써부터 긴장하고 있다. 그들은 미국에 눈길을 돌린다. 일본 보수 정권은 이번 기회를 추가 재무장의 명분으로 삼는다. 한국도 이어도를 포함한 방공식별구역 선포로 맞서고 있다. 중국은 ‘친•성•혜•용’을 제시하며 손짓하지만 주변국은 중국에서 멀어지고 있다. 중국 외교의 한계다.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소장(기자). *우리가 아는 중국은 없다-시진핑 시대 중국 경제의 위험한 진실*의 저자. 머리가 별로여서 몸이 매우 바쁜 사람.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7년 동안 특파원을 지냈음. http://blog.joins.com/woodyhan
woodyhan88@hotmail.com    [한우덕칼럼 더보기]

플러스광고

[관련기사]

전체의견 수 0

댓글 등록 폼

비밀로 하기

등록
  • 중•일 감정 대립 hot 2014.07.09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중•일 전쟁을 촉발했던 ‘7•7사변’ 77주년 기념식 행사에서 역사를 왜곡하거나 미화하려 한다면 절대로 용납하지 않겠다는 경고의...
  • 중국 국채선물시장 18년만의 재개와 금융개혁의 가속.. hot 2013.12.09
    [이창영의 중국금융 산책] 중국은 국무원 및 증권감독관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국채선물거래를 지난 9월 6일(금)부터 상하이의 금융선물거래소에서 재개했다. 중국의...
  • 서툴지만 적극적인 자세로 부딪히자 hot 2013.12.09
    [학부모들의 생생한 학교 이야기] 교사상담편-상해중학. 학기초나 학기말이 되면 늘 찾아오는 상담 시간. 반갑지만은 않은 게 사실이다. 부족한 영어와 중국어, 게다..
  • 상담전 구체적인 질문을 준비해가자 hot 2013.11.29
    [학부모들의 생생한 학교 이야기] 교사상담편-한국학교. 상해한국학교의 경우 학부모와 선생님과의 관계는 국제학교나 로컬학교에 비해 언어적 소통이 자유로워 별..
  • 中 회사설립 시 최저납입 자본금제 철폐 예고 hot 2013.11.26
    [코트라칼럼] 현재 중국 내 기업의 등기자본금제도는 2006년 1월 1일부터 ‘기업 등록자본 등기관리 규정(公司注册资本登记管理规定)’에 따라 시행됐다. 이 규정의..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1. 中 8개 지역 도심에 신규 면세점 생..
  2. “누구를 위한 대체 휴일인가” 중추절..
  3. 中 언론 “한국 여성은 나라가 없다”..
  4. 中 국산 게임 ‘오공’ 출시 나흘 만..
  5. “1억 4000만원에 아이 낳아 드려..
  6. IBM, 중국 R&D 부서 철수…직원..
  7. 테무 모기업 ‘핀둬둬’ 2분기 수익..
  8. 中 내년 3월부터 전기차 배터리 안전..
  9. 하이난성, 中 최초 2030년 내연기..
  10. 中 ‘90허우’ 패왕차희 창업자, 연..

경제

  1. 中 국산 게임 ‘오공’ 출시 나흘 만..
  2. IBM, 중국 R&D 부서 철수…직원..
  3. 테무 모기업 ‘핀둬둬’ 2분기 수익..
  4. 中 내년 3월부터 전기차 배터리 안전..
  5. 하이난성, 中 최초 2030년 내연기..
  6. 中 ‘90허우’ 패왕차희 창업자, 연..
  7. 헝다자동차, 상반기 예상 적자만 3조..
  8. 씨트립, 2분기 매출 전년比 14%..
  9. ‘세계 10대 과학기술 클러스터’ 中..
  10. 中 올여름 박물관 ‘열풍’ 예약량 코..

사회

  1. 中 8개 지역 도심에 신규 면세점 생..
  2. “누구를 위한 대체 휴일인가” 중추절..
  3. 中 언론 “한국 여성은 나라가 없다”..
  4. “1억 4000만원에 아이 낳아 드려..
  5. 中 계속된 폭염으로 개학 1주일 연기..
  6. “5명이면 버스 콜!” 상하이 린강신..
  7. “20만 한중가정 목소리 대변한다”
  8. 중국 열차 승객 '블랙리스트' 제재..
  9. 中 '스몸비족' 사고 심각, 휴대전화..

문화

  1. 제11회 자싱 '카툰 비엔날레' 전시..
  2. [책읽는 상하이 249] 꿀벌의 예언..
  3. [책읽는 상하이 250] 로어 올림푸..
  4. [책읽는 상하이 251]가녀장의 시대

오피니언

  1. [무역협회] 한·중 무역 회복, 미국..
  2. [상하이의 사랑법 16] 마지막 키스..
  3. [허스토리 in 상하이] 편리하고 불..
  4. [허스토리 in 상하이] "간극 속..
  5. [무역협회] 글로벌 금융 안정을 위해..

프리미엄광고

ad

플러스업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