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휩쓸고 있는 이른바 `한류(韓流)'의 발원지가 랴오닝(遼寧), 지린(吉林), 헤이룽장(黑龍江)성을 통칭하는 동북3성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한류는 90년대 초.중반 산업연수생 신분으로 한국에 들어왔던 이 지역 출신 조선족 동포들이 귀국한 뒤 위성TV로 시청하던 한국 드라마가 입소문을 타고 번진 것을 시초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오갑렬(52) 중국 선양(瀋陽) 주재 한국총영사는 한류의 발원지로서, 과거의 고구려와 발해의 역사를 품고 있는 동북지역을 관할하는 해외공관장이다.
오는 30,31일 서울에서 열리는 총영사 회의를 앞두고 귀국한 그는 26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동북3성에서 한류가 시작된 것을 아느냐"고 되묻는 것으로 이 지역과 한국의 각별한 인연을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동북지역은 중국측 통계에 의하더라도 4천500개에 달하는 한국기업이 진출, 국가별 투자규모에서도 일본 등에 이어 2∼3위를 달리고 있을 정도로 경제적으로도 한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오 총영사는 "한류라는 문화적 공감대를 기초로 한국과 동북지역의 관계는 양측의 활발한 경제교류로 인해 더욱 긴밀해지고 있다"며 문화와 경제의 시너지 효과에 주목했다.
대표적 사례가 동북3성의 최대 도시이자 랴오닝성의 성도 선양시에서 2002년에 시작돼 올해로 5번째를 맞는 한국주(韓國週) 행사.
선양시와 한국 기업인들이 매년 5월에서 7월 사이에 공동 주최하고 있는 한국주행사는 한국의 경제와 문화를 홍보하고 투자를 유치하는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이제는 중국의 50여 개 도시에서도 이와 유사한 행사를 개최하고 있을 정도로 한국을 상징하는 이벤트가 됐다.
그가 총영사로 재임하면서 역점을 둔 것은 이들 지역에서 기업을 운영하면서 애로사항을 해결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던 한인 기업인들과 각 시정부 사이에 언로를 틔워주는 일이었다.
시정부의 담당 공무원도 쉽게 만나기 힘들었던 한인 기업인들은 기업 운영에서 민원이 생겨도 마땅히 호소하고 해결할 곳을 찾지 못해 큰 좌절감을 느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4년 12월부터 총영사관이 나서 하얼빈, 창춘, 단둥 등 각 시장과 시당서기 등이 참석하는 기업인 간담회를 잇달아 성사시킨 뒤로는 부국장급 간부가 한인회 사무실까지 찾아와 업무를 협의할 정도로 의사소통이 원활해졌다.
오 총영사는 중국 정부에서 지역균형발전 전략의 일환인 동북진흥계획에 따라 철도, 도로, 지하철 등 인프라 건설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는 동북3성의 경제적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수년 내에 인프라 구축이 완성되면 동북지역의 최대 약점으로 꼽혔던 과도한 물류비용이 획기적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섣불리 낙관하기는 힘들지만 향후 남북관계가 획기적으로 개선돼 서울에서 신의주까지 연결되는 경의선이 개통된다면 이 지역에는 또다른 호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성급한(?) 전망도 내놓았다.
오 총영사는 "남북한과 중국이 육로로 연결되면 서울에서 불과 600㎞ 떨어져 있는 선양이 1일 생활권이 되면서 인적, 물적 교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