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에도 눈을 보기 힘든 상하이다 보니 겨울만 되면 유난히 눈이 보고 싶어진다. TV에서 한국에 눈이라도 내렸다는 말을 들으면 금방이라도 펑펑 내리는 눈이 연상되어 부럽기만 하다. 한국에서는 눈이 내리는 날이면 미끄러운 길이며 막히는 도로 때문에 짜증이 났었는데, 이젠 그 불편했던 기억들은 어디론가 다 사라지고 아름다운 낭만만 기억된다.
또한 한국에서라면 별로 즐기지 않았던 호떡과 붕어빵도 겨울철 별미처럼 생각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이고, 상하이 어느 마트에서 판다는 말에 귀가 솔깃해져 당장이라도 사러 가고 싶은 생각뿐이다. 어디 이것뿐이겠는가 시장 통에서 마구 썰어 담아주던 순대나 파가 송송 들어간 파전에, 버스를 기다리다 잠깐 몸을 녹이며 먹던 뜨거운 오뎅국물이나 홍합…등 생각해 보면 모두다 그리운 것들이다.
위생이나 맛을 엄격하게 따져보면 그리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할 것들인데 감성적인 점수는 만점을 받고도 넘치고 있다.
그런데 전체적인 온도가 높아 눈이 내리지 않는 상하이에서 겨울은 왜 그리 추운지, 한국에서도 입지 않던 내복을 상하이에서 입고 있다. 올해는 그나마 작년보다 덜 추워 난방이 잘되는 사무실이나 건물에 들어서면 답답함에 숨이 막힐 지경이지만 내복을 안입으면 나도 모르게 몸이 움츠러들어 저녁이면 어깨가 다 쑤실 지경이다. 요즘은 보일러 있는 집이 많아 상하이에서도 한국처럼 따뜻하게 지내는 사람이 많지만 아직까지 보일러가 없는 집에 살고 있는 나로서는 춥기만 하고 눈도 내리지 않는 상하이의 겨울은 낭만도 없고 춥기만 한 허허벌판 같은 곳이다.
한국에서 생애 처음으로 눈을 본 외국인 며느리 이야기가 가끔 TV에 나오는 것을 보면 아직도 세계에는 눈을 한번도 보지 못한 사람이 있다는 것인데, 그래도 상하이는 쌀 부스러기 같은 눈이 바람에 가끔 나폴거리기도 할 때도 있어 겨울 눈에 대한 기대감을 키운다.
해도 안 나고 낮에도 어둑해지는 오늘, 이러다 상하이에 진짜 눈 내리는 게 아닐까?
▷ 이승희(Sabina2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