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메뉴

상하이방은 상하이 최대의 한인 포털사이트입니다.

정부 때문에 혁신 불가능하다는 중국인들

[2014-04-27, 11:43:57] 상하이저널
[한우덕칼럼]정부 때문에 혁신 불가능하다는 중국인들

기자가 베이징 특파원으로 일하던 2001년, 중국이 ‘보아오(博鳌) 포럼’이라는 것을 만든다고 했다. “짝퉁 다보스 포럼이 하나 더 생기겠군…”이라던 당시 외신들의 비아냥이 생생히 기억난다. 13년째 포럼, 어떻게 변했을까? 지난주 보아오 포럼 취재에 나서면서 든 생각이다.

회의 첫날인 8일 밤, ‘혁신’을 주제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중국인과 외국인 참석자가 작은 ‘설전’을 벌였다. “중국은 화약•나침반 등을 발명한 나라다. 그 혁신DNA가 살아나고 있다.” 상대가 이를 반박한다. “4대 발명품 얘기는 송(宋)나라 이전의 케케묵은 얘기다. 지금 혁신은 불가능하다.” 앞 발언은 중국인이 했을 법한 얘기고, 뒤는 외국인의 말로 들린다. 그러나 반대였다. 외국 전문가들은 중국의 혁신 능력을 높게 평가한 반면 중국 참석자들은 ‘지금 체제로는 불가능하다’라는 식이었다.

중국 참석자들의 발언은 거침이 없었다. 작심한 듯 정부를 비난했다. 그들의 얘기는 이랬다.

“기업인들은 애써 기술 개발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 그럴 시간에 차라리 정부 관리들과 ‘관시(關系)’를 쌓는 게 훨씬 더 이익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구미에 맞는 기업에 일거리를 몰아준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혁신이 가능하겠는가?”(가오지판 텐허태양광 사장).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이 정부 지원으로 성공했느냐? 정부가 뭘 지원한다고 나설 때, 바로 그때 혁신은 끝나는 것이다. 기업은 정부 자금 받으려 줄을 설 것이고, 경쟁과 자율이라는 ‘혁신 생태계’는 망가지게 되어 있다.”(장웨이잉 베이징대 교수).

모두 ‘정부는 시장에서 손을 떼라’는 외침이다. “샤오미(小米), 알리바바, 화웨이(華爲) 등 세계적인 혁신 기업이 중국에서 탄생하고 있다”(그레고리 깁 상하이국제금융자산거래소 이사장)는 서방 전문가의 목소리는 이내 묻히고 말았다.
회의장을 가득 메운 150여 명의 청중은 그들의 대화에 빠져들고 있었다. 시계는 밤 10시를 넘기고 있는데도 자리를 뜨는 이가 없다. 인터넷은 이를 생중계했다. 회의를 지켜보던 가오안밍(高岸明) 차이나데일리 부편집장은 “혁신에 목말라 있는 중국의 현실을 보여준 회의”라고 평가했다.

포럼 4일간 열린 70여 개의 회의가 대부분 그랬다. 전 세계에서 초청된 최고 수준의 전문가들은 중진국 함정 돌파 방안, 아시아 산업의 공급처 변화와 대응, FTA 등을 놓고 토론하고, 고민했다. 모두 중국이 관심을 갖고 있는 문제이거나, 세계가 중국에 듣고 싶은 내용이다. 각 세션 제목만 봐도 중국의 고민이 무엇인지, 중국이 어디로 가려하는지 등을 읽을 수 있다.

