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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고기는 부모의 살을 먹고 자란다

[2014-03-24, 15:15:53] 상하이저널
[신동원의 상하이리포트]
가시고기는 부모의 살을 먹고 자란다

 
카피는 수치가 아닌 자랑

2004년 중국의 모 포털을 만났다. 긴 탁자를 사이에 두고 다소 설레는 마음으로 첫 대면을 했다. 상대방 인터넷 포털은, 당시 1위는 아니었지만, 상당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순위 안에 드는 사이트였다. 각 지역의 수장들이 한번에 모였으니, 우리도 긴장할 만 했다. 우리 서비스를 설명하고, 한국에서의 경험과 실적을 얘기하니 분위기가 훈훈해진다. ‘아 됐다, 관심이 많네…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겠어’

결국 우리는 좋은 서비스를 구경시켜줬고, 수개월 후 그 포털에서 독자적으로 유사한 서비스를 시작했다. 중국에서 비즈니스를 한 거의 모든 사람들은 ‘카피’를 경험한다. 카피를 당했을 때의 심정은, 목욕 중에 내 옷을 누가 가져간 경우와 비슷할 거 같다. 선녀가 목욕할 때 나무꾼이 옷을 가져간 경우는 로맨스라도 있지만, 이건 그냥 빼앗긴 느낌이다.
 
그렇다면, 옷을 가져간 사람들의 심정은 어떨까? 이 부분에서 중국과 한국은 문화적 차이가 있다. 보통, 카피에 대해 중국인들은 상대적으로 관대한 편이고 도덕적 죄책감이나 범죄의식 같은 것을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오히려 카피를 한다는 건, 그만큼 능력이 있고, 시장에서 실력자임을 검증하는 것이라 한다. 즉, 카피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실력이 있으니 원본처럼 만들 수 있고, 더 낫게도 만들 수 있는 거란다. 또한 카피를 당한 쪽도 그것에 대해 분노하지 않는다. ‘아, 드디어 내 서비스가 시장에서 인정 받았구나’ 라고 생각한다.
 
카피하여 역수출하다

중국에서는 페이스북도 트위터도 막혀 있다. 이렇게 주요 인터넷 서비스들이 허용되지 않다 보니, 왠만한 서비스의 빌보드차트는 보통 로컬 기업으로 채워져 있다. 중국판 페이스북, 중국판 트위터, 중국판 유투브 등. 재미있는 건, 중국판 트위터는 1위 포털인 시나닷컴이 만들었다. 그런데, 미국 트위터보다 훨씬 좋다. 미국판 트위터는 멀티미디어 기능이 제한되어 있는 다소 답답한 TEXT 서비스인데 반해, 시나 웨이보(WEIBO)는 멀티미디어 기능이 제공된다. 시나의 웨이보는 3억 명의 중국 유저들이 사용하는 대표적 SNS로 거듭났고, 결국 SNS의 고향인 미국으로 역수출되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많은 똑똑한 중국인 개발자들이 세계적인 서비스들을 카피하고 있다. 모조품을 만들기도 하지만, 일부 엘리트들은 더 낫게 창조적 카피를 한다.
 
가려가며 보여줘라

이쯤 되면, 중국의 카피 문화를 욕하기 보다는, 잘 조절하는게 상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즉, 보여줄 수위를 미리 정하는 거다. 애매하게 정하는 게 아니라 확실히 정해야 한다. 상대방이 관심을 가지게 하되, 내가 전하는 정보만으로는 카피가 어려운 수준이 적당하다. 업종이나 상품에 따라 많이 다를 거 같다. 이조차 애매하다면, 방법이 없다. 그냥, 진입장벽이 높고 쉽게 카피가 안 되는 경쟁력 있는 서비스, 대박 상품을 만드는 거다.
 
거꾸로 카피를 마케팅에 활용하라

모바일 서비스를 런칭하려면, 처음에 어떻게 마케팅을 하고 홍보를 할 지 막막하다. 시장이 크다 보니, 광고 비용도 나날이 치솟고 있다. 이 때, 중국의 카피 문화를 역이용할 수 있다. 즉, 모바일 어플을 정식 마켓에 1000원에 올려 놓고, 카피 앱이 무료로 유통되는 불법 마켓에, 스스로 카피 앱을 올린다. 공짜로 푸는 거다. 그러면서 이렇게 홍보한다.

“정식 마켓의 유료앱을 퍼 온 따끈 따끈한 무료앱을 퍼가세요!”

어차피 누군가에게 카피를 당할 거라면, 스스로 카피를 하는 전략이다. 중국은 시장도 크고 플레이어도 많다. 경쟁도 열 배는 더 치열하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카피에 대한 공포감이나 거부감보다는, 이를 자사의 차별화된 상품으로 포지셔닝하는데 역이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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