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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이야기] 작은 아이의 여행

[2009-02-03, 00:05:09] 상하이저널
9학년이 되도록 한번도 혼자서는 집을 떠나 본 적이 없는 작은 아들 녀석이 생전 처음 가족과 떨어져 여행을 떠났다. 학교에서 방학기간을 이용하여 터키에 있는 자매학교에서 체험학습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처음 여행공지를 받고는 대단한(?) 본인의 성적탓에 "엄마! 나 가고 싶어요!"를 외치지 못하는 아이에게 슬쩍 의사를 물어보니 미안한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 동안 학교를 전학 다니느라 제대로된 수학여행을 가보지 못한 작은녀석에게 기회를 주고 싶어 아이 아빠와 의논을 하고 여행을 보내기로 결정을 하였다. 하지만 결정 후에 매일매일 보여지는 일상생활속의 정돈되지 않은 모습때문에 걱정과 갈등이 시작되었다.

일주일이 넘는 시간을 홈스테이를 해야하는데 이건 아니다 싶어 어쩔 수 없이 엄마의 잔소리가 늘고, 아이의 짜증이 늘기 시작했다. 그러지않아도 사춘기가 시작되어 한창 예민할 때인데 사사건건 엄마와 부딪히게 되니 서로 웃는 얼굴을 보기가 힘들어진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어릴적부터 생활습관을 바로 잡아주지 못한 엄마의 잘못이 더 큰데 그걸 하루 아침에 고치겠다고 아이만 닥달을 하고 있으니 참 한심한 노릇이긴 하다.

어릴 적부터 18개월 차이나는 큰아이에게는 엄격한 기준으로 생활태도를 가르치면서도 어쩐지 작은아이에게는 관대해져서 그만 뭘 해도 귀엽고, 뭘 해도 기특한 막내 노릇만 하다 보니 그게 제 몸에 배어버린 것을….

여행이 계획된 날짜가 하루하루 다가오니, 아이도 초조했는지 배가 아프다. 머리가 아프다 하며 갖은 핑계를 대더니 급기야는 "나, 이번 여행 안가면 안돼요" 라고 물어온다. 제 딴에는 처음 엄마를 떨어지는 것도 불안하고, 정리정돈 못하는 스스로의 모습도 느껴지고, 낯선 외국에서 다른 식구와 지내야 한다는것이 두려웠던 모양인데, 그걸 다 이해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아이에게 큰소리가 튀어나오고 말았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수고 하면서 준비하는 건데 그러느냐, 세상일이 다 네 마음대로 되는 거냐,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도 말아라…. 두려워하는 아이를 다독거려주는 것이 우선인데도, 내 성질대로 그만 내뱉고 나니 아차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이미 엎지러진 물이었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 아이를 교육 시킨다는 것이 날이 갈수록 힘들어진다는 생각이든다. 사랑으로 아이를 대하고, 많은 대화로 아이와 소통 해야한다는 이론은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데, 정작 내 입이 내 몸이 그런 소통을 거스르고 있으니 말이다.

여행을 떠나는 날, 걱정과 달리 씩씩하고 밝은 모습으로 "엄마, 다녀오겠습니다"를 외치고 떠난 작은 녀석이 오랜 비행 끝에 목적지에 도착한 후 전화를 걸어왔다. 새로운 곳에 도착한 후의 낯선 설레임으로 아이의 목소리는 들떠있고 나는 물가에 내어놓은 아이처럼 모든것이 못 미더워 했던 말 또하고 또하면서 주의를 주고 당부를 하니 걱정마세요. 잘할게요. 하면서 오히려 나를 안심시키려 든다.

이번 여행을 통해 아이는 슬슬 엄마곁을 떠나는 연습을 시작하는가 보다. 일정한 시간이 흘러 부모의 곁을 떠날 때 세상에 대한 큰 두려움 없이 새로운 세상과 의연하게 맞설 수 있게되기를 바란다면 품안에 너무 꼭 품고 있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이젠 품 안에서 아이들을 내어 놓는 연습을 해야할 모양이다. 넓은 세상에 그 보다 더 넓은 꿈을 펼치며 살아갈 나의 아이들을 위해서 말이다.
▷푸둥연두엄마(sjkwon2@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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