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목으로 된 문을 열고 들어서면 따뜻한 불빛에 싸인 실내가 단아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아가씨의 안내로 자리에 앉으면 은은한 국화향이 가득한 따뜻한 차향기가 코끝으로 전해진다. 구베이 2기 송위엔루에 위치한 궁중요리 전문점 <富>. 한국의 전통문화에 관심이 많았던 재일교포 3세 김원삼 사장과 어릴때부터 요리에 남다른 애착을 가졌던 김지영 총주방장의 공동작품이다.
그녀는 아시아전지역을 휩쓸었던 드라마 <대장금>에서 음식을 담당했던 10여년 경력의 전문 요리사이다. 상하이의 유일한 한국궁중요리 전문점인 <富>에 가면 예전 주방상궁들이 궁중의 엄격한 법도에 따라 뛰어난 조리기술로 짜임새있게 만들어진 한국전통의 음식철학과 정신이 그대로 녹아있는 전통궁중요리를 만나볼 수 있다. 죽, 찬, 채, 만두, 전, 적, 구이, 찜, 일품요리, 전골, 식사, 후식 등 50여 종류의 천연재료와 조미료만을 고집하는 김지영 주방장의 요리 철학이 담긴 궁중음식이 찾아오는 이의 입과 눈을 사로잡는다.
"드시는 이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으면 하는 마음이 손으로 전해져 손님들을 만족하게 하고 싶다"는 김지영 총주방장의 바램처럼 <富>는 손님 한분 한분에게 임금님 수라상을 대접하고자 노력하는 흔적이 곳곳에 묻어난다.
만약 요리의 선정이 어려우시다면 <富>에서 추천하는 코스요리를 선택하는건 어떨까? 정1품 정2품 정3품으로 나뉘어진 코스요리는 죽에서부터 시작하여 후식까지 모두 포함되어 있어 손님접대에 제격이다.
▶주소: 宋园路79号 靠近古羊路
▶문의: 6209-0679
1.낚지볶음(58원)
한국 궁중요리연구원에서 궁중요리과정을 수료한 김지영 총주방장은 화학조미료를 전혀 넣지않은 천연조미료와 천연식재료를 <富>의 음식자랑 중 최고로 꼽는다. 그 중 새롭게 출시한 낙지볶음과 불고기 냉채, 해물찹쌀파전, 맥적을 추천하며 그 맛에 대해 설명한다.
쫄깃쫄깃한 낙지와 매콤새콤한 소스가 어우러진 낙지볶음은 그냥 보면 평범한 낙지볶음과 별로 차이가 없다. 자극적이지 않고 뒷맛이 담백하고 개운하다. 신선한 재료에 빨갛게 양념이 된 낙지볶음은 그 향긋한 냄새에 군침이 돌게한다. 쟁반에 꽃처럼 곱게 얹은 모양새 역시 궁중요리만이 가질 수 있는 요리의 품위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중국에서 낙지를 구하기 어려워 쭈꾸미를 대신 사용했는데 크기가 워낙 커 모양뿐 아니라 맛까지도 비슷하게 느껴질 것이다.
2.불고기냉채(68원)
불고기라면 당연히 철판위에 노릇노릇 구워서 먹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깬 요리다. 엄선된 소고기등심의 부드러운 육질이 입안에서 그대로 녹는다. 겨자소스 양념의 신선한 야채와 어우러져 불고기냉채만의 독특한 맛을 이룬다.
3.해물찹쌀파전(60원)
<富>의 대표요리의 하나인 해물찹쌀파전, 집에서도 쉽게 해먹을 수 있는 해물파전과는 달리 찹쌀로 반죽을 해서 바삭함이 더해졌다. 신선한 해물재료와 파를 송송 썰어 넣은 해물찹쌀파전은 해물의 신선함이 잘 어울러져 느끼함이 적고 담백하다. 취향에 따라 간장양념장과 매운 양념장에 골라서 찍어먹으면 된다.
4.맥적(65원)<富>를 찾는 손님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메뉴인 맥적, 돼지고기를 된장으로 양념하여 만든 요리로 한국적인 맛을 최대한 살렸다. 여기에 최고의 음식궁합을 자랑하는 부추와 소화를 돕는 초절인무우에 싸서 먹으면 된다. 불판위에 고기를 구워 여러 야채들과 함께 다소 번잡해 보이는 상차림에 비해 접시 위의 3가지 요리는 깔끔함과 고급스러움까지 느끼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