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한국의 주부들이 중국 무대에 섰다. 우리 고유 한복을 입고 합창단을 결성해 중국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상하이에서 1시간 30분 거리에 위치한 지아싱(嘉兴)의 효성주부합창단은 지아싱시의 각 기관과 매스컴 등으로부터 관심과 호평을 얻고 있다. `타이타이(太太)합창단'으로 알려진 이들은 효성 지아싱 공장 주재원들과 파견직원의 아내들로 구성돼 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은 기부·기증·사회봉사활동 등 중국 내 다양한 기업문화를 보이고 있지만, 효성의 주부합창단은 이색적인 기업문화로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지아싱 효성공장을 찾아 주부합창단 단원인 최매화(28)씨를 회사휴게실에서 만났다.
"정말 아마추어인 우리가 중국인들 앞에서 노래를 부른다는 것이 처음에는 너무 떨렸어요. 한복을 입은 우리들을 환영해주고 박수를 쳐주니 무대를 내려올 때는 벅찬 감동마저 느껴졌죠."
첫 무대의 떨림을 잊을 수 없다는 그녀는 효성 로고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합창단이라는 이름으로 무대에 섰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말한다. 25명의 단원들은 가사일과 육아로도 모자란 시간을 쪼개어 한 달에 한번씩 연습을 한다. 대부분 중국 곡이고 대장금처럼 중국인들도 알만한 한국 노래도 한 두곡 선곡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어를 어느 정도하는 본인도 중국 가사로 노래를 부른다는 것이 쉽지 않은데, 그렇지 못한 단원들까지 중국 노랫말을 적어가며 연습에 몰두하는 단원들의 모습이 아름답다고 한다.
"노래를 통해 고생하는 아빠들에게 힘을 주고, 중국 내 효성의 이미지 제고에 도움이 될까 하는 마음을 모았다*는 이들의 첫 무대는 지난해 5월 지아싱 남호구 정부에서 주최한 `남호합창제'다. 효성과 한국을 알리기 위해 합창제 한 달전 결성하여 아파트 단지 내 관리사무실을 빌려 연습에 들어갔고 결과는 대성공적이었다. 이날 이후 효성주부합창단의 노래에 깊은 인상을 받은 남호구 인민정부는 다른 공연에도 초청이 이어졌으며, 합창단 전원이 한복을 차려 입고 출연해 관중들의 열화와 같은 환호를 받기도 했다. 또한 효성주부합창단은 지아싱 `장애인합창단'과 함께 특별대상을 수상하여, 중국합창협회 이사장으로부터 상패와 상금 3천위엔을 받아 불우모범학생 6명에게 전액 장학금으로 기증하기도 했다. 이러한 효성주부합창단의 활동은 지아싱 TV에서 다큐멘터리로 제작하고 있어 연말께 방영될 예정이다. 최매화씨는 "우리 주부합창단원들은 지아싱시의 각 기관과 매스컴의 관심과 호응에 감사드린다. 무엇보다도 물심양면으로 후원을 아끼지 않는 효성에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하며 "노래실력보다 우리의 모습을 예쁘게 봐주고 있어 앞으로도 지아싱에서 한국과 효성의 이미지 제고에도 노력하는 `타이타이합창단'이 되겠다*고 전한다.
남편회사를 인연으로 결성된 그들이지만 `효성주부합창단'은 분명 새로운 기업문화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한국기업들이 사회공헌활동에 사용한 돈이 한화로 약 1조7천억원에 달한다는 통계 보도는 嘉兴日报의 주부합창단 기사와 대조적이다. 한국신문에 보도된 이 뉴스는 한 기업의 제품 못지않게 그 기업이 주는 사회적 이미지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하지만 기업문화와 제도로 정착되지 못한 채 일회용 행사에 그치는 사회공헌활동에 대한 인식변화가 필요하다. 효성주부합창단의 활동을 보면서 중국 사람들에게 비춰지는 한국 기업의 모습 역시 일시적인 `기부'나 `기증'보다 그들 속에 `사람'과 `문화'로 다가서는 새로운 기업문화를 고민해 볼 때가 아닌가 싶다.
▷고수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