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절 여행요? 올해는 아예 포기했어요. 위엔화 가치가 올라서 한국 돈으로 계산해보면 감히 중국내 여행도 엄두가 나지 않아요. 집에서 쉬는 게 돈 버는 일이죠.”
상하이에 거주한 지 만 7년째인 박 모씨(51), 중국에서 누릴 수 있었던 여러 장점 중 긴 연휴 동안 '가족여행'을 포기하는 것에 안타까워한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한국을 자주 드나들기도 항공료 부담 때문에 지갑을 닫게 된다. 국경절을 상하이에서 보내는 많은 교민들은 ‘물가폭등 위엔화 초강세’에 이제 저렴한(?) 중국생활 시대는 마감했다는 분위기다. 중국 소비자물가지수 상승은 제쳐두고 순수하게 환율만 놓고 얘기해도 한국 돈 몇 천위엔이 더 오르다보니 교민들사이에선 “상하이 물가, 서울 물가 못지 않다”는 말이 저절로 나오기 마련이다.
이에 본지에서는 창간 9주년 특별기획으로 한중 물가를 조사했다. 교통비, 식비, 주거생활비, 생활가전비, 교육비, 문화여가비, 패션잡화비 등 7개 분야에 총 40개 항목을 조사비교했다. 상하이와 서울의 물가비교를 통해 과연 상하이와 서울 물가는 어느 정도 수준이며, 상하이의 어떤 분야의 물가가 서울을 제치고 있는지 살펴봤다.
조사 결과, 40개 중 17개 항목이 상하이 물가가 서울물가보다 높았다. 물론 환율변동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높아진 항목도 많았지만, 이중 절반에 해당하는 8개 항목은 환율과 무관하게 서울 물가의 1.5배에서 2배이상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9월26일기준 작년 기준환율 122.93에 비해 올해는 169.35로 1년새 무려 46.42위엔이 뛰어 올랐다. 작년 환율을 적용해도 소주, 김치찌개, TV, 방문학습지, 보습학원비, 구찌핸드백, 아르마니 남성정장 등 항목은 서울 물가를 제치고 있다는 결과다.
특히 서울과 상하이의 격차가 심한 분야에 몇가지 눈에 띈다. ‘사교육비’와 ‘한국음식비’다. 환율변동과 무관하게 1년전이나 지금이나 큰 격차를 보인다. 그렇다보니 한국식 사교육과 한국식당 외식비 소비에 부담이 커지고 있다.
“중국물가 싸다는 건 옛말이잖아요. 환율도 물가도 오르다 보니 당장 줄이게 되는게 애들 과외비네요. 일주일에 두 번하던 피아노도 한번으로 줄이게 되고, 방학동안 학원비를 계산기 두드려가며 한화로 환산해보니 줄이지 않을 수 없더라구요.” 초등 6 중등 2 자녀를 둔 송 모씨(43) 애들 교육 때문에 상하이행을 택했는데, 요즘 같아선 교육비도 비싸고, 생활물가도 올라서 고민이 많다는 것.
“요즘 식당마다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어요. 음식값은 작년과 마찬가진데, 한국 돈으로 계산해보면 비싸진 셈이죠. 생활물가가 오르니 외식비부터 줄이려 들지 않겠어요?” 우중루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최 모씨(47)처럼 교민들 체감물가는 오르고 소비는 위축되다보니 대부분 고객이 교민이었던 음식점들은 울상이다. 해외에서 생활하는 교민 물가지수의 표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김치찌개와 소주만 해도 그렇다. 작년 이맘때만해도 김치찌개(35위엔)에 소주 한병(40위엔)이면 9천200원이었던 것이 이제 1만2천700원이다.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상하이 교민들이 위엔화 강세와 물가 폭등의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송 씨처럼 한국에서 송금받아 생활하는 교민과, 최 씨처럼 한국인을 고객으로 상대하던 업종은 요새 죽을 맛이다. 한국기업들의 고충과는 또 달리 교민들이 생활에서 느끼는 상하이 물가는 급변하는 중국을 실감케 한다. 위엔화 쇼크로 위기라면 위기인 교민들의 위축된 생활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고수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