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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의 상하이 이야기 16] 차가운 열정

[2024-11-25, 17:03:47] 상하이저널

2024년 10월, 중국 국경절 7일 동안 고향 방문, 여행으로 이동한 인구는 20억 명이다. 국경절 이동 인구는 2019년도 수준으로 회복했지만 1인당 소비금액은 줄었다. 해외여행객 숫자와 소비금액은 2019년과 비교해 늘었다. (중국문화여유국 자료) 

전 세계 인구 4분의 1에 해당하는 인구가 움직이는 중국 국경절 기간에 움직이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중고등학생을 둔 학부모들이다. 7일 동안 밀린 공부와 과외를 시키기 위해서이다. 공식 과외는 금지되었지만 개인별로 하는 과외는 여전히 성업 중이다. 우리나라 국영수 같은 어문, 수학은 1시간에 150~200위안, 예체능은 200~250위안 수준이다. 국영수만 과외할까? 서법, 체육, 무용, 악기 같은 예체능까지 합치면 사교육비로 한 달에 1만 위안 쓰는 것이 평범한 집안의 일상 지출이다. 올 초 잠시 성인취미발레 수업을 들었는데 발레학원에서 여름방학 때 영국 런던으로 발레캠프 간다고 학생들에게 빨리 신청하라고 하는 것을 봤다. 발레를 취미로 배우는 초등학생들이 방학 때 해외로 발레캠프 가는 게 별 일 아닌 상하이이다.
  
[사진=여름방학 발레캠프 광고]

9월, 상하이시는 외식, 숙박, 영화, 스포츠 4개 분야에서 사용할 수 있는 5억 위안 상당의 소비쿠폰을 뿌렸다. 나 같은 외국인은 구경도 못했지만... 지난 주말에 창닝구(长宁区) 롱즈멍(龙之梦) 쇼핑몰에 갔는데 외식 나온 사람들 많아 식당마다 대기줄이 길었다. 소비쿠폰이 준 반짝 효과였을지, 원래 외식에 진심인 상하이라서 그랬는지 모른다. 

이구환신(以旧换新) 정책으로 자동차, 가전제품, 주택, 인테리어, 산업기계를 새 제품으로 교체하는 트레이드인 Trade-in을 장려하며 40억 위안 보조금을 지원해 주겠다고 했다. 국경절 전에 잇단 부양책 발표로 코로나 이후 내내 바닥에 달라붙어 있던 중국 주가를 일으켜 세우기도 했다. 

상하이시는 11월,12월에도 숙박과 스포츠 경기에 사용할 수 있는 추가 소비쿠폰을 발행할 예정이다. 10월 21일에는 주택대출기준금리가 되는 5년 MLF를 25bp 낮추었다. 중국 모기지론은 원리금 균등상환방식이라 매달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 적지 않은데 금리를 낮춰 소비할 수 있는 여력을 만들겠다는 거다.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대책은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진다. 쿠폰을 준다. 

기존에 쓰던 물건을 주고 새 물건 사면 보조금 준다, 대출금리 낮춰준다. 매일매일 새로운 정책이 나오지만 좀처럼 소비는 살아나지 않는다. LVMH 아르노 회장을 세계 1위 부자에 올려줬던 중국 명품 소비 시장도 주춤하다. 물론 주춤한 중국 명품 소비 시장 규모도 여전히 세계 1위이다. 

중국은행에 쌓인 예금 잔액은 300 만억 위안(55,500조 원 가량) 이고 아무리 금리를 낮추어도 돈은 시중으로 풀리지 않는다. 지금 중국 정기예금 금리는 1년 1.1%, 5년 1.55~1.6% 수준이다. 이렇게 낮은 금리에도 사람들은 은행에 돈 꼭꼭 넣어두고 꺼내 쓰지 않는다.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불확실성 때문에 돈이 있어도 쓰지 않는다. 중국은 내수로도 먹고살 수 있는 나라인데 그 내수가 사그라들고 있다. 지지부진한 내수시장에서도 자녀 사교육에 들어가는 돈은 줄지 않는다. 소비에 대한 열정은 차가운데 사교육에 들어가는 열정만 더욱 뜨거워져가는 차가운 열정의 상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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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봉쇄 기록 <안나의 일기> 드디어 끝난 중국 제로코로나를 기록한 <안나의 상하이 이야기> 저자. -blog.naver.com/na173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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