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3년 중국 정부는 전국에서 다섯 명의 클라리넷 연주자를 뽑았다. 서방 세계에 뒤지지 않을 연주자로 키울 목적이었다. 동독에서 교육자를 초청해 오기도 했다. 네 명은 베이징, 상하이· 광주 등 큰 도시에서 뽑혔다. 나머지 한 명은 연변출신의 조선족 백문순(당시 23세)이었다.
1985년, 중국 정부에서 전국 차원의 청소년 클라리넷 콩쿠르를 열었다. 대회의 1위는 조선족 학생 백철(당시 14세)에게 돌아갔다. 백문순의 아들이다.
콩쿠르 우승 이후 국영 중앙TV의 음악회 등에 출연하며 유명세를 탄 백철은 89년 미국으로 유학해 이제는 국적을 바꾸고 티 바이(Tie Bai)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중국 북경음악제 등의 클라리넷 페스티벌에서 음악 총감독을 맡고 있다.
“조선족 자치구역에서 가무단 단장을 하던 아버지가 중앙 무대에서 발탁된 것은 하나의 사건이었어요.”
티 바이는 자신의 첫 클라리넷 선생님이기도 한 아버지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30여 년 후에는 티 바이 본인이 ‘닫힌 세계’ 중국에 대한 편견을 깼다. “미국 남가주대에서 공부할 때 중국인은 손에 꼽을 정도였어요. 클라리넷 전공생으로는 유일했고요.” 90년대부터는 프랑스·일본·미국의 무대에 초청되면서 중국 클래식 음악계의 발전을 상징하는 인물로 자리를 잡았다.
오케스트라 협연, 다른 악기와의 실내악 연주로 간간이 한국을 찾았던 그는 해외 연주와 음악 캠프에서 호흡을 맞췄던 피아니스트 임미정과 함께 이달 첫 내한 독주회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