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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줌마 이야기> 우리에게 너무나 잔인한 봄

[2009-04-13, 21:39:52] 상하이저널
벌써 벚꽃이며, 목련이 땅에 떨어져 흐드러져, 제멋대로 나뒹굴고 있는 모습이 여기저기에 보인다. 개나리도 어느 듯, 노오란 꽃보다는 푸른 잎사귀가 훨씬 더 많아보이는게, ‘봄이 언제 왔던가?’ 싶게 내게서 등을 돌리고 있다. 마치 작별을 고하듯...
올해는, ‘봄’이라는게 정말 잔인하게 느껴진다. 우리엄마를, 우리 가족에게서 빼앗아 가버린 이 봄이, 정말이지 잔인할뿐이다. 다른 어떤 말로도 그 이상의 위로가 되지 않고 있다.
엄마의 옷을 정리하다가 우리 아버진, 참 많이도 아파하셨다. 당뇨병으로 고생하시던 엄마는, 옷이며, 가방이며, 뭔가를 넣을 수 있는 공간이 있는 물건이면 어디에나 사탕이며, 초콜릿이며, 약이 담긴 봉투를 넣어두고 있었다.

“너네 엄마가! 당신이! 살려구 살아보려구 정말이지 무척이나 애를 썼구려....”를 자꾸 되뇌이시며 곁에 있는 나를 가슴 아프게 하셨다. 안방에 모셔놓은 영정 앞에 엄마가 좋아하시던 머리핀이며, 브로치며, 작은 강아지 인형이며, 거기다가 아버지가 공무원으로 재직하실 때 받으셨던 대통령훈장까지(이건 다 엄마 덕분이라며, 이건 엄마거라며) 가지런히 놓으시고는 또, “이게 무슨 소용이냐...”며 울먹이시다, “그래도 웃고 있는 당신 모습이 참 예쁘다”며, 스스로를 위안하시기도 하셨다.

엄마와 우리가족이 이별을 한지가 벌써 3주를 지나고 있다. 주위의 언니들, 친구들, 동생들이 나를 따스하게 품어주고 있다. 덕분에 난, 일상의 생활로 돌아와 있다. 다들 너무 고맙기 그지없다. 정말이지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되는 것 같다. 이전에 나보다 먼저 아픔과 슬픔을 겪었던 이들에게 진정으로 같이 많이 아파해주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만 커지고 있다.

엄마의 옷에선 여전히 엄마의 따스한 향이, 체취가 느껴지고 있다. 하지만 우린, 이젠, 홀로 남겨지신 우리아버지 걱정에 엄마에 대한 슬픔에만 빠져있기엔 너무나 눈앞에 닥쳐있는 현실이 가슴절절하다. 아버지의 홀로서기를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열흘간을 아버지와 보내고서, 억지로, 그야말로 억지로, 기운을 차리시게 해서 회사에 출근하시기로 하고, 터미널에서 버스를 타던 날, 하염없이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차창밖에 서 계신 모습이, 어찌나 슬퍼보이던지, 서울로 올라오는 내내 눈물이 그치질 않았다. 그날의 서울은 또, 어찌나 춥던지, 몸도 마음도 다 꽁꽁 얼어, 이 봄이, 이 봄의 혹독한 꽃샘추위가 잔인하게 생각되어질 뿐이었다. 식당에 들어가 주문한 음식은, 그 국물조차도 어찌나 쓰던지 도저히 넘길 수가 없었다.

상해로 돌아온 이후로, 아침, 저녁으로 아버지께 전화드리는 걸로 하루하루 나 자신을 위안하고 있다. 자꾸 챙겨 드셨다고는 하시는데 뭘 제대로 드시고 계시는건지, 선뜻 가지 못하는 현실 앞에서 가슴만이 답답해질 뿐이다. 되도록이면 밝은 목소리로 전화기를 들지만, 아버지의 기분을 어쩔 수 없이 살피게 된다. 그래도 급할 때 아버질 도와줄 동생을 한 명 알고 와서 참 다행으로,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멀리 있는 아들, 딸이 다 무슨 위안이 되실까? 가까이에서 자그마한 거라도 챙겨주고 같이 대화해 줄 수 있는 이가 가장 큰 위안이며 기쁨일 것을...

올해의 잔인했던 봄이 빨리 우리가족에게서 멀어졌음 좋겠다. 엄마에 대한 그리움은, 엄마에 대한 여러 가지 죄송함과 아픔은, 살아가면서 세월 속에서 사무쳐지겠지만, 그래도 지금은 아버지의 현실이, 홀로서기의 과정이 우리를 더 아프게 하고 있다. TV를 봐도, 길거리를 걸어도, 온통 엄마랑 같이했던 세월의 자국들이 아버지를 더욱 가슴 쓰리게 하고 있다. 시간이 흘러 흘러, 아버지의 홀로서기가 완성되어, 엄마를 그리워하면서 살수만 있어도 좋으련만... 어제 보다는 오늘이, 오늘보다는 내일이 좀 더 우리에게, 우리 아버지에게 덜 잔인하길 간절히 바라고 싶다.
▷아침햇살(sha_bea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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