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서 가장 치료하기 힘든 병은 어떤 병이며 가장 무서운 병은 어떤 병일까?
모든 병은 죽음에 임박하기 전에 미리 통증으로 신호를 보낸다.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에이즈’와 ‘암’도 통증의 신호를 보내지만 뇌졸증과 심근경색은 아무런 통증의 예고 없이 어느 날 갑자기 우리 주변에 찾아와 죽음에 이르게 하는 무서운 불청객이다.
뇌졸증과 심근경색의 원인은 무엇이며,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상해의 교민들에게 걷는 운동을 장려하기 위하여 ‘걸어야 행복해진다’는 글을 쓰게 되었다.
걷기는 모든 의사가 권하는 돈 안 드는 운동처방이다. 걷는 것은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다. 건강을 꼬박꼬박 저축하는 것이다.
정말 그럴까. 발은 ‘제2의 심장’으로 불린다. 발에는 무수한 혈관이 있다. 발바닥이 지면에 닿을 때마다 피를 펌핑해 위로 올려 보낸다. 혈액을 순환시키는 모터가 양쪽 발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혈류의 흐름은 전신 건강의 지표. 각 기관의 세포에 산소와 영양을 공급할 뿐 아니라 혈관을 청소해 탄성을 유지시켜 주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것은 걷기가 ‘죽음의 4중주’를 멈추게 한다는 것이다. 사중주는 내장 지방, 고지혈증, 당뇨 전 단계인 내당능 장애, 그리고 고혈압이다. 이들 4인방의 협주가 혈관을 막아 사망률 1위인 뇌졸중. 심근경색의 원인이 된다. 뿌리는 뱃살이다. 내장에 낀 지방이 4중주의 지휘자인 셈이다.
걸으면 왜 고혈압의 수치는 낮아지는 것일까? 고혈압을 유발시키는 여러 원인 가운데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혈관에 쌓이는 콜레스테롤이다. 콜레스테롤이 혈관에 쌓이게 되면 혈관을 통한 혈액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수도관에 노폐물이 쌓여 수도 물이 잘 나오지 않는 상황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혈관 속의 콜레스테롤을 어떻게 제거할 수 있을까? 혈관 속으로 청소부를 보낼 수는 없을까? 다행히도 우리의 신체에서 콜레스테롤을 제거하는 청소차를 생산해 낼 수 있다. 청소차의 이름은 고단백질(High Density Lipo Protein =HDL)이며 이 청소차는 걸을 때에만 생산이 가능해 진다.
걸으면 왜 당뇨의 수치가 낮아지는 것일까? 당뇨병을 간단하게 설명 하자면 매일 섭취하는 음식을 통해 설탕이 만들어 지는데 이 설탕은 혈관을 통해 각 세포에 운송 되어진다. 혈관에서 세포로 운반 되어질 때 설탕의 운송 차 역할을 하는 것이 인슐린이다. 인슐린이 부족하게 되면 설탕이 혈관에 계속 머물게 되어 미세 혈관을 파괴하기 시작한다. 미세혈관의 파괴로 눈이 멀게 되고, 치아를 상실하게 되고, 다리가 썩어가게 되는 것이다. 걷기 시작하면 혈관 속의 설탕이 제거되며, 인슐린 생산을 촉진하여 더 많은 양의 설탕을 혈관으로부터 세포로 운송하게 될 것이다.
걷기는 천천히 걸어도 1시간에 120㎉, 빨리 걸으면 300㎉까지 열량을 태운다. 죽음의 자객인 뱃살을 빼는 데 이보다 좋은 처방약은 없다.
걷기는 인체 골격을 튼튼하게 유지하는 역할도 한다. 우주공간에 오래 머물렀던 우주비행사들에게 건강의 최대 적은 골다공증이다. 무중력 상태가 뼈 세포의 생성을 막아 뼈를 바람 든 무처럼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이 지구에 귀환한 뒤 가장 먼저 하는 운동이 걷기다. 이른바 압전(壓電)효과. 몸무게를 이용한 뼈 강화 훈련이다.
