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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탁칼럼>하늘은 동그랗고 땅은 네모나다

[2007-08-21, 01:09:09] 상하이저널
1.동그라미와 네모

천원지방(天圆地方), 하늘은 동그랗고 땅은 네모나다. 중국 진(秦)나라 때의 <여씨춘추전(呂氏春秋傳)>에 나오는 말이다. 40대 이상의, 어려서 부모님 등의 영향으로 시골에서 한문 좀 배운 사람이라면 모두 아는 말이다. 무슨 뜻일까? 정말로 옛날 중국 사람들은 글자 그대로 하늘은 동그랗게 생기고 땅은 네모 반뜻하게 생겼다고 생각했었을까? 천지현황(天地玄黄)이라 하여 하늘(우주)의 기본 색깔이 검은색임을 알고 있었던 고대 중국인들이 하늘의 형태가 정말 동그랗고 땅의 형태는 네모나다고 생각했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형태를 굳이 그려 보자면, 동그라미 안에 네모가 들어가 있는 꼴일 것이다. 가만, 어디서 많이 보던 모양 아니던가? 맞다. 고등학교 수학시간에 무한수열을 배우면서 동그라미 안에 네모가 다시 그 네모 안에 동그라미가 그 동그라미 안에 네모가 무한히 펼쳐지는 모습은 모두에게 익숙한 수학문제가 아니었나 싶다.

△이데아로서의 완전한 세계 △모든 인간 및 생명체가 닮고 싶어하는 이상 △불완전한 모든 것을 만들어 내는 `소이(所以)'로써의 완전함 △순간의 합을 넘어서는 영원 △과거/현재/미래의 투영체로서의 如来, 如如 △인간세계의 선(선)과 불선(不善)과 악(惡)을 넘어서는 절대선, 이런 것들을 고대 중국인들은 하늘(天)이라 생각했었던 것 같다.

반면, △이데아에 투영된 그림자로서의 불완전한 현실세계 △이상보다는 먹고 살기 위해 생존투쟁을 할 수 밖에 없는 현실 △어디에서도 완전함을 직접 두 눈으로 보거나 증명해 보일 수는 없다는 의미에서의 불완전성 △헉헉거리며 살 수 밖에 없는 삶의 찰나성 △일장춘몽과도 같은 인생 △자기에게 좋은 것은 선이고 나쁜 것은 악일 수 밖에 없는 인간윤리, 이런 것들을 고대 중국인들은 땅(地)이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2.유교와 도교

춘추전국시대, 혼란스러운 세상을 통합하는 철학으로서 중국에서 공자에 의해 유교가 탄생했다. 비슷한 시기 역사상 실존 여부가 불분명한 노자라는 인물에 의해 도교가 탄생했다. 이데아로서의 하늘을 기정 진실로 받아들이고 그에 의해 명받은 대로 사는 것, 천명(天命)이 인간 삶의 기본이 되어야 한다는 유교와, 변화무쌍한 현실세계를 그대로 받아들이며 자연의 순리에 맞춰 사는 것이 인간 삶의 기본이 되어야 한다는 도교, 두 철학 또는 종교는 근본에 있어 너무나도 달랐다.

역사상 중국이라는 땅덩어리에 많은 사상 또는 종교가 명멸했지만 어떤 사상이나 종교도 요약하자면 두 가지 사상 또는 종교의 순열조합 중 하나가 아니었나 싶다.

3.이상과 현실

누구나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 모르지만 이상이 있다. 절대자를 믿거나, 절대자의 존재를 부정하는 이라 할지라도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에 대한 나름대로의 기준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상의 실재를 믿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이 세상에 존재하는 삼라만상은 똑 같은 것은 하나도 없다. 공장에서 생산되는 똑 같아 보이는 공산품이라 할지라도 아인슈타인의 4차원 시공간 상에서 판단해 보면 동일한 시간에 동일한 장소에 동시 존재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 상대적일 뿐이다. 따라서, 인간이 보고 느낄 수 있는 현실세계는 언제나 상대적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중국 사람들은 이러한 절대성의로서의 이상과 가변적이고 상대적인 현실에 대한 기본 생각이 놀라울 정도로 조화로운 것 같다. 아니 이미 오랜 역사상 경험으로 인하여 중국 인민들 DNA 속에 체득되어 있다고나 할까.

위에 정책이 있으면 아래에는 대책이 있다. 중앙정부의 정책이 있으면 지방정부의 대책이 있고, 지방정부의 정책이 있으면 일반 백성의 대책이 있다. 상사의 지시가 있으면 일을 안하고도 나름대로 빠져나갈 수 있는 핑계가 있다. 이런 현상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 중국이다.

또한, 중국 사람들을 만나 보면, 공식적인 면담 때의 담판내용과 사석에서 하는 말이 서로 다르다. 중간에서 말을 전달하는 사람의 말은 또 다른 경우가 많다. 필요할 때마다 어떤 때는 명분(하늘)을 내세웠다가 어떤 때는 극히 현실적인 문제(EX. 돈, 경제적 이익, 그 밖의 이익)을 내세우며 말을 바꿔가면서도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는 경우를 종종 본다.
한국 사람 입장에서 보면, 어찌 저리 뻔뻔할 수 있을까, 어찌 한 입으로 두 말을 할 수 있을까, 낯이 화끈거리지도 않나 라는 생각을 가지지만, 중국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요즘은 나도 어느 정도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중국 사람들이 말하는 좋은 취지, 동그라미 안에, 실제 숨겨져 있는 자신의 이익, 네모가 있고, 그 안에 다시 동그라미가 있고, 그 안에 다시 네모가 있고…….

4.한국과 중국

자본주의 국가이면서도 사회주의적인 한국과, 사회주의를 취하고 있으면서도 선부론, 흑묘백묘론에서 보듯 자본주의를 주체적으로 수용하고 있는 중국(이말은 내 생각이라기 보다는 사업하시는 분들이 많이 하는 말이다.), 중국에 처음 온 한국인들은 이런 상황에 당황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중간 단계로서의 사회주의를 거쳐 공산주의라는 이상향을 절대선으로 설정하면서도, 공산주의를 가기 위한 사회주의 초급단계로서의 자본주의적 속성을 그대로 인정하는 나라, 중국. 동그라미와 네모의 절묘한 조화가 아닐 수 없다.

유교, 그 중에서도 가장 한 쪽(변화를 싫어한다는 의미에서 오른쪽)에 치우친 대의 명분을 중시하는 성리학, 성리학 중에서도 이황 선생님의 이기이원론이 뼛속 깊숙이 박혀있어 배우지 않아도 누구나 성리학적 이기이원론에 젖어 사는 한국인들도, 세상의 중심이 중국으로 이동하고 있는 이 중요한 시기에,
이제 중국사람과 비즈니스를 하고 중국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동그라미와 네모의 조화에 대해서 심오한 공부를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법무법인대륙 상하이 대표처
cwt5521@hanmail.net    [최원탁칼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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