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최고명문인 상해중학(로컬부)에 입학해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문신호(19. 고2)군이 또 한번 사고를 쳤다. ‘무림의 고수’들로 뭉친 상해중 학생들 사이에서 ‘공부짱’보다 더 어렵다는 ‘인기짱’으로 선발된 것. 그것도 외국인으로는 1호라니 신원완바오(新闻晚报)에 기사화될 만큼 충분한 이슈다. 매년 상해중학에서 실시하는 ‘最受欢迎学生评选’는 이른바 인기투표 같은 것이다. 몇몇 학교들도 이런 행사가 있지만 상해중학이 명문이다 보니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모범학생은 학부모들에겐 부러움의 대상이지만, 또래 학생들 사이에선 요즘 표현대로 ‘재수없는(?)’ 학생이 되고 만다. 때문에 인터뷰도 조심스러웠다. 언론에 드러나는 자체로 이미 잘난 척 하는 애가 되는 것이 아니냐며 아들을 걱정하는 문군의 어머니를 설득, 문 군의 집에서 그를 만났다.
“이 상이 나에게 주는 의미는 있었지만 특별한 혜택을 얻기위한 신분적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친구들사이에서 인정받은 상이니까, 노력의 결과니까 그래서 기쁠 따름이다.”
문 군은 겸손하게 말했지만, 이 상이 주는 의미는 그 이상이다. 외국학생으로는 이 대회 우승이 처음인데다 중국학교에서 중국인을 제치고 그들 사이에서 인정받은 한국유학생이라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의미를 지닌다. 미국이나 유럽 등 외국대학 입시에서는 성적최우수자보다 가산점이 더 주어질 정도로 가치있는 상이기도 하다.
상해중학의 경우는 학생 약 1천300명, 교사 100여명 총 1천400명이 참여해 최고 인기학생을 뽑는다. 학생추천, 교사추천, 개인지원 등의 방식으로 출마할 수 있는데 문신호 군도 추천이 아닌 지원자 중 한 명이다. 이번 대회는 후보자 심사를 거쳐 21명이 참가했다. 1차에서 6명 통과, 2차에서 2명 선발, 마지막 2명 중 최종 인기학생을 뽑는 과정을 거쳤다. 최종선발에 오른 상대후보는 ‘상하이 소과학자상’을 받은 상해중학을 빛낸 인물로 선정됐던 학생이었는데, 100여 표차로 문 군이 1위를 차지한 것.
공부만 하기도 벅찬 유학생활에 인기관리까지, 문 군의 인기비결이 궁금했다. 크리스찬인 그는 ‘그리스도의 향기’라는 말을 꺼내며 “주변에 보이기 위해서라기 보다 스스로… 먼저… 조용히… 생활속에서 행동으로 모범을 보였다. 이것이 내가 터득한 중국친구를 사귀는 법”이라고 말한다.
인기비결보다 공부비결이 궁금할 엄마들을 위해 질문했다. 컴퓨터없이 초등학교생활을 보낸 문군은 자연스럽게 책과 친해졌고, 엄마처럼 해박한 지식을 가져야겠다는 막연한 생각이 ‘국제변호사’의 꿈을 키워왔다.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는 아니다. 남들처럼 과외비에 투자하고 상해중학입학 후 성적부진으로 좌절을 겪기도 했다. 그럼에도 남다른 의지로 중국유학 성공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노하우를 묻자 문 군은 주저없이 ‘신앙의 힘’이라고 답한다. 그의 중심에 무엇이 있든, 문신호 군에게는 분명 특별한 향기가 있다.
▷고수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