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할 공간이 없었다. 간신히 전시장 인근 호텔에 주차를 시키고 전시회를 참관하였다. 지난 주에 개최된 '상하이의 봄' 상해부동산전시회에서의 일이다.
매년 3, 5, 10월 3차례에 걸쳐 열리는 전국적인 규모의 부동산 전시회이다. 매번 참관을 하는 전시회이지만 이번엔 좀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아시다시피 중국 부동산 경기는 작년 하반기부터 끝을 알 수 없는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이러한 열악한 상황에서 개최되었고 또한 전통적인 부동산 비수기인 춘절이 끝나고 시장의 반응과 향후 추세를 예측할 수 있는 중요한 시점이라 어느 때보다도 내용과 결과가 주목이 되었다.
전시회 참관 후 느낌은 부동산 시장이 건강하게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나 할까. 파는 사람이나 사려는 사람이나 매우 진지하였다. 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개편되고 있다. 출시된 상품도 이전의 투자자 위주에서 실입주자 대상으로 초점이 맞추어진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개발상들의 고심한 흔적이 역력히 보였다. 이전엔 건물 외관이나 조경 혹은 개발상 브랜드 등 보여지는 것을 강조했다면, 이번엔 입지조건 (교통, 학교, 편의시설 등), 평면디자인, 시공 및 인테리어 품질 그리고 구매자에 대한 각종 서비스 등 보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으로 마케팅을 전개했다. 작금의 취업난에 맞춰 주택 구매자에 일자리를 주는 이색 마케팅도 등장했다. 실수요자 대상으로 상품을 개발하다 보니 출시된 주택 면적은 90~140㎡의 평형이 주류를 이루었고 별장도 200㎡ 이하의 소위 경제형 별장이 많았다. 하지만 평면 구조는 예전에 비해 짜임새 있게 설계가 되었다. 중국 부동산 시장이 수요자 시장으로 확실히 자리매김을 했다.
한편, 수요자들은 이젠 관망의 시간이 끝나고 행동으로 나서야 될 때라고 인식한 것 같다. 마치 기다렸다는 식으로 상당한 거래량이 이루어졌다. 부동산전시회가 열린 지난 주 (3월9일~15일)는 2007년 말부터 시작된 부동산 침체기 이래 최고의 분양 성적을 기록했다. 주간 분양 규모가 지난 70周 동안 이루어진 주간 거래량 중 최고를 기록했는데 이는 2007년 10월과 비슷한 수준이다.
물론 여기에는 개발상들의 분양가격 인하도 일정부분 영향을 미쳤지만 단순 가격 때문만은 아니다. 금년 초 대비 가격인하폭이 크지 않았고 어떤 단지는 오히려 가격이 인상이 되었다. 작년 말엔 가격을 인하해도 팔리지 않았다. 시장에 대한 믿음이 회복되기 시작했고 이에 따른 구매심리가 살아나고 있는 것이 더욱 큰 이유가 아닌가 한다. 시장 특히 부동산 시장은 숫자보다도 심리에 의해 움직인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숫자로 이야기 해도 작년에 이어 올 해도 공급량이 줄 것이므로 2년 뒤에 줄어든 공급량이 시장에 영향을 준다고 가정하면 2010년부터는 또다시 주택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건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 중국부동산시장이 바닥을 통과하고 있지 않냐는 소위 '바닥론'이 솔솔 나오고 있다. 정말 바닥을 다졌는가? 지금이 바닥을 통과하고 있는 중인가? 아니면 아직도 떨어지는 중인가? 최소한 예전보다는 많은 중국사람들이 더 이상 떨어지지 않는다고 판단을 하는 것 같다. 필자 역시 여기에 동조한다. 세계 경기가 불확실하고 비관적인 견해가 주류를 이루는 현 상황에서 이러한 낙관적인 예상은 사실 조심스럽다.
지난 호에선 기존주택(二手房)의 거래가 늘기 시작했고 시장 가격도 하락세가 주춤하고 매도물량도 빠르게 소진이 되고 있어 부동산경기가 회복되는 선순환 고리의 시작이 아닌가 하는 희망 섞인 언급을 하였다.
작년 말부터 언제 집을 사는 것이 좋으냐는 문의를 많이 받았다. 필자의 대답은 똑 같았다. 2009년 춘절이 끝나고 집 값이 더 이상 떨어지지 않고 거래량이 늘어나면 그 때가 매수 시점이라고. 바로 3,4월 지금이다.
지금이 바닥이냐 아니냐는 결국 각자가 판단할 일이다. 필자 역시 그러한 개인 중의 한 사람이다. 만약 내 주머니에 돈이 있다면 지금 집을 사러 나갈 것이다. 4월이 가기 전에…
▷한상윤
NOI Investment & Consulting Corp.
동제대학 건설관리부동산학과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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