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귀의 건축 이야기]
상하이 도시의 시선, 상하이의 타워 건축
상하이에는 2010년 엑스포에 대비해 여러 대형 건축 프로젝트 진행이 한창이다. 그 중에서도 2008년 완공을 목표로 와이탄 북부중심에 들어서고 있는 상하이 키스(kiss) 타워는 벌써부터 세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영국계 건축가 알솝이 설계한 높이 250m의 이 전망 타워는 런던아이의 프로그램을 그대로 본 따온 듯하다. ‘중국의 에펠 탑’이라고도 불리는 이 타워는 4시간에 한번 전망대가 회전하게끔 설계되어 마치 놀이동산에서 도시를 바라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타워 주변 92,900 sqm의 부지 위로 는 백화점, 호텔, 디지털 기술 전시장 등이 들어설 예정이란다. 파리에 에펠 탑이 들어설 때 그 시시비비는 참으로 대단했다고 한다. 하지만 반대를 주도했던 모파상도 결국 에펠 탑 아래 식당을 자주 찾았다고 하니 한번 세워진 기념비적인 건축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가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현대 도시에서의 타워는 명분상 도시를 바라보는 곳이라곤 하지만, 주변에 미치는 영향과 도시의 아이콘으로서 기능하는 효과는 실로 대단하다. 이는 일종의 도시의 상표와도 같은데 실제 에펠 탑의 경우 그 추함과 아름다움의 시비를 떠나 그것의 독창적인 조형과 기술력으로 여태껏 파리를 대표하는 사례를 봐도 잘 알 수 있다. 그리고 런던아이의 경우에는 그것이 들어선 장소가 도시민들이 자주 찾는 선상 술집들이 즐비한 일상 공간이라는 점에서 상하이키스(kiss)와 구별된다. 이처럼 도시의 타워는 단지 도시 내를 바라보는 시선뿐만 아니라, 도시 자체를 바라보는 시선들의 선봉에 서있기도 하다.
벌써부터 ‘중국의 에펠 탑’이라 불리는 상하이키스(kiss)란 상표가 어딘지 모르게 지나친 상업적 냄새만을 풍기는 것은 사실이다. 원래 서양의 마천루는 개인의 끝없는 욕망을 향한 파시스트 같은 건축이다. 하지만 동양의 탑은 그 높이에 얽매이기보다는 솟아난 탑 끝에 매달리는 인간의 기원과 소망을 담고 있다. 즉 굳이 탑 위에 올라가지 않아도 땅 밑에서 그저 하늘을 향해 서 있는 장대와도 같은, 하늘을 훔치기보다는 하늘로 이어줄 듯한 가교와도 같은 것이었다. 마치 ‘폐허의 미학’처럼 동양의 탑은 시간이 흘러 주변에 기둥 하나만 달랑 남아도 그곳 주변이 넝쿨에 감겨지면 그늘이 되어주는 것이고 불빛에 비추어지면 등대와도 같은 길잡이가 되기도 하는 도시의 기둥이었다. 그래서 그런 탑의 느낌은 시간을 두고 오래오래 지속되기 마련이었다. 상하이 키스(kiss)의 조감도를 보고 있노라니 문득 그 옆으로 힐끗 보이는 동방명주의 중국다운 독창적 모습이 차리리 아쉬워 보였다. 굳이 상하이의 상표에서 런던과 파리를 찾기보다는 쟁반 위에 흩어진 옥구슬을 찾아 보는 게 나을 듯 하다.
▷김승귀(건축 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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