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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스토리 in 상하이] 상추튀김

[2021-03-17, 11:38:28] 상하이저널

상추튀김을 먹자 하면 모두들 깜짝 놀란다. 중국에 산지 25년을 넘어서며 많은 중국 친구 못지 않게 대한민국 전국에 뿌리를 둔 많은 가족을 친구로 두게 되었다. 중국에서 계속 자란 우리 아이들은 그래서 태어나기만 했지 한국의 지역적 고향 개념이 그리 작용하지 않는 듯 하다. 경주가 고향인 친한 지인 집에 초대 받았을 때 배추전을 처음 먹었다. 같은 대한민국 사람인데 낙지로 끓이는 연포탕은 알고 오징어로 국을 끓일 수 있는 것도 그 날 처음 알았다. 아마도 그 지인이 우리 집에 와서 상추튀김이란 음식을 접하고 생들깨로 즙을 내어 끓인 들깨토란탕을 먹었을 때 내가 느끼는 기분 같았으리라.

상추튀김은 상추를 튀긴 음식이 아니다. 마른 오징어를 물에 불려  한 잎 크기로 잘라 튀김옷을 입혀 튀기거나 각종 양념을 한 김말이 잡채 튀김을 매콤한 풋고추와 양파를 넣은 양념장을 소스로 해 상추에 싸 먹는 음식이다. 전국 어디에서나 먹는 음식인 줄 알았는데 배추전처럼 내가 살던 곳에서만 먹는 음식이었음을 보게 된다. 오는 손님마다 신선해 하며 빈말인줄 모르지만 맛있다 해 주어 다행이다. 친정 엄마는 추어탕, 오리탕을 끓이실 생들깨즙을 진하게 갈아 넣어 즙만 걸러 넣고 마늘과 시레기 듬뿍 넣어 끓여 내신다. 고춧가루 듬뿍 넣어 빨갛게 되면 추어탕과 오리탕 특유의 맛과 향이 난다. 진한 생들깨즙에 고춧가루만 빼고 양파와 마늘 듬뿍 넣고 햇감자와 햇토란을 넣어 끓어 주시던 들깨토란탕맛도 해외에 오니 잊을 수 없다. 친한 선배가 천안으로 시집을 갔는데 첫 아이를 가졌을 때 우리 집에서 먹던 토란들깨탕이 먹고 싶다할 정도였으니 어렸을 때부터 먹는 맛이라는 게 있나 보다. 

코로나로 한국에서 대학에 다니는 아이들을 못 본 지가 1년이 넘었다. 작년 대학 새내기였던 둘째는 언제 상하이 집에 갈 수 있느냐 억울해 하더니 학기가 시작하고 과제물과 대면수업에 치어 그 말이 쏙 들어갔다. 상하이에 오면 막내와 함께 마라탕도 먹고 마라샹궈도 먹고 싶다며 먹고 싶은 것을 주워 섬긴다. 집에서 항상 한식을 먹었는데 여기서 낳고 자라서인지 먹고 싶은 음식에 중국 음식이 빠지질 않는다. 음식으로 향수병에 걸린 듯하다. 습관이라는 것이 무섭다. 비가 자주 오는 상하이 날씨에 비가 오면 호박전, 김치전 등 부침개를 부치고 있거나 해물수제비를 끓이고 있는 나를 본다. 얼마 전 미국인인 유명 방송인이 감기에 걸렸을 때 마른빵을 먹는다는 뉴스를 보며 각 나라마다 각 사람마다 자신의 자라 온 역사 속에 힐링이 되는 음식들이 존재함을 보게 된다. 

친한 싱가포르 지인은 상하이에서 한국 냉면을 처음 먹고 반했다 한다. 우리 아이들이 마라탕을 좋아하듯 그 친구는 가족끼리 특별한 날이나 맛있는 음식이 먹고 싶을 때 한국 냉면을 꼭 주문한다. 영국 식민지였던 싱가포르는 유명 음식, 맛있는 음식이 많지 않은 영국 문화 탓에 맛있는 음식이 본인 나라가 많지 않다는 말도 덧붙이며 냉면 사랑을 읊는다. 이래서 상하이가 주는 다채로움이 좋다. 코스트코에서 생연어를 사면 세 식구가 먹기엔 너무 커 망설였는데 지인이 가르쳐준 연어회덮밥 레시피 덕에 절반은 초밥과 회로 먹고 남은 연어는 소금과 다시마에 재워 숙성 후 회덮밥을 해 먹는다. 공부에 지친 막내의 힐링 음식이 된 지 한참 되었다. 한국에서 자라 28년을 살았고 어느 덧 중국에 온지 몇 해만 지나면 한국에서 산 햇수만큼 채우게 된다. 우물 안 개구리였던 나의 입맛과 손맛이 상하이에서 다채로워졌음을 보게 된다. 좁은 마음의 우물도 그만큼 넓고 다채로워졌길 기대해 본다.

Renny(rennyhan@hanmail.net)

<아줌마 이야기> 코너가 올해부터 <허스토리 in 상하이>로 바뀌었습니다. 다섯 명의 필진들이 상하이 살면서 느끼는 희로애락을 독자 여러분과 함께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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