걷기가 골격을 붙들고 있는 근육엔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할머니의 걸음걸이를 보면 안다. 보폭이 짧고, 작은 돌부리에도 쉽게 넘어진다. 하체의 근육이 퇴화해 뇌가 위험을 인지해도 순발력을 낼 수 없기 때문이다.
걷기를 하면 근육이 유지될 뿐 아니라 만들어지기도 한다. 근력(근육)은 자극을 주면 향상하고, 방치하면 금세 위축한다. 지팡이를 짚어야 거동할 수 있는 90대 노인에게 두 달간 걷기 운동을 시켰더니 근력이 70%, 걷는 속도는 50% 빨라졌다는 미국의 연구논문도 있다. 우리 몸의 장기에서 근육만큼은 세월을 거스른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다.
다리가 잘 붓는 사람에게도 걷기가 특효약이다. 부종은 정맥이나 림프관에 체액이 정체되는 현상. 따라서 걸으면서 근육이 혈관과 림프관을 꽉꽉 짜줘 체액의 흐름이 좋아지면 부종이 개선된다.
걷기가 달리기보다 좋은 것은 운동 손상이 적기 때문. 해부학적으로 보면 걷는 것은 발을 구성하는 26개의 뼈와 114개의 인대, 20개의 미세한 근육, 그리고 힘줄과 신경이 만들어내는 정교한 합작품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이런 발을 '공학의 최대 걸작'으로 표현했다. 하지만 달린다는 것은 다리엔 ‘고문’이다. 착지하는 순간 한쪽 발에 실리는 무게는 체중의 2.3~2.8배에 달한다. 1㎞를 달릴 때 발이 받는 하중은 무려 16t. 아킬레스건염. 족저근막염이 생기는 것은 물론 발바닥의 아치가 무너지거나 무릎에 퇴행성관절이 일찍 생길 수도 있다.
뱃살을 줄이는 데도 빠르게 달리기보다 걷기가 유효하다. 문제는 지방과 탄수화물 소모 비율이 다르다는 것. 예컨대 달리기를 하면 지방보다 탄수화물 소모량이 많지만 걷게 되면 지방을 에너지로 더 많이 활용한다.
5 년째 상해의 무역회사에 근무하고 있는 김동열(50)씨. 그는 매일같이 오전 7시면 어김없이 청바지와 흰 면 티셔츠, 푸른색 운동화 차림으로 집을 나선다. 상해근교의 산책로에서 10㎞가량을 걷기 위해서다. 김씨는 업무 특성상 손님 접대를 하며 고기와 술을 자주 접하기 일쑤였다. 결국 지난해 11월엔 체중 과다로 인한 고혈압 증세를 보였다. ‘국경 없는 문화공동체’에서 행한 필자의 걷기에 관한 강의를 듣고 김씨는 고민 끝에 걷기를 통한 다이어트에 나섰다. 석 달 만에 80㎏에 이르던 몸무게는 70㎏으로 줄었다. 허리 치수도 4인치 이상 줄어 바지 12벌을 새로 마련했다. 그는 “걷는 데 방해가 되는 것 같아 13년간 몰던 차도 팔았다”며 “40대 돌연사와 관련된 기사가 나올 때마다 걱정을 하던 가족들도 ‘사람이 달라졌다’며 반기고 있다”고 말했다.
걸음의 속도는 걸을 때 숨이 차지 않고, 다른 사람과 대화가 가능한 정도면 적당하다. 평소에 약속된 장소까지 걸어 다니는 습관을 들이면 좋다. 너무 무리하면 저혈당이 올 수 있으니 주의하고, 평균혈당이 350mg/dL 이상이면 운동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컨디션을 예의 주시하고 운동량을 조절해야 한다.
이 글을 읽으시고 상해에서 걸을 때가 없다, 공기가 맑지 않아서 못 걷는다, 걷기에 위험하다는 변명을 늘어놓지 마시고 매일 조금씩 아파트 단지 안에서 걷는 습관을 들여 가정의 건강의 지킴이가 되시기를 기원 한다.
김문철
김문철 치과원장, 치의학 박사
독일 괴팅엔 대학 졸업
독일 괴팅엔 대학 치의학 박사
교정. 임플란트. 턱관절 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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