‘짝퉁’이라는 비아냥 속에서 출발한 보아오 포럼. 그러나 지금의 보아오 포럼은 ‘짝퉁’도 아니요, ‘아시아의 다보스 포럼’도 아닌, 그냥 ‘중국의 보아오 포럼’일 뿐이다. ‘중국의 내일을 보려면 보아오로 가라’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보아오에서>
ⓒ 상하이방(http://www.shanghaiba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소장(기자). *우리가 아는 중국은 없다-시진핑 시대 중국 경제의 위험한 진실*의 저자. 머리가 별로여서 몸이 매우 바쁜 사람.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7년 동안 특파원을 지냈음. http://blog.joins.com/woodyhan
woodyhan88@hotmail.com    [한우덕칼럼 더보기]

전체의견 수 0

댓글 등록 폼

비밀로 하기

등록
  • 중•일 감정 대립 hot 2014.07.09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중•일 전쟁을 촉발했던 ‘7•7사변’ 77주년 기념식 행사에서 역사를 왜곡하거나 미화하려 한다면 절대로 용납하지 않겠다는 경고의...
  • 그림자금융이 던진 중국의 금융정책 과제 hot 2014.04.17
    [최정식칼럼]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지난 4월 3일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 ‘중국 경제 동향 및 리스크 점검’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 보고서는 중국정부의 경제정책에...
  • 호두음료와 양분유 hot 2014.04.17
    [김명신의 중국을 답하다] 적당히 인사차 방문할 때 빈손으로 가기 어색해서 박카스와 비타500을 들고 간 경험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모두 제약사 제..
  • 합법과 불법 사이의 위험한 줄타기 hot 2014.04.17
    [신동원의 상하이리포트]중국 직원이 나에게 한 수 가르쳐 주었다. 중국 비즈니스가 글로벌 스탠다드와 부합하지 않음을 비판적으로 지적하자, 중국에서는 중국만의 방식..
  • 중국 금융위기보다 구조조정이 더 무섭다 hot 2014.04.15
    [전병서 칼럼] 다시 중국발 금융위기설이 시장을 떠돈다. 2007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같은 위기가 터질 수 있다는 거다. 그러나 그 가능성은 희박하다...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1. 노후주택 많아지는 중국, ‘주택 양로..
  2. 2024 상하이 전시회 일정(9~12..
  3. 中 8개 지역 도심에 신규 면세점 생..
  4. “누구를 위한 대체 휴일인가” 중추절..
  5. 中 상반기 신차 판매 적자 심각…딜러..
  6. 中 로봇 특허 19만 건 돌파…세계..
  7. 中 국산 게임 ‘오공’ 출시 나흘 만..
  8. 딘타이펑, 中 매장 14개 철수…상하..
  9. 中 언론 “한국 여성은 나라가 없다”..
  10. IBM, 중국 R&D 부서 철수…직원..

경제

  1. 노후주택 많아지는 중국, ‘주택 양로..
  2. 2024 상하이 전시회 일정(9~12..
  3. 中 상반기 신차 판매 적자 심각…딜러..
  4. 中 로봇 특허 19만 건 돌파…세계..
  5. 中 국산 게임 ‘오공’ 출시 나흘 만..
  6. 딘타이펑, 中 매장 14개 철수…상하..
  7. IBM, 중국 R&D 부서 철수…직원..
  8. 中 내년 3월부터 전기차 배터리 안전..
  9. 테무 모기업 ‘핀둬둬’ 2분기 수익..
  10. 하이난성, 中 최초 2030년 내연기..

사회

  1. 中 8개 지역 도심에 신규 면세점 생..
  2. “누구를 위한 대체 휴일인가” 중추절..
  3. 中 언론 “한국 여성은 나라가 없다”..
  4. “1억 4000만원에 아이 낳아 드려..
  5. 中 계속된 폭염으로 개학 1주일 연기..
  6. 도핑 징계 쑨양, 1680일 공백 복..
  7. “5명이면 버스 콜!” 상하이 린강신..
  8. “20만 한중가정 목소리 대변한다”

문화

  1. 제11회 자싱 '카툰 비엔날레' 전시..
  2. [책읽는 상하이 249] 꿀벌의 예언..
  3. [책읽는 상하이 250] 로어 올림푸..
  4. [책읽는 상하이 251]가녀장의 시대

오피니언

  1. [무역협회] 한·중 무역 회복, 미국..
  2. [상하이의 사랑법 16] 마지막 키스..
  3. [허스토리 in 상하이] 편리하고 불..
  4. [무역협회] 글로벌 금융 안정을 위해..
  5. [허스토리 in 상하이] "간극 속..

프리미엄광고

ad

플러스